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생 | 1942년 2월 21일, 독일 베를린 |
---|---|
수상 | 1981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독일 자매>) |
데뷔 | 1975년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The Lost Honor Of Katharina Blum, 독일, 공동연출) |
요약 마가레테 폰 트로타는 잉마르 베리만, 미조구치 겐지(溝口健二)와 함께 내러티브 영화를 통해 여성의 문제를 다루었던 역대 감독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폰 트로타의 영화는 사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공적인 것과 개인의 삶을 구분하지 않았으며, 여성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자매애의 본질을 강조한다.
생애와 이력
독일의 영화감독. 1942년 2월 21일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엘리자베스 폰 트로타(Elisabeth von Trotta)와 화가였던 아버지 알프레드 로돌프(Alfred Roloff) 슬하에서 자란 마가레트 폰 트로타는 종전 후 어머니와 함께 뒤셀도르프(Düsseldorf)로 이주했다. 아버지가 부재했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돈독한 유대를 통해 여성의 정서적 연대와 강인함을 체험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파리로 이주한 폰 트로타는 파리에서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공동 연출을 하면서 영화 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작품세계
영화 경력의 초기에 마가레테 폰 트로타는 뉴 저먼 시네마(New German Cinema)의 핵심 멤버였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 폴커 슐렌도로프(Volker Schlondorff)의 영화에서 배우로 활약했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가 시나리오를 쓰고 슐렌도르프가 연출을 맡은 <발>(Baal, 1970),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 oder: Wie Gewalt entstehen und wohin sie führen kann, 1975), 파스빈더의 <저주의 신들>(Götter der Pest, 1970), <미국인 병사>(Der amerikanische Soldat, 1970) 등 배우로 활동한 작품만 줄잡아 10여 편에 이른다. 1971년 영화 작업을 통해 만난 폴커 슐렌도르프와 결혼하면서 그와의 협력관계는 한층 돈독해졌다. 슐렌도르프의 <콤바흐 빈자들의 돈벼락>(Der plötzliche Reichtum der armen Leute von Kombach, 1971)에 공동각본,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는 공동연출자로 이름을 올린 폰 트로타는 197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감독으로의 변신을 꾀하게 된다.
마가레테 폰 트로타의 첫 번째 단독 연출작은 <크리스타 클라게스의 두 번째 각성>(Das zweite Erwachen der Christa Klages, 1977)이었다. 1970년대 독일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에 기초한 이 영화는 격일제 보육 확보를 위해 은행을 터는 유치원 교사 크리스타 클라게스의 일화를 극화한 이야기였다. 루이자 프란시아(Luisa Francia)와 공동각본을 쓴 데뷔작 이후 폰 트로타는 주류 페미니즘 영화 담론의 진전에 크게 기여한 세 편의 영화를 발표했다. <자매, 또는 행복의 균형>(Schwestern oder die Balance des Glücks, 1979), <독일 자매>(Die bleierne Zeit, 1981), <완전히 미친>(Heller Wahn, 1982)으로 이어지는 3부작은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정서적 친밀감, 여성성을 테마로 ‘여성적 유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의 심층을 탐구한 영화들이었다.
<자매, 또는 행복의 균형>은 감정적, 정신적 유대를 형성해나가는 두 자매의 이야기로, 무겁고 쓰라린 주제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주목을 받았다. 영화 안에서 자매와 미망인이 된 어머니는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다녔는데, 시종일관 침울한 분위기와 여성들 사이의 교차 정체성이라는 테마는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의 <페르소나>(Persona, 1966)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폰 트로타의 걸작으로 꼽히는 <독일 자매>는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의 <올림피아>(Olympia, 1938) 이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첫 번째 여성감독의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1968년 독일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사회 변화를 위해 애쓰는 목사의 두 딸, 줄리안과 마리안을 주인공으로 한 이 이야기였다. 줄리안이 기자로 활약하는 반면, 마리안은 테러리스트 조직을 위해 일한다. 마리안이 경찰에 체포되어 독방에 갇혔을 때, 줄리안은 이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그의 연대자가 된다. <독일 자매>의 주인공 마리안과 줄리안은 독일의 과거와 현재를 섞은 인물로 볼 수 있는데, 폰 트로타는 당대의 정치적 이슈와 여성들의 내밀한 감정적 유대를 결합시키는 영화적 특성을 보여주었다.
