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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와 이력

미국의 제작자, 시나리오작가 겸 영화감독, 기업가. 조지 월튼 루카스 2세(George Walton Lucas Jr.)는 1944년 5월 14일 캘리포니아 주의 머데스토(Modesto)에서 아버지 조지 월튼 루카스(George Walton Lucas)와 어머니 도로시 엘리노어(Dorothy Ellinore)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와 자동차경주에 푹 빠져 있었던 그는 카레이서를 꿈꾸며 고등학교 시절의 대부분을 지하 경주로(circuit)와 차고에서 보냈다. 그러나 1962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한 뒤로는 직업적인 레이싱에 흥미를 잃었으며, 머데스토 전문대학(Modesto Junior College)에 진학해 인류학, 사회학, 문학 등을 공부했다. 이 시기에 루카스는 스탠 브래카주(Stan Brakhage)와 브루스 코너(Bruce Conner) 등 아방가르드(avant-garde) 영화감독들의 작업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한편 그는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 프랑수아 트뤼포(Francois Truffaut)를 비롯한 당대 유럽 영화감독들의 작품들도 섭렵했다. 8mm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이다.

이어 루카스는 남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로 편입해 훗날 할리우드에서 함께 활동하게 될 여러 중요한 동료들을 만나고 영화미학에 탐닉하게 된다. 특히 그는 스승인 레스터 노브로스(Lester Novros)와 슬라브코 보르카피치(Slavko Vorkapich), 그리고 캐나다 국립영화진흥원(National Film Board of Canada)에서 나온 시각적 영화에 영향을 받아 <인생을 바라보라>(Look at Life, 1965), <허비>(Herbie, 1966), <1시 42분 8초>(1:42.08, 1966), <황제>(The Emperor, 1966), <필름메이커>(Filmmaker, 1968) 및 <영화 ‘마켄나의 황금’에 관한 필름>(6-18-67, (1967) 등과 같은 단편을 다수 제작하기에 이른다. 루카스의 이러한 작업은 추상적인 영화에 대한 애정과 순수하게 영화적 언어를 통해 감정을 창출해내고자 했던 노력을 잘 보여준다.

영화제작학사 학위를 받은 후, 루카스는 미공군에 장교로 입대하고자 했으나 어마어마한 과속경력 때문에 거절당하고, 유전적인 당뇨병으로 인해 베트남 전에도 참전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루카스는 USC 졸업생으로 다시 돌아가 미해군 학생들에게 다큐멘터리 촬영을 가르치면서 <전기 미로: THX 1138 4EB>(Electronic Labyrinth: THX 1138 4EB, 1967)를 연출한다. 이 작품은 루카스에게 미국학생영화제(National Student Film Festival)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겨주었으며, 훗날 루카스의 첫 장편으로 재탄생한다.

루카스는 1977년 <스타워즈>라는 전대미문의 SF 영화를 내놓은 이후 무려 30여 년간 시리즈의 전편(prequel)과 속편(sequel)의 제작에 전념해왔다. 그러던 2012년 1월 루카스는 돌연 거대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 제작에서 은퇴할 것을 밝혔다. 이것은 대학시절부터 아방가르드 영화에 관심이 깊었던 그의 오랜 숙원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실험적이고 영화의 본질에 가까운 작품들에 다가서기 위한 그의 레이싱은 ‘영화’라는 경주로 안에서 계속될 것이다. 그는 1992년 아카데미에서 어빙 탈버그 기념상(Irving G. Thalberg Memorial Award)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미국영화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로부터 평생공로상(Life Achievement Award)을 받기도 했다.

