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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세계

민용근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방송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퇴근하고 돌아온 두 부부가 맞이하는 무료하고 권태로운 주말 저녁시간을 포착한 단편 <주말>은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되었다.

이후 그는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졸음을 참으며 밤을 새우는 여고생과 자살하려고 약을 삼키려하지만 괴로워 울면서 밤을 새우는 자매의 두려움과 슬픔을 담은 단편 <엄마, 미안해요>(Mom, I'm Sorry, 1997),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자율학습에 빠지면 왠지 마음이 무거운 못난 범생이와 그 식구들에 관한 영화 <느린 여름>(Heavy, 1998)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편의 단편을 연출했다.

2006년에는 계속 무언가를 훔치는 15세 소년의 알 수 없는 얼굴 표정을 담은 단편 <도둑 소년>(The Little Thief)을 발표했다. 섬세한 감수성으로 소외된 인물의 심리를 구체화한 이 영화는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 스페인 라나다 국제단편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민용근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도둑 소년>은 <원 나잇 스탠드>라는 옴니버스 영화에 삽입되기도 했다. 그리고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Boy Meets Boy, 2008), <친구 사이?>(Just Friends?, 2009)의 각본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민용근은 첫 장편영화 <혜화,동>(Re-encounter)을 연출했다. 동물병원에서 일하며 유기견을 돌보는 ‘혜화’ 앞에 5년 전 사라진 옛 연인 ‘한수’가 나타나 과거 그 둘이 낳았던 아이의 이야기를 꺼내고, 혜화는 죽은 줄 알았던 아이를 만나러 간다는 내용의 영화다. 버려진 집에 버려진 개가 숨어들고, 열여덟에 미혼모가 되었다는 아픔을 숨기고 있던 혜화에게 갑자기 잊었던 사람이 찾아온다. 버려짐이라는 반복되는 모티브를 통해 감독은 삶의 고독과 슬픔을 표현한다. 그런데 이런 감정은 연민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혜화가 유기견을 돌보고, 한수가 자신의 아픔도 이야기하면서 상대를 통해 조금씩 치유됨을 보여주기도 한다.

감독은 자주 혜화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그녀의 미묘한 표정을 포착한다. 이는 <도둑 소년>에서 주인공의 알 수 없는 표정을 포착하던 민용근의 카메라가 더욱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교한 솜씨와 단아한 맵시”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은 <혜화, 동>은 2010년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부문 감독상을 수상했고, 2012년 프랑스 뚜르 아시안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민용근은 다시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완성했다. 그 중 <얼음강>(Ice River, 2012)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고, 이 작업을 통해 병역거부 당사자와 관계자들의 솔직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저서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을 집필하기도 했다.

작품 목록

<주말>(Weekend, 한국, 1996, 단편)
<엄마, 미안해요>(Mom, I'm Sorry, 한국, 1997, 단편)
<느린 여름>(Heavy, 한국, 1998, 단편)
<봄>(Spring, 한국, 1998, 단편)
<도둑 소년>(The Little Thief, 한국, 2006, 단편)
<원 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 한국, 2010, 옴니버스)
<혜화,동>(Re-encounter, 한국, 2010)
<열병>(2010, 단편)
<어떤 시선>(If You Were Me 6, 한국, 2012, 옴니버스)
<얼음강>(Ice River, 한국, 2012, 단편)
<자전거 도둑>(The Bicycle Thief, 한국, 2014, 단편)
<고양이춤>(Dancing Cat, 한국, 2015, 단편)

저서 :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