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출생

1957년 인도 오리사(Orissa) 주 부바네스와르(Bhubaneshwar)에서 태어났다. 델리 대학(University of Delhi)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나이르는 대학 시절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1976년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에 입학하면서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이 시절 영화에 매료되었고, 1979년 졸업 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작품세계

미라 네어의 첫 영화 <자마 마스지드 거리의 저널>(Jama Masjid Street Journal, 1979)은 러닝타임 20분 길이의 흑백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인도 델리 지역의 이슬람교 문화권 여성들의 증언을 기록한 이 영화는 엄격한 가부장제 하에서 희생되는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 이후 나이르는 인도의 문화와 인도인의 삶을 다룬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이어 발표하여 주목 받았다. 1982년 작 <인도로부터 아주 멀리>(So Far from India)는 미국에서 일하다 아내의 출산 소식에 잠시 귀국한 인도인 남성을 중심으로, 그에게 큰 기대를 거는 마을 사람들과 이미 미국적 가치관을 받아들인 주인공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담아냈다. 1985년 작 <인도의 카바레>(India Cabaret)는 봄베이의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스트립 댄서들과 남성 고객의 일상을 기록한 영화다. 천대받는 댄서와 남성 고객의 아내들을 대비하면서, 겉으로 달라 보이는 이 두 여성 계층의 삶이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는 주제를 표현했다. <태어날 아이의 원하는 성별>(Children of a Desired Sex, 1987)에서는 사내아이를 낳기 위해 태아의 성별검사를 받는 임산부를 통해 인도의 성차별 문제를 화두로 삼았다.

미라 나이르는 1988년 극영화 데뷔작 <살람 봄베이>(Salaam Bombay!)로 단숨에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봄베이 사창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열심히 일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돈을 모을 수 없는 주인공 소년 크리슈나와 사창가로 팔려온 네팔 소녀, 매춘부의 어린 딸, 그리고 마약에 중독되어 죽어가는 소년 등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의 참담한 현실 이야기다. 미라 네어는 사창가와 청소년보호소, 어지러운 봄베이의 뒷골목을 있는 그대로 촬영했고, 실제 거리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을 캐스팅하는 등 네오리얼리즘의 양식을 따르며 사실성을 높였다. 나이르는 이 작품으로 칸국제영화제 관객상과 황금카메라상, 몬트리올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시상식과 골든 글로브시상식을 비롯한 20여 개 시상식에서 호평을 받았다.

<살람 봄베이>의 성공을 발판으로 나이르는 할리우드 상업영화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흑인 남성과 사랑에 빠진 인도인 여성 이야기인 <미시시피 마살라>(Mississippi Masala, 1991)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비평과 흥행 면에서 명성을 이어갔지만, 마이애미로 망명한 쿠바인 가족 이야기를 그린 <페레즈 패밀리>(The Perez Family, 1995), 16세기 인도를 배경으로 한 성애물 <카마수트라>(Kama Sutra: A Tale of Love, 1996)는 전작의 성공을 잇지 못하고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미라 네어는 2001년 <몬순 웨딩>(Monsoon Wedding)을 발표하며 다시 국제적인 찬사를 받는다. 이 영화는 결혼식을 계기로 한 자리에 모인 인도 중산층 가족의 여러 모습을 통해 인도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주었다. 영화의 후반, 가족 모두가 몬순의 비를 맞으며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은 여러 어려움이 치유되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진지함과 흥겨움의 조화, 인도의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은 <몬순 웨딩>으로 미라 네어는 인도영화인으로는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인 2002년에는 미국 영화채널 HBO의 제작으로 <히스테리컬 블라인드니스>(Hysterical Blindness)를 연출해 크게 흥행했다.

2000년대 후반 미라 나이르는 의미 있는 몇몇 옴니버스 영화에 참여했다. 미국 9.11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 <2001년 9월 11일>(11'09''01-September 11, 2002)에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큰 아들이 언론을 통해 테러리스트로 지목되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엄마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 외에도 영화 <8>(8, 2008)에는 양성평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단편 <세상 밖으로>(How can it be?)로, 뉴욕의 다문화 사회를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 <뉴욕 아이 러브 유>(New York, I Love You, 2009)에는 <순수한 채식주의자>(Kosher Vegetarian)로 참여하였다.

