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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표시기 | 200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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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왕자웨이(王家衛) |
왕자웨이의 멜로 영화?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그의 영화들은 항상 멜로드라마가 스토리의 기본 축을 이루고 있었다. 단지 워낙 스타일이 독특하다 보니 그게 일반 멜로드라마와 다른 것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화양연화〉(2000년)의 스토리는 정말 전형적인 멜로지만, 그 영상에 있어선 역시 남다르게 철저한 생략과 절제된 이미지로 이뤄져 있다. 특히 주인공인 차우[량차오웨이(梁朝偉) 분]와 리첸[장만위(張曼玉) 분]의 아내와 남편은 뒷모습이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결코 보여주지 않는 것은 의도적인 생략이다. 감독은 차우와 리첸의 감정만을 위주로 잡아 나가기 위해 둘 이외의 인물들은 최대한 무시하고 있다. 장면도 마치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처럼 핵심만을 포착해 보여준다.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전체적인 설명 숏이라고 할 수 있는 마스터 숏이 별로 없고, 클로즈업이나 바스트 숏에 의한 핵심 이미지만 보여주다 보니 자칫하면 공간 개념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화양연화〉는 아주 아름답고 독특한 멜로 영화가 되었다.
나는 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너무 많은 생략 때문에 영화의 스토리를 이해 못 해서 지루했다. 그러나 여러 번 보면서 스토리를 이해하고 나자 그 이미지들의 아름다움이 절절히 와 닿았고, 수없이 반복되는 감미로운 주제 음악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일반 대중들을 설득시키긴 어려울 것 같다. 결과적으로도 국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듯이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멜로 영화에서 기대하는 적나라한 극적 상황이나 과잉된 감정,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예쁜 이미지들은 대부분 생략해버렸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음악과 이미지만 남을 뿐이다. 감독은 오히려 대부분의 연출자가 쉽게 놓치기 쉬운 세밀하고 내밀한 감정의 여운들을 정확하게 잡아낸다. 그러기에 영화를 음미하며 깊게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이 영화를 재미있게 느낄 것이다.
이 영화의 극적인 모티프는 멜로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되는 '불륜'이지만 여기선 남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불륜에 대한 영화는 많지만, 불륜의 다른 쪽 당사자에 대한 영화는 흔치 않다. 나는 불륜의 다른 편을 보여주고 싶었다. 누구나 인생에는 아픔과 비밀이 있다. 1962년 홍콩은 중국 공산화 후 본토에서 흘러나온 사람들의 드라마로 가득 찬 곳이라 내겐 매혹적인 시공간이었다."
1960년대 당시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유부남과 유부녀가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자신들의 남편과 아내가 다른 사람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해서 자신도 쉽게 그 같은 행위를 할 순 없는 일이다. 이 영화에서는 기존의 극적인 멜로와 달리 자신들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다 결국에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회한과 추억으로만 남기고 마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크리스토퍼 도일의 카메라는 〈중경삼림(重慶森林)〉(1994년)처럼 현란하지 않은 대신 〈아비정전(阿飛正傳)〉(1990년)처럼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렇다. 이 영화의 스타일은 〈아비정전〉과 유사하다. 그런 분위기는 두 남녀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종종 보이는 인물들의 슬로우 모션 효과도 아주 세련되어 보인다. 그런 이미지는 상황에 대한 정서적인 느낌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화양연화〉는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자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과 기술공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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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스릴러·공포·엽기 영화에서 멜로·로맨틱코미디·휴먼 영화까지 흥미진진한 영화의 세계. 단순한 작품 해설과 감상이 아닌, 현장 감독으로서의 시선과 해석을 담았다...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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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화양연화 – 영화는 쉬지 않는다, 이정국,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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