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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세계

조지 로이 힐은 1962년 <조정기간>(Period of Adjustment, 1962)이라는 영화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안소니 프랑소사(Anthony Franciosa)와 제인 폰다(Jane Fonda)가 주연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한국전 참전용사와 명랑한 간호사간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듬해 힐은 릴리언 헬먼(Lillian Hellman) 원작의 <다락방의 장난감>(Toys in the Attic, 1963)을 연출했다. 제작비 1천5백만 달러를 들여 만든 대작영화 <하와이>(Hawaii, 1966)는 줄리 앤드루스(Julie Andrews), 막스 폰 시도우(Max von Sydow), 리처드 해리스(Richard Harris) 등 쟁쟁한 스타들을 기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했다. 하지만 그는 <신세대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 1967)라는 뮤지컬을 성공시킴으로써 실패를 만회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60년대 만들어진 최고의 뮤지컬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1960년대 후반 힐은 서부영화의 걸작 중 하나로 기록될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를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폴 뉴먼(Paul Newman)과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를 동반 캐스팅하여 만든 이 색다른 서부영화는 흥행대박을 터뜨렸다. 은행을 털면서 연명하던 부치와 캐시디가 어느 날 집념의 보안관의 추적을 받으면서 멕시코 국경까지 도피했다가 결국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으로 특히 프리즈(freeze)로 처리된 라스트 신은 명장면의 하나가 됐다. 힐은 이 영화로 1971년 영국영화아카데미(BAFTA Film Award)에서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서부영화 장르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힐은 다음 연출작인 <죽음의 순례자>(Slaughterhouse-Five, 1972)로 1972년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에서 심사위원상(Jury Prize)을 받으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힐 감독은 다시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를 기용하여 후속작품 격인 <스팅>(The Sting, 1973)을 연출했다. 1930년대 시카고 암흑가를 배경으로 하여 두 명의 사기꾼이 치밀한 계획과 화려한 언변으로 갱단을 속여 거금을 챙긴다는 내용의 코믹 범죄물이다. 반전(反轉)에 반전(反轉)을 거듭하는 절묘한 구성으로 영화팬들을 열광시켰던 이 영화는 1974년 아카데미(Academy Awards)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하여 7개 부문을 수상했다. 힐은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다. 힐은 <내일을 향해 쏴라>의 성공에 이어 <스팅>의 흥행성공으로 명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6백만 달러의 예산을 들인 <내일을 향해 쏴라>는 미국에서만 1억 달러 이상을 벌어 들였다. 5백5십만 달러의 예산을 들인 <스팅>은 1억5천9백6십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리면서 그해 베스트 10에 진입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힐은 평론가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의 영화들에는 그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스팅>이후에도 힐은 <그레이트 왈도 페퍼>(The Great Waldo Pepper, 1975), <슬랩 샷>(Slap Shot, 1977), 그리고 <리틀 로망스>(A Little Romance, 1979) 등을 만들었지만, 전작들을 능가하는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레이트 왈도 페퍼>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했던 주인공 왈도가 스턴트맨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는 내용으로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았다. <슬랩 샷>은 아이스하키 선수의 활약상을 담은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영화인데, 폴 뉴먼이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힐은 <즐거운 농장>(Funny Farm, 1988)을 끝으로 은퇴를 했다.

영화사적 평가

조지 로이 힐은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죽음의 순례자>(Slaughterhouse-Five), 그리고 <스팅>(The Sting)을 잇달아 성공시키고, 주요 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로부터 환호를 받지 못했다. 특히 앤드루 새리스(Andrew Sarris)는 “힐의 작품들은 종종 인간미가 없고(impersonal),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힐이 만든 두 편의 서부영화가 이후 서부영화 장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것만은 분명하다. 영화평론가 김시무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붓치와 선댄스가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비상하는 '정지쇼트(freeze shot) 장면'은 영화사의 명장면"이라고 평가한다.

작품목록

<크래프트 텔레비전 극장>(Kraft Television Theatre, 미국, 1954, TV 시리즈)
<룩스 비디오 극장>(Lux Video Theatre, 미국, 1955, TV 시리즈)
<크래프트 텔레비전 극장>(Kraft Television Theatre, 미국, 1956, TV 시리즈)
<카이저 알루미늄 아워>(The Kaiser Aluminum Hour, 미국, 1956, TV 시리즈)
<플레이하우스 90>(Playhouse 90, 미국, 1957, TV 시리즈)
<조정기간>(Period of Adjustment, 미국, 1962)
<다락방의 장난감>(Toys in the Attic, 미국, 1963)
<헨리 오리엔트의 세계>(The World of Henry Orient, 미국, 1964)
<하와이>(Hawaii, 미국, 1966)
<신세대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 미국, 1967)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미국, 1969)
<죽음의 순례자>(Slaughterhouse-Five, 미국, 1972)
<스팅>(The Sting, 미국, 1973)
<그레이트 왈도 페퍼>(The Great Waldo Pepper, 미국, 1975)
<슬랩 샷>(Slap Shot, 미국, 1977)
<리틀 로망스>(A Little Romance, 미국/프랑스, 1979)
<가프>(The World According to Garp, 미국, 1982)
<작은 소녀 드러머>(The Little Drummer Girl, 미국, 1984)
<즐거운 농장>(Funny Farm, 미국,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