‘자매애’라는 모티프는 <완전히 미친>(Heller Wahn, 1983)에서 다시 한 번 등장했다. 프로방스와 카이로 로케이션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복잡 미묘한 이야기로 거대한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폰 트로타의 장기를 재차 입증했다. 유럽 사회주의 역사의 기념비적 인물 중 하나인 로자 룩셈부르그를 다룬 전기영화 <로자 룩셈부르그>(Rosa Luxemburg, 1986)에서도 여성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다. 로자 룩셈부르그의 편지와 연설에 기초한 이 영화는 정치적이고 개인적인 것, 혁명가로서 룩셈부르그의 삶과 여성으로서 그의 사적인 경험을 조합하여 호평을 받았다. 로자 룩셈부르그 역을 맡았던 여배우 바바라 수코바(Barbara Sukowa)는 1986년 칸느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6년간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폰 트로타는 독일로 돌아와 처음으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약속>(Das Versprechen, 1994)을 발표했다. 이 영화는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설치된 직후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는 와중에 헤어진 젊은 연인의 이야기였다.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몇 편의 TV 영화를 발표했던 폰 트로타는 2003년 <로젠슈트라세>(Rosenstraße, 2003)를 연출했다. 유태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를 둔 딸이 어머니의 역사를 통해 독일의 역사를 짚어가는 내용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액자 식 플롯의 이 이야기를 통해 폰 트로타는 영욕에 찬 독일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었다.
2012년 폰 트로타는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이자 정치 사상가인 한나 아렌트가 1960~1964년까지 겪었던 실화를 다룬 영화 <한나 아렌트>를 연출했다. 나치 전범인 칼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내용을 보며,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정립한다. 하지만 그녀의 의견은 가족, 친구, 유대계 커뮤니티 등 모든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이 작품은 <로자 룩셈부르크>, <비전>에 이은 강인한 실존 여성 인물 3부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영화사적 평가
마가레테 폰 트로타는 잉마르 베리만, 미조구치 겐지(溝口健二)와 함께 내러티브 영화를 통해 여성의 문제를 다루었던 역대 감독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영화비평가 틸로 위드라(Thilo Wydra)는 자신의 책 『마가레트 폰 트로타 - 살기 위해 찍기』(Margarethe von Trotta – Filmen, um zu überleben, 2000)에서 “폰 트로타의 여성 심리에 대한 탐구는 잉마르 베리만의 작품과 비교할 수 있고, 그 역시 베리만의 형식적 영향을 인정했다”라고 말했다. 통찰력이 있고 복잡한 폰 트로타의 영화들은 여성의 관계를 여성적인 관점으로 묘사하는데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그의 영화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주제를 ‘자매애’의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독일 출신의 영화학자 토마스 앨새서(Thomas Elsaesser)는 자신의 책 『BFI의 독일영화 동행』(The BFI Companion to German Cinema, 1999)에 “‘자매’는 폰 트로타의 영화들에 적합한 타이틀이다. 그의 영화는 감정적인 상호의존성의 관계 안에서 얽혀드는 여성 주인공들을 다룬다”라고 썼다. 앨새서의 지적처럼 독일의 현실을 그린 것으로 평가받는 폰 트로타의 영화는 사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공적인 것과 개인의 삶을 구분하지 않았으며, 여성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자매애의 본질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 스스로는 “여성감독을 게토화하고, 그들이 만든 영화를 유해한 것으로 곡해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여성영화라는 개념을 거부했다. 동시에 그는 주제의 선택과 캐릭터의 재현, 여배우를 선택하는 방식에 있어서 감성의 차이를 근거로 남성이 만든 영화와 여성이 만든 영화의 미학적 차이를 기술하기도 했다. 현재는 사스-피(Saas-Fee)의 유럽대학원에서 영화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품목록
