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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 제작된
만화

미녀는 괴로워

적나라하지만 모호한 미에 대한 기준

스즈키 유미코의 『미녀는 괴로워』는 1997년 코단샤의 잡지 <키스>에 처음 연재를 시작했다. 2년 후인 99년에 연재를 마무리했고 단행본은 전부 다섯 권이 발간 됐다. 살찐 몸이 콤플렉스인 칸나가 미남 코스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신성형을 감행, 초미녀가 된다는 설정이 이야기의 밑바탕이다. 칸나는 미녀가 됐지만 뚱뚱했던 때의 일은 전부 잊고 싶어서, 다른 사람인 척 행세하며 코스케에게 접근한다. 그녀가 다른 사람인 척하려는 행동은 이기적이며 자아도취가 심한 비호감의 모습뿐이라 되려 코스케와 거리감만 생긴다. 2006년 한국에서 『미녀는 괴로워』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다. 배우 김아중과 주진모가 출연했고 연출은 김용화가 맡았다.

미녀는 괴로워
미녀는 괴로워

전신성형으로 미인이 된 칸나

ⓒ Yumiko suzuki, 서울문화사

동물의 세계에서도, 인간의 세계에서도 아름다움이란 곧 권력이다. 보다 아름답고 강한 것에 끌리는 것은 너무나 본능적인 것이어서 이를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고 비난할 수 없다. 스즈키 유미코의 『미녀는 괴로워』는 이런 권력과 가장 거리가 먼 뚱보 칸나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뚱뚱한 그녀는 오래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가 큰 결심을 하고 초미녀가 된 이후의 삶을 그린다. 그렇다면 세상은 그녀에게 이제껏 없었던 상냥함으로 다가올까. 칸나는 미녀가 되고도 자신이 아름다워졌다는 걸 믿지 못해 부단히도 미녀처럼 행세하려고 군다. 뚱뚱했던 사람들을 비웃는가 하면, 한편으론 그들의 처지를 알기 때문에 뒤에서 몰래 돕는다. 『미녀는 괴로워』는 이렇게 묘한 지점에 서서 세상의 양면성을 들여다본다. 칸나의 몸과 생각의 부조화가 웃음을 유발하지만 진짜 아름다움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되묻는 것 같아 마냥 유쾌하지는 않다.

전부이면서 전부가 아닌 외모

미녀는 괴로워

아름다워졌지만 예전의 습관을 그녀는 버릴 수 없다

ⓒ Yumiko suzuki, 서울문화사

사람의 진심과 본질을 파악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딱 보면 척하고 맞출 수 있는 신기가 있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본질을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꿰뚫기가 어렵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눈에 보이는 게 우선이어서인지, 사람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외모는 사실 꽤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누군가는 ‘외모지상주의’라고 비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외모도 사람의 일부분인데 판단을 내리는 기준에서 논외로 쳐야한다는 논리가 더욱 이상하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도대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는 외모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거리에 걸려있는 수많은 성형외과 광고에 등장하는 이들처럼 획일화 된 아름다움을 가지면 정말 아름다워지는 것일까. 사람들은 그런 광고에 등장하는 미남, 미녀를 두고 아름답다고 하면서도 한편 공장에서 찍어낸 기계처럼 볼품없다고 깎아내린다. 누구보다도 대중의 미적 기준을 반영했음이 분명한 얼굴인데 누구도 진심으로 아름답다고 하지는 않는 것이다. 여기다 성형한 사실이 드러나기라도 하면 ‘성형한 괴물’이라는 취급받기 딱 좋다. 이런 모호하고 미묘한 사람들의 미에 대한 기준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스즈키 유미코의『미녀는 괴로워』가 보여주는 칸나의 촌극이 이해가 간다.

뚱녀라고 놀림 받다가 거금을 들여 전신성형을 한 칸나. 성형을 한 후의 그녀는 누가 봐도 미인이지만, 뚱뚱했던 시절에는 ‘칸나균’으로 불리며 이지메의 표적이 되었다. 그러니 사람들 앞에서 늘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칸나가 일대의 변신을 하게 된 이유는 미남이라 인기가 좋은 코스케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외면할 때 유일하게 도와줬던 코스케와 사귀기 위해 칸나는 미녀가 되기로 결심하고 목숨을 건 전신성형을 감행한다. 아름다워진 모습에 만족하지만 뚱뚱했던 자신의 과거를 들키면 사람들이 곧 자신을 다시 무시할 것이라 여기는 칸나는 완벽히 예전의 모습을 버리려고 부단히도 애를 쓴다.

그런데 방법이 이상하다. 그녀는 과거 자신이 뚱뚱하고 못났다는 이유로 이지메를 했던 동창생인 여왕처럼 사악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못나고 뚱뚱한 사람들을 비웃고 미인은 자신은 이렇게 굴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뚱뚱한 사람들이나 약자의 처지를 너무 잘 알아서 괴로워도 한다. 칸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돕는다. 이런 칸나의 행동을 보는 코스케는 그녀를 안하무인이라 여기다가도 은연중에 튀어나오는 그녀의 선행에 마음이 끌린다. 코스케의 반응을 보면서 그녀는 더욱 의아하다. 어떻게 하면 진짜 미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없는 것이 아름다움

미녀는 괴로워

한국에서 영화화 됐던 <미녀는 괴로워> 중 한 장면

『미녀는 괴로워』의 칸나는 외모지상주의를 대놓고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칸나만 놓고 보면 작품은 미인이 됐어도 마음이 추하면 결국 영원히 아름다움을 얻지 못한다는 1차원적인 교훈에 머무르는 것 같다.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오히려 아름다움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작품은 되묻는다. 칸나는 외모로 차별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역으로 미인은 사악할 것이라 편견을 가진 이중적인 인물이다. 칸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칸나와 마찬가지로 코스케를 좋아하는 나나코만 봐도 알 수 있다. 날 때부터 미인이고 워낙 예쁘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배려를 받아온 터라 도도하지만, 그녀는 나름 개념도 있고 선한 마음을 가졌다. 이런저런 이유를 늘어놓고 점수를 매겨 코스케가 누구를 선택할지 예측해보면 나나코에게 마음이 기우는 것이 당연한데 그는 칸나를 선택한다. 얼굴도 몸도 예쁘지만 못된 구석도 있고 그런가 하면 어딘가 어둡고 내심 배려심이 있는 칸나가 그는 좋다.

칸나의 뚱뚱한 외모가 괴롭힘의 표적이 되게 하는 이유였지만, 아름다워졌다고 해서 세상은 그녀에게 반드시 따뜻하지 않다. 외모도 아름답고 선한 품성을 지녔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이의 마음을 반드시 얻으리란 보장도 없다. 물론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 『미녀는 괴로워』는 추와 미, 두 개의 개념으로만 아름다움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흔히들 추한 것에도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가. 결국 아름답다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고 정의될 수 없다. 아마 지구가 세 번 멸망하고 다시 생겨나도 말이다.

미녀는 괴로워
미녀는 괴로워 200 Pounds Beauty
제작 :
2006, 한국
감독 :
김용화
주연 :
김아중, 주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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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영 집필자 소개

컬처매거진 BRUT 에디터, 씨네21 객원기자를 거쳐 현재는 만화없는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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