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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섬유 산업의 역사에서 비단은 황허 문명을, 면은 산업 혁명을 각각 일으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야기할 나일론은 20세기의 문명을 일으켰다고 칭해지는 상품이다. 나일론의 발명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특히 ‘나일론으로 만든 스타킹’은 화학자들에게 남다른 애착이 있는 제품이다. 왜냐하면 고분자 화학의 역사와 스타킹 발명과는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926년 독일 화학자 헤르만 슈타우딩거(Hermann Staudinger, 1881~1965)가 섬유질인 셀룰로오스의 분자는 고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분자 물질을 합성하면 고분자의 합성 섬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각국에서는 합성 섬유 연구가 촉발되었다. 미국 듀폰사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스타킹은 슈타우딩거의 고분자설이 발표된 이후 1938년에 미국 듀폰사가 처음 만든 제품으로, 합성 섬유인 나일론이 핵심 재료다. 나일론은 1935년 이 회사에 근무하던 캐러더스(Wallace Hume Carothers, 1896~1937)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다.

나일론 개발은 장난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지금도 전해진다. 캐러더스가 잠시 실험실을 비운 사이 연구원들은 그동안 합성 섬유를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재료들을 가지고 실을 길게 뽑아내는 놀이를 했다. 연구원 중 한 명이 병 속에 든 폴리에스테르를 유리 막대로 찍어 허공으로 휘젓자 마치 거미줄 같은 실들이 길게 퍼졌다.

이 사실을 안 캐러더스는 녹는점이 낮아 섬유를 만들 수 없는 폴리에스테르에 이런 성질이 있다면, 녹는점이 매우 높은 폴리아마이드에도 같은 성질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거듭했다. 마침내 1938년 9월 듀폰이 세계 최초로 나일론을 개발했다. 나일론으로 만든 스타킹 역시 이듬해 듀폰에서 발표되었다. 캐러더스가 개발한 초기의 나일론은 질기지 못해서 직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1935년 봄, 5-10 폴리아마이드를 최적의 나일론으로 선정해 벤젠 화합물에서 나일론을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는 나일론 66 중합체를 개발했다.

듀폰은 1938년 카프로락탐과 아디프산 등을 반응시킨 나일론의 상업 생산에 성공, 1939년 뉴욕 만국 박람회에서 ‘석탄과 공기와 물로 만든 합성 실크’라는 타이틀과 함께 처음으로 나일론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나일론은 여성용 블라우스 등 섬유 소재와 낙하산 재료로도 사용되었다. 현재 나일론은 자동차용 타이어, 벨트, 호스뿐만 아니라 낚싯줄, 광섬유, 부직포, 필터, 방탄복, 헬멧, 각종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원재료 등으로 사용된다.

스타킹은 1940년부터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되어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나일론 스타킹의 성공 이후 새로운 합성 섬유 개발이 촉발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킹의 재료로 사용된 나일론은 정확히 말하면 나일론 66이라는 물질이다. 66이라는 숫자는 화학 구조에서 탄소 원자 수와 관련이 있다. 초기의 나일론은 의류 소재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나일론 기반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재료에 더 많이 활용된다.

그럼 나일론이란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것일까? 나일론은 폴리아마이드계 합성 섬유에 붙여진 일반명으로, 마찰에 강하며 인장 강도가 다른 섬유보다 월등하다. 이 이름을 두고 미국과 일본의 신경전도 거셌다. 듀폰이 개발한 섬유의 이름을 나일론(nylon)이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 당시 일본 비단 수출을 일본 농림성이 주도하고 있었는데 캐러더스의 발명으로 일본 농림성의 코를 납작하게 해놓았다는 뜻에서 농림의 영어 발음(Nolyn)을 거꾸로 해 나일론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하지만 듀폰은 나일론 브랜드는 사내 공모를 통해 결정한 이름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