<바람에 눈물이 마르다>(Tränen trocknet der Wind, 독일, 1967, 출연)
<미친 새들과 연주한다면>(Spielst Du mit schrägen Vögeln, If You Play with Crazy Birds, 독일, 1969, 출연)
<저주의 신들>(Götter der Pest, Gods of the Plague, 독일, 1970, 출연)
<발>(Baal, 독일, 1970, 출연)
<미국인 병사>(Der amerikanische Soldat, The American Soldier, 독일, 1970, 출연)
<콤바흐 빈자들의 돈벼락>(Der plötzliche Reichtum der armen Leute von Kombach, The Sudden Wealth of the Poor People of Kombach, 독일, 1971, 공동각본)
<성스러운 창녀에 주목하라>(Warnung vor einer heiligen Nutte, Beware of a Holy Whore, 독일/이탈리아, 1971, 출연)
<로드부인의 낮과 밤>(Die Moral Der Ruth Halbfass, Morals of Ruth Halbfass, 독일, 1972, 출연)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 The Lost Honor Of Katharina Blum, 독일, 1975, 공동연출)
<아틀란틱 스위머>(Die Atlantikschwimmer, The Atlantic Swimmers, 독일, 1976, 출연)
<치명타>(Der Fangschuß, Coup de grâce, 독일/프랑스, 1976, 출연)
<크리스타 클라게스의 두 번째 각성>(Das Zweite Erwachen der Christa Klages, The Second Awakening Of Christa Klages, 독일, 1978)
<자매, 또는 행복의 균형>(Schwestern oder Die Balance des Glücks, Sisters, or the Balance of Happiness, 독일, 1979)
<독일 자매>(Die Bleierne Zeit, Marianne and Juliane, 독일, 1981)
<기만의 순환>(Die Fälschung, Circle of Deceit, 독일, 프랑스, 1981, 공동각본)
<손들어!>(Rece do góry, Hands Up!, 폴란드, 1981, 출연)
<완전히 미친>(Heller Wahn, Sheer Madness, 독일, 1983)
<로자 룩셈부르그>(Die Geduld der Rosa Luxemburg, Rosa Luxemburg, 체코/독일, 1986)
<펠릭스>(Felix (segment "Eva"), 독일, 1988)
<사랑과 두려움>(Paura e amore, Love and Fear, 독일/이탈리아/프랑스, 1988)
<세 자매>(Paura e amore, Three Sisters,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1988)
<아프리카나>(L’africana, 독일/이탈리아/프랑스, 1990)
<기나긴 침묵>(Il Lungo silenzio, The Long Silence, 독일/이탈리아/프랑스, 1993)
<약속>(Das Versprechen, The Promise, 독일/프랑스/스위스, 1995)
<겨울 아이>(Winterkind, 독일, 1997, TV영화)
<쉰 명의 남자와의 키스>(Mit fünfzig küssen Männer anders, 독일, 1999, TV영화)
<어두운 일>(Dunkle Tage, 독일, 1999, TV영화)
<기념일>(Jahrestage, 독일, 2000, TV 시리즈)
<로젠슈트라세>(Rosenstraße, The Women Of Rosenstrasse, 독일/네덜란드, 2003)
<다른 여자>(Die andere Frau, The Other Woman, 독일, 2004, TV영화)
<나는 또 다른 여자다>(Ich bin die Andere, I Am the Other Woman, 독일, 2006)
<범죄의 현장>(Tatort, Crime Scene,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2007, TV 시리즈)
<위대한 계시>(Vision - Aus dem Leben der Hildegard Von Bingen, Vision, 독일/프랑스, 2009)
<언니>(Die Schwester, 독일, 2010, TV영화)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독일/룩셈부르크/프랑스, 2012)
<어긋난 세계>(Die abhandene Welt, The Misplaced World, 독일, 2015)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레이어
[Daum백과] 마가레테 폰 트로타 – 근현대 영화인사전, 동의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 김이석/차민철, 동의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