작품세계

조지 루카스는 워너브라더스(Warner Brothers)의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는데, 이 때 프랜시스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가 연출한 <피니안의 무지개>(Finian's Rainbow, 1968)의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이때의 인연으로 두 사람은 1969년, ‘아메리칸 조트로프(American Zoetrope)’라는 스튜디오를 공동 설립하여 연출가들이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억압적인 통제 밖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아메리칸 조트로프’의 첫 작품이자 루카스의 첫 장편인 <티에이치엑스 1138>(THX 1138, 1971)이 성공하지 못하자, 루카스는 ‘루카스필름(Lucasfilm)’을 세우고 <청춘낙서>(American Graffiti, 1973)를 만든다. <청춘낙서>를 좋아했던 폭스(Fox) 스튜디오의 알랜 라드(Alan Ladd)는 루카스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고,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역대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인 <스타워즈>(Star Wars, 1977)가 탄생하게 된다.

루카스는 1970년대에 연출한 단 세 편의 장편, 즉 <티에이치엑스 1138>, <청춘낙서>, <스타워즈>로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감독이 됐다. 이 작품들은 각각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사뭇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작가주의 관점의 비평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 세 작품이 공통적으로 주인공의 모험과 성장을 담고 있다는 점이며, 이것이 루카스가 상업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티에이치엑스 1138>은 관념적 영상이 강조된 작품으로, ‘티에이치엑스(THX)’가 지하도시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철저한 통제와 감시를 통해 몰개성적인 인간들을 양산해내는 백색의 지하도시에서는 어떠한 사적인 감정도 허용되지 않는다. 루카스는 이 도시가 인간의 감정이 해체된 1960년대 미국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회고하는 60년대는 소수 권력 계층의 일방적인 횡포를 바라보아야만 했던 암담한 시절이다. 주인공 ‘티에이치엑스(THX)’은 룸메이트인 ‘엘유에이치(LUH)’에게 사랑을 느끼고 섹스를 나누었다는 이유로 제거 대상이 되지만, 결단과 용기로 지하도시를 빠져나온다. 지상에서 일몰을 배경으로 서 있는 ‘THX'의 실루엣은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티에이치엑스 1138>이 다소 추상적인 우화(寓話)였다면, <청춘낙서>는 좀 더 직접적으로 성장을 다룬다. 이 영화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졸업생들의 하룻밤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청춘군상들의 보편적 고민과 갈등에 접근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의식을 보여주는데, 의미 없는 우스갯소리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자조적 태도는 현대 사회에 대한 불신과 절망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던 주인공 ‘커트’가 결국 비행기를 타는 마지막 장면은 다른 세상으로 진입한 ‘티에이치엑스(THX)’처럼 희망에 차 있다. 77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지만,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는 세팅과 신나는 록큰롤 음악이 장년 세대까지 관객으로 흡수해 1억1천5백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벌어들인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로 루카스는 1973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Locarno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동표범상(Bronze Leopard)을 수상했다.

<청춘낙서>이후, <플래쉬 고든>(Flash Gordon, 1936)과 <혹성탈출>(The Planet of the Apes, 1968)에서 영감을 받은 루카스는 1973년부터 1974년까지 <스타워즈>의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는데, 여러 스튜디오로부터 제작을 거절당하기도 했던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블록버스터(blockbuster)’라는 용어를 재정의 하기에 이른다. ‘새로운 희망(a new hope)’이라는 부제를 단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에피소드 4)은 석유 파동 및 경기 침체, 그리고 무엇보다 베트남 전 패배로 인해 충격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에게 말 그대로 한 줄기 희망처럼 다가왔다.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과 시각 효과로 구현된 <스타워즈>의 미래 세계와 우주 전쟁은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SF 영화의 탄생을 천명하고, 캐릭터의 구성이나 내러티브, 편집 역시 교과서라 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루카스는 <스타워즈>로 1978년 미국 공상과학 및 공포영화 아카데미(Academy of Science Fiction, Fantasy & Horror Films)에서 최우수감독상과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했다.

