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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에 의하면 실내에서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개의 경우, 인간의 언어를 적어도 200단어 이상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복합어일 경우에도 개가 고릴라보다 더 많은 수의 단어를 이해한다는 학설도 있다.

조니는 자기 이름이 불리면 무엇을 하고 있든지 상관없이 부리나케 달려온다. '앉아!', '기다려!'와 같은 짧은 지시어는 물론, '산책', '밥' 등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단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러 그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는 건 아닐까 의심되는 때도 있다. 자기가 싫어하는 단어가 등장하면 이름을 불러도 즉각 반응하지 않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무시하는 건지, 나이가 든 만큼 경험이 많아진 조니로서는 제법 노련한 수법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은 의사소통을 할 때 말과 목소리에 의존하지만, 관찰력이 뛰어난 개는 즐거운 일이나 기쁜 일 등의 경험을 단어와 연결시켜 이해하는 것에 능숙하다.

'산책'이나 '밥'과 같은 단어를 예로 들어보면, '산책'은 '즐겁다', '밥'은 '행복하다'와 같이 자신의 감정과 연결시켜 특정 단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즐거운 순간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들으면 눈을 반짝거리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 자신이 들은 '산책'이나 '밥'이라는 단어가 실제의 행동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아 실망하기도 한다.

개는 주로 보디랭귀지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며, 사람의 목소리에 담긴 뉘앙스나 분위기를 감지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주인이 보이는 약간의 몸짓이나 눈빛을 보고 현재의 상황과 분위기를 정확하게 판단하기도 한다. 주인이 피곤해 보일 때는 억지로 놀아달라고 떼쓰지 않고 주인 옆에 조용하게 앉아 있고는 한다.

가족이나 부부가 다투고 있으면, 개는 한쪽 구석에서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다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싸움을 말리려는 것처럼 얼굴을 핥기도 한다. 가족 간에 흐르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와 각각의 얼굴 표정과 목소리 등을 민감하게 감지하고는 가족이 현재 '화가 난 상태'라는 것을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개는 인간의 모든 언어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목소리의 뉘앙스와 몸짓, 그리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연결시켜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 자발적인 판단 아래 행동한다. 어쩌면 가족 구성원 중 가장 눈치가 빠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조니의 경우, 비록 그 원인이 자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뭔가 불쾌한 생각이나 슬픈 생각에 빠져 있으면 민감하게 그 감정을 알아차린다. 평소 같았으면 신나게 뛰어다니며 즐거워할 조니이지만 그럴 때는 내가 진정될 때까지 얌전하게 기다려준다. 그러다가 내가 다시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조니를 부르면 기쁜 듯 내 곁에 다가온다.

또한 개는 자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과 분위기도 이해한다. 만약 조니 앞에서 칭찬하는 말을 하거나 거꾸로 험담하는 말을 하면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신에 대해 나쁜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면 기분이 상해 풀이 죽어 있기도 할 정도다.

말을 걸고 스킨십을 하는 등 주인이 평소부터 개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의 시간을 가지면 개의 언어 이해력 또한 점점 향상될 수 있다.

항상 개는 주인의 말을 이해하려고 집중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개의 기분을 이해하기 위해 과연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을까? 개는 인간의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이해한다. 반면 개에 비해 월등한 지능을 자랑하는 인간은 개의 기분이나 의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는 개가 인간보다 훨씬 현명해 보인다.

개의 이해력은 어느 정도일까?

인간의 행동을 보고 상황을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