최근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미라 나이르는 2009년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 비행한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전기를 다룬 <아멜리에: 하늘을 사랑한 여인>(Amelia)을 발표했고, 파키스탄 작가 모흐신 하미드(Mohsin Hamid)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리럭턴트 펀더멘털리스트>(The Reluctant Fundamentalist, 2013)을 완성했다.

국제지원 사업

미라 네어는 부와 재능을 나누는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먼저 <살람 봄베이>의 수익으로 ‘살람 바락 트러스트(Salaam Baalak Trust)’를 만들어 부족한 정부 재정으로 인해 방치된 인도의 거리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펼쳤다. 지난 20여 년간 25개의 보호센터를 세워 거리의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해마다 약 5,000여명의 아이들이 이 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 <미시시피 마살라>의 촬영 차 우간다를 방문했을 때는 그곳 젊은이들의 재능을 키워줄 교육기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004년 ‘마샤 기금(Maisha Foundation)’을 조성했다. 조성된 기금으로 2005년 우간다의 캄팔라(Kampala)에서 비영리 영화 시나리오 교육이 시작되었다. 이후 ‘마샤 필름 랩(Maisha Film Lab)’으로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우간다, 케냐, 르완다,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출신 400여명의 학생들을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하여 영화제작 전반을 교육했고, 이를 통해 배출된 30여 편의 단편 영화들은 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한편 미라 네어는 2007년 뉴욕에 ‘미라베이 영화사(Mirabai Films)’를 설립하기도 했다. 미라베이 영화사는 빌 게이츠 자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과 함께 ‘AIDS JAAGO’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도의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 퇴치를 목적으로 한 이 프로젝트는 4개의 단편영화를 시리즈로 제작했고, 여기에 산토시 시반(Santosh Sivan) 감독 등 인도의 유명 영화인들이 참여했다. 나이르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단편영화 <이주>(Migration, 2008)를 연출했다.

평가

미라 네어는 다큐멘터리부터 할리우드 상업영화를 인도에서 미국, 아프리카를 아우르며 발표하고 있는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도의 여성 감독이다. 인도인으로 자신의 정체성이 반영된 영화를 만들었고, 절제된 감정의 영상미로 주목받고 있다.

작품목록

<자마 마스지드 거리의 저널>(Jama Masjid Street Journal, 미국, 1979, 단편다큐멘터리)
<인도로부터 아주 멀리>(So Far from India, 인도, 1982, 다큐멘터리)
<인도의 카바레>(India Cabaret, 인도/영국/캐나다, 1985, 다큐멘터리)
<태어날 아이의 원하는 성별>(Children of a Desired Sex, 인도, 1987, 다큐멘터리)
<살람 봄베이>(Salaam Bombay!, 영국/인도/프랑스, 1988)
<미시시피 마살라>(Mississippi Masala, 미국, 1991)
<더 데이 더 머시디스 비케임 어 햇>(The Day the Mercedes Became a Hat, 남아프리카, 1993, 단편)
<페레즈 패밀리>(The Perez Family, 미국, 1995)
<카마수트라>(Kama Sutra: A Tale of Love, 영국/인도/미국, 1996, 감독/각본)
<나의 조국>(My Own Country, 미국, 1998, TV영화)
<몬순 웨딩>(Monsoon Wedding, 인도/미국, 2001)
<더 래핑 클럽 오브 인디아>(The Laughing Club of India, 인도/미국, 2001, TV단편다큐멘터리)
<히스테리컬 블라인드니스>(Hysterical Blindness, 미국, 2002, TV영화)
<2001년 9월 11일>(11’09’’01-September 11, 영국/프랑스/이집트/일본/인도, 2002, 옴니버스)
<여전히, 아이들은 여기에>(Still, The Children Are Here, 미국, 2003, 기획)
<베니티 페어>(Vanity Fair, 미국/영국/인도, 2004)
<네임세이크>(The Namesake, 인도/미국, 2006)
<이주>(Migration, 미국, 2008, 단편)
<8>(8, 프랑스, 2008, 옴니버스)
<뉴욕 아이 러브 유>(New York, I Love You, 미국, 2009, 옴니버스)
<아멜리에:하늘을 사랑한 여인>(Amelia, 미국/캐나다, 2009)
<리럭턴트 펀더멘털리스트>(The Reluctant Fundamentalist, 미국/영국/카타르, 2013)
<신과의 대화>(Words with Gods, 멕시코, 2014, 옴니버스)
<퀸 오브 카트웨>(Queen of Katwe, 미국/남아프리카 공화국,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