루카스가 기획과 각본을 담당하면서 제작에 전념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5편과 6편은 더욱 드라마틱한 전개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Luke Skywalker)는 악의 세력에 물든 제다이인 다스베이더(Darth Vader)가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고 생각하고 복수를 결심하지만, 사실은 그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되면서 엄청난 혼란과 갈등에 빠진다. 그러나 최후의 대결에서 다스베이더는 거부할 수 없는 부정(父情) 때문에 루크를 돕게 되고, 두 인물은 극적으로 화해한다. 참고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Star Wars: Episode V- The Empire Strikes Back, 1980)은 어빈 커시너(Irvin Kershner)가 연출했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Star Wars: Episode VI- Return of the Jedi, 1983)은 리처드 마퀸드(Richard Marquand)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렇듯 신화의 영웅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오리엔탈리즘 등이 절묘하게 모자이크된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인들의 숭배에 가까운 사랑과 지원을 받으며 1999년부터 프리퀄(prequel) 3부작을 내놓는다. 루카스가 다시 메가폰을 잡은 에피소드 1편, 2편, 3편은 본편보다 더욱 큰 스케일과 화려한 그래픽으로 노예 소년 아나킨이 다스베이더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고전적 이분법이 세련되게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다양하고 개성 있는 우주 캐릭터들의 향연 덕분이다. 루카스는 스토리와 맞물리는 엄숙하고 장중한 작품들로 스타워즈 시리즈에 무게감을 더했으며, 많은 비평가들이 본편을 넘어서는 ‘프리퀄’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루카스는 2012년 10월 ‘스타워즈 시리즈’의 판권을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넘겼고, 바톤을 이어받은 에이브럼스(J. J. Abrams)가 제작과 연출을 맡아서 지난 2015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Star Wars: Episode VII- The Force Awakens, 2015)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이 작품도 역시 흥행대박을 터뜨렸다.

영화사적 평가

감독으로서 조지 루카스의 필모그래피는 짧은 편이지만, 그 영화사적 비중에 있어 충분히 할리우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평론가 김시무는 "루카스는 장장 9부작에 이르는 <스타워즈> 시리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세계영화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만하다"고 평가한다. 이 시리즈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USC 동료인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와 함께 작업한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시리즈까지 더하면 흥행사로서 그의 입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 1981)로부터 시작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2000년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루카스는 기획과 각본으로 참여를 했다.

작품목록

<인생을 바라보라>(Look at Life, 미국, 1965, 단편)
<허비>(Herbie, 미국, 1966, 단편)
<자유: 프라이하이트>(Freiheit, 미국, 1966, 단편)
<1시 42분 8초>(1:42.08, 미국, 1966, 단편 다큐멘터리)
<전기 미로: THX 1138 4EB>(Electronic Labyrinth: THX 1138 4EB, 미국, 1967, 단편)
<황제>(The Emperor, 미국, 1967, 단편 다큐멘터리)
<애니원 리브드 인 어 프리티 하우 타운>(Anyone Lived in a Pretty How Town, 미국, 1967, 단편)
<영화 ‘마켄나의 황금’에 관한 필름>(6-18-67, 미국, 1967, 단편 다큐멘터리)
<필름메이커>(Filmmaker. 미국, 1968, 단편 다큐멘터리)
<‘더 레인 피플’ 메이킹 필름>(The Making of ’The Rain People’, 미국, 1969, 다큐멘터리)
<볼드: ‘THX 1138’ 메이킹 필름>(Bald: The Making of ’THX 1138’, 미국, 1971, 단편 다큐멘터리)
<티에이치엑스 1138>(THX 1138, 미국, 1971)
<청춘낙서>(American Graffiti, 미국, 1973)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Star Wars, 또는 Star Wars: Episode IV- A New Hope, 미국, 1977)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Star Wars: Episode I- The Phantom Menace, 미국, 1999)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Star Wars: Episode II- Attack of the Clones, 미국, 2002)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Star Wars: Episode III- Revenge of the Sith, 미국,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