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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와 이력

루마니아의 영화감독, 제작자. 1968년 루마니아 이아시(Iasi)의 의사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아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몇 년 간 교사와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뒤늦게 부카레스크(Bucharest)의 영화학교에서 연출을 공부한 크리스티안 문쥬는 영화학교를 졸업한 후 <소방수의 합창>(Firemen's Choir, 2000)을 비롯한 몇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단편들은 아이러니에 기초한 코미디 영화들로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작품세계

크리스티안 문쥬의 장편 데뷔작은 <내겐 너무 멋진 서쪽 나라>(Occident, 2002)였다. <내겐 너무 멋진 서쪽 나라>는 루마니아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세 개의 시간, 공간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복합 내러티브 영화였다. 현대적 삶에 작용하는 여러 형태의 억압과 맞서는 세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이 영화는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고, 2002년 칸느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상영되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후 문쥬는 모브라 필름(Mobra Films)이라는 영화 제작사를 창립하여 독일,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의 각 나라를 대표하는 신예 감독들 6인이 합작한 옴니버스 영화 <로스트 앤 파운드>(Lost and Found, 2005)를 제작했고, 여기에 포함된 한 에피소드인 <터키 걸>(Turkey Girl, 2005)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10대 농부 소녀가 아픈 어머니를 위해 의사를 뇌물로 매수하여 터키로 데리고 오는 이야기로 뒤틀리고 삐딱한 시선으로 세계의 아이러니를 묘사했다.

2007년 그는 각본과 연출을 겸한 두 번째 연출작 <4개월, 3주 그리고 2일>(4 Months, 3 Weeks and 2 Days)을 내놓았다. 낙태가 엄격하게 금지된 1980년대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불법 낙태 시술을 행하는 남자와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혼전 임신에 이른 한 소녀가 만나게 되면서 압제적인 분위기에 감싸인 루마니아 사회의 속살을 들추어낸 작품이었다. 전작의 희극적 색채를 버리고 차가운 리얼리즘 스타일에 입각했던 이 작품으로 그는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문쥬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루마니아 영화감독으로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부조리한 사회와 인간이 욕망이 합작한 황무한 현실을 형상화한 이 영화의 절제된 리얼리즘은 2000년대 말부터 세계영화계에 등장한 루마니아 뉴웨이브를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오클랜드대학 커뮤니케이션, 저널리즘학과 부교수 발레리 팔머-메흐타(Valerie Palmer-Mehta)와 아이오와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 알리나 할리뤽(Alina Haliliuc)은 학술지 『텍스트와 퍼포먼스 쿼털리』(Text and Performance Quarterly)에 발표한 논문 『크리스티안 문쥬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의 침묵의 연기』(The Performance of Silence in Cristian Mungiu's 4 Months, 3 Weeks, and 2 Days, 2011)를 통해 텍스트의 ‘여성의 주체화 방식’에 주목하였다. 논문을 통해 두 논자는 이 영화가 “침묵하는 연기의 정치적 잠재력에 대한 완벽한 사례를 제공한다”면서 “정치적이고 가부장적인 억압이 극심했던 루마니아 사회에서 억압의 담론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잠재력을 보여준다”라고 썼다.

라즈반 마르쿨레스쿠(Razvan Marculescu)외 3명의 감독과 공동 연출하고 문쥬 자신이 각본을 쓴 <황금시대 이야기>(Tales from the Golden Age, 2009)는 차우세스쿠의 독재가 횡행했던 루마니아 역사 최악의 시기인 1980년대 이후를 배경으로 한 여섯 편의 일화를 들려준다. 이 시기에 10대 시절을 보낸 문쥬와 공동 연출자로 참여한 감독들은 시대와 역사에 대한 애증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문화 권위지 『빌리지 보이스』(Village Voice)의 영화평론가 짐 호버만(Jim Hoberman)은 “고전적인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마찬가지로 그 영화는 권위에 의해 휩쓸려간 당대 사회 현실에 대한 진실한 재현이다”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티안 문쥬의 저력을 재확인시킨 영화는 타티아나 니쿠레스쿠 브란(Tatiana Niculescu Bran)의 논픽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신의 소녀들>(Beyond the Hills, 2012)이었다. 폐쇄적인 수도원을 탈출하려다가 사망한 여성의 실제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이 영화는 어릴 적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 보이치타를 데려오기 위해 루마니아로 향하는 소녀 알리나의 이야기이다. 수녀가 된 보이치타를 빼내기 위해 애쓰는 알리나는 신에 귀의한 친구와 영원히 헤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신부와 수녀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엄격한 규율과 압제에 의해 얼어붙은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의 문제의식을 이어받고 있는 이 영화는 핸드헬드 카메라, 실제 장소에서의 로케이션 등 금욕적 리얼리즘 스타일을 철저하게 고수했다. 신성모독과 마녀사냥, 엑소시즘의 모티프가 전반에 깔린 이 영화로 문쥬는 65회 칸느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여주인공을 연기한 크리스티나 플루터(Cristina Flutur)와 코스미나 스트라탄(Cosmina Stratan)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크리스티안 문쥬가 4년만에 연출한 영화 <바칼로레아>는 루마니아 대학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2016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영화사적 평가

밀로스 포먼(Miloš Forman) 감독의 초기작과 로버트 알트만(Robert Altman)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고, <자전거 도둑>(Bicycle Thieves, 1948)의 리얼리즘 스타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문쥬는 “나의 모든 작품은 청년기에 체험했던 공산주의 하에서의 자유와 타협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별히 그의 영화는 정치와 제도, 종교에 의해 삶의 근거를 박탈당한 여성 주인공들이 수난을 초점화했다. 미국 영화비평지 『시네아스트』(Cineaste)의 편집장인 리처드 포튼(Richard Porton)은 “크리스티안 문쥬의 자연주의는 신중한 거리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관객들이 주인공의 곤경을 가깝게 느낄 수도 있도록 만드는 비상한 능력을 보여준다”라고 썼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루마니아의 현실을 무대로 정치적 알레고리가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을 통해 역량을 인정받은 문쥬는 새로운 루마니아 영화의 경향을 대변하는 감독이다.

작품목록

<마리아나>(Mariana, 1997, 루마니아, 단편)
<파울리스타의 손>(Mîna lui Paulista, 1998, 루마니아, 단편)
<소방수의 합창>(Corul pompierilor, Firemen’s Choir, 루마니아, 2000, 단편)
<기회 없음>(Nici o intamplare, Nothing by Chance, 루마니아, 2000, 단편)
<재핑>(Zapping, 루마니아, 2000, 단편)
<내겐 너무 멋진 서쪽 나라>(Occident, 루마니아, 2002)
<로스트 앤 파운드>(Lost and Found) 중 <터키 걸>(Turkey Girl,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독일/ 헝가리/ 루마니아, 2005)
<4개월, 3주, 그리고 2일>(4 luni, 3 saptamani si 2 zile, 4 Months, 3 Weeks and 2 Days, 루마니아/ 벨기에, 2007)
<황금시대 이야기>(Amintiri din epoca de aur, Tales from the Golden Age, 루마니아/ 프랑스, 2009, 공동 연출, 옴니버스)
<신의 소녀들>(Dupa dealuri, Beyond the Hills, 루마니아/ 프랑스/ 벨기에, 2012)
<바칼로레아>(Bacalaureat, 벨기에/프랑스/루마니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