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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 20세기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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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20세기 음악>기악곡 |
제작시기 | 1891~1894년 |
작곡가 |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 |
초연 | 1894년 12월 22일, 파리 |
출판 | 1895년, 파리 |
헌정 | 레이몽 보뇌르(Raymond Bonheur) |
구성 | 단악장 |
편성 | 오케스트라(플루트 3, 오보에 2, 잉글리시호른,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하프 2, 생발 앙티크 2, 현5부) |
요약 드뷔시가 상징주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관현악곡으로, 드뷔시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작품이다. 이 곡을 시작하는 플루트 선율이 ‘현대 음악의 뚜렷한 시작’이라고 이야기될 만큼 이전 시대의 작품들과는 구분되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현대음악을 잠 깨운 작품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피에르 불레즈는 “현대음악은 이 곡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라고 평했다. 예술에서 ‘현대’라고 할 때에는 연도로 구분되는 어떤 시기를 말하기 보다는 기법이나 미학적인 면을 함축하는 개념으로 사용될 때가 많은데,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 현대음악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현대음악을 여는 선율’인 첫 플루트의 도입부부터가 매우 인상적이다. 흔히 이 작품을 미술에서의 인상주의의 영향과 연관 지어 이야기한다. 19세기 모네나 마네, 르누아르 등의 화가들에게서 나타난 인상주의 운동은 프랑스의 다른 예술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어떤 장면의 인상을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이 인상주의를 드뷔시는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움직이는 인상’을 음악에 담으려고 했으며 선율보다는 음색을 통해 이를 표현하려 했다는 것이다.
인상주의 회화처럼 방향성 보다는 정적인 느낌을 주는 첫 플루트 선율은 C#과 G음 사이에 조성을 파악할 수 없는 음들이 채워져 있다. 그 선율의 기본 윤곽은 3온음(tritone)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음정은 중세에 ‘악마의 음정’이라고 불렸을 뿐 아니라 그 이후로 고전주의시대까지도 화성학에서 진행이 금지된 음정이다.
형식면에서도 이 작품은 매우 새롭다. 플루트가 처음 제시하는 선율은 장식적으로 확장되거나(고전주의 시대의 논리적 주제발전과는 다르게) 작은 부분으로 나뉘어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즉 이 작품 전체를 통한 주제인 셈이지만, 드뷔시는 이 주요 주제를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것 보다는 오히려 즉흥곡과 같이 새로운 요소들을 계속해서 등장시키는 편을 택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호해진 조성과 자유로워진 형식은 더욱 자유로운 리듬을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 관현악법을 곡의 형식이나 리듬과 동등한 위치로 끌어올린 것이 드뷔시의 업적이다. 관현악 작품을 피아노로 편곡했을 때 작품 특유의 느낌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 역시 그렇다. 첫 플루트 선율은 정말 그 악기의 음색을 고려한 주제로,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각 한번씩 이 주제를 연주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느 다른 악기도 이 주제선율을 받지 않는다. 드뷔시가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해 얼마나 신중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말라르메와의 인연
드뷔시는 이미 이 작품이 작곡되기 10여 년 전, 말라르메의 〈현상〉(Apparition)을 가곡으로 만든 바 있다. 3년 후에는 친구에게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를 한 권 보낸 적도 있고, 1890년에는 말라르메가 화요일마다 주최하는 모임에 참여하기도 하였으며, 말라르메를 안내하여 함께 그레고리안 찬트를 감상하러 가기도 하였다. 말라르메는 이 젊은 작곡가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드뷔시가 앞서 보들레르 시에 음악을 붙인 〈보들레르의 5개의 시〉를 듣고 호평하며 내심 자신의 작품에도 곡을 붙여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나른한 여름의 오후, 시칠리아 해변의 숲에서 졸고 있던 목신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나뭇가지 너머로 목욕하는 님프를 발견한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목신은 즉시 두 님프에게 달려가
그녀들에게 관능적으로 입을 맞추지만 곧 그 꿈, 혹은 환상은 사라져버린다.
다시 지루해진 목신은 에로틱한 몽상을 해보거나 태양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하다가
다시 오후의 숲속에서 잠에 빠진다.”
-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
위 시를 바탕으로 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1892년부터 94년까지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조베르라는 출판업자가 가지고 있는 26페이지의 자필 관현악보에 적힌 제목 옆에,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이 연도가 적혀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시 《목신의 오후》의 대규모 공연을 위해서 작곡되었다고 한다. 전주곡 뿐 아니라 간주곡, 그리고 피날레까지 구상되었는데, 시의 낭독과 음악, 그리고 무용이 함께 어우러진 무대를 계획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전주곡의 완성 이후로 이 계획은 수정되었는데, 〈전주곡〉만으로도 그 완성도에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이미 다른 작품(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을 작곡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전주곡〉에서 그친 곡의 악보는 프로몽이라는 출판업자가 1895년 10월에 간행하였으며, 드뷔시의 친구였던 화가 레이몽 보뇌르(Raymond Bonheur)에게 헌정되었다.
디아길레프의 안무를 더하여
1894년 12월 22일 국민음악협회가 주최한 파리 살 다르쿠르(Salle d'Harcourt)의 음악회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다. 당시 스위스의 작곡가 겸 지휘자였던 귀스타브 도레가 지휘를 맡았다. 초연 때의 곡 해설에는 ‘이 곡은 스테판 말라르메의 아름다운 시를 매우 자유롭게 그려낸 것이다. 시 전체의 내용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배경으로 사용한 것이다(하략)’라고 쓰여 있었다.
이 곡은 이후 발레 음악으로 사용되었는데, 당시 가장 유명한 러시아 무용단체였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발레뤼스 소속 바츨라프 니진스키(Vatslav Nizhinskii)의 안무로 1912년 5월 29일, 샤틀레 극장에서 첫 발레 공연이 이루어졌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
세 대의 플루트, 오보에와 클라리넷, 파곳이 각 두 대, 한 대의 잉글리시 호른과 네 대의 호른, e음과 b음을 내는 생발 앙티크(옛 심벌즈), 두 대의 하프와 5부의 현으로 편성되어 있으나, 각 군들은 자주 분할되어 섬세하게 사용되곤 한다. 자유로운 형식이지만 첫 주제 제시와 열 개의 변주 구성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중심이 되는 조에 따라서 1주제~3주제를 제시부, 4주제~7주제를 발전부, 8주제는 재현부, 9주제를 코다 형식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렇게 변주곡 현식과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이 융합된 가운데 찬연한 음색으로 자유롭고 즉흥적인 진행을 보이는 것이 이 곡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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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 클래식 백과, 이보경 외, 음악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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