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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와 드라
마로 제작된
만화
정직함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

라이어 게임

Liar Game

<라이어 게임>은 카이타니 시노부가 슈에이샤의 주간만화잡지 <영 점프>에서 2005년부터 부정기로 연재한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단행본 19권으로 2015년 완결이 되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휴재가 잦아 연재 속도가 더뎠지만 만화 연재 중반에 제작된 드라마와 영화는 각각 오리지널 엔딩을 만들면서도 원작을 능가하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국에서도 TVN에서 한국판 리메이크 <라이어 게임>을 제작, 방영한 바 있다. 거액의 돈을 건 게임에 참여해 흔들리는 인간심리를 아프도록 파헤친 문제작.

라이어 게임

<라이어 게임> 카이타니 시노부, 슈에이샤/학산문화사 펴냄

바보같이 정직한 나오의 불행

바보같이 정직하면, 사람을 믿으면, 세상을 똑바로 살아가기 힘든 걸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인 줄 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세상은 만만하지 않고, 누군가를 온전히 믿는 것보다 의심하고 회의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일견 당연한 얘기다. 내 가족도 완전히 믿기 어려운 세상에 타인을 믿는 다는 건, 그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다. 속아서 직접 피해라도 입으면 어쩔 텐가? 그럼에도, 이런 세상에 ‘바보 같이 정직한’ 여자가 있다. <라이어 게임>은 제목 그대로 거짓말을 해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잔뜩 나오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 ‘칸자키 나오’는 ‘바보같이 정직한 나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정직과 신뢰를 사람 모양으로 빚어놓은 것 같은 인간이다. 길에서 10엔(한화 약 100원)을 주우면 인근 파출소에 갖다 주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너무 잘 믿고 속아서 ‘(머리가)좀 모자란 것 아니냐’란 얘기를 듣고 산다. 그걸 제외하곤 극도로 평범한 고작 스무살 남짓한 여자애다.

불행은 만국의 인류에 공평하다고 했던가? 착하게만 세상을 사는 나오에게도 불행이 찾아온다. 그것은 예쁘게 봉투에 담겨 집 우편함으로 배달되었다. ‘LGT 사무국’이 발신지로 적힌, 아마도 누군가 직접 우편함에 넣은 듯 우체국 소인도 찍혀있지 않은 초대장이었다. 라이어 게임으로 당신을 초대한다는 내용. 초대장을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게임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간주된다는 설명, 여기에 뒤이어 소포 하나가 그녀 앞으로 배달된다. 1억 엔의 빳빳한 현금과 게임의 규칙 설명서였다. 규칙은 간단했다. 지금 받은 1억 엔을 30일 후에 그대로 사무국에 반환하면 된다는 것. 그런데 게임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대전 상대가 있다. 상대도 마찬가지로 1억 엔을 받은 상태다. 서로 소지하게 된 1억 엔을 지키거나, 상대의 것을 빼앗으면 되는 것.

라이어 게임

일본에서 방영한 드라마 <라이어 게임>. 심야드라마로 편성되었지만 마니아층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었다.

ⓒ Fuji TV

무던히 삶을 살며, 가끔 행복감과 불만을 느끼며 지내는 보통의 우리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현금다발 10억이 차곡차곡 든 박스가 배달된다면? 아마도 평생 현금으로 그 정도 액수는 만져볼 일이 없을 대부분의 소시민들에게 10억은 집에 보관해놓고 있기도 무섭고 두려워서 안절부절 못할, 어쩌면 걱정에 잠도 이루지 못해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는 액수일 거다. 나오도 딱 우리 같은 소시민이기에, 이 액수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 이번 게임에서, 자신의 대전 상대로 지목된 사람은 다름 아닌 고교시절 나오의 은사였다. 안심하며 나오는 선생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대신 은행에 넣었다가 게임이 끝날 때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선생의 말을 믿고 돈을 맡긴다.

짐작했겠지만 선생은 나오에게서 1억 엔을 빼앗은 것이다. 나오는 게임에서 지고 있는 것이다. 그걸 깨닫기까지도 시간이 조금 걸린 나오는 선생님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이고 실전이라며 매몰차게 군다. 나오는 망연자실하지만, 어느 미심쩍은 인물에게 “희대의 천재 사기꾼이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그를 찾아 나선다. 아키야마 신이치, 다단계에 사기당해 아들의 등록금까지 날려버린 엄마가 자살로 가져다 준 생명보험금으로 학업을 마치고, 오랫동안 준비해 엄마의 목숨을 앗아간 다단계 기업을 상대로 사기를 쳐 망하게 만든 뒤 사기죄로 3년 실형을 선고받았던 남자다. 그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의심한다. 나오는 무작정 아키야마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매달리고, 처음엔 무시하던 그도 엄마를 연상케 하는 순진한 나오의 모습에 마음을 바꿔 그녀와 파트너가 된다. 거짓말쟁이들의 게임, <라이어 게임>에 드디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최고의 거짓말쟁이가 참전했다. 그리고, 게임의 방향은 바뀌기 시작한다.

최고의 거짓말쟁이 vs 최고의 정직한 바보

라이어 게임

<라이어 게임>원작의 판권을 구입해 국내에서 만든 드라마 <라이어 게임>.

<라이어 게임>에는 다양한 종류의 게임이 나온다. 첫 번째 게임인 ‘1억 엔 지키기’ 게임은 겉보기엔 단순히 돈을 지키기만 하면 끝나는 것 같지만 교활한 LGT사무국에서는 철저히 참자가를 엄선해 대전 상대로 붙여준 뒤, 아등바등 안절부절하는 인간군상을 뒷짐 지고 지켜본다.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모종의 실험에 참가한 피실험체를 관찰하듯. 믿기에 속고, 속아서 돈을 빼앗기고, 게임에서 져 빼앗긴 만큼 빚을 떠안게 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어서 나오는 모든 게임이 마찬가지다. 게임에서 져서 빚을 지게 된(애초에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출전자는 빚을 갚고 게임에서 빠져나오거나, 빚을 안은 채로 다음 게임에 참가해야 한다. 거기서 이겨서 돈을 획득한 다음 마찬가지로 빚을 청산하고 게임을 빠져나오거나, 게임에서 져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안은 채 다음 스테이지로 진출하는 식이다.

아키야마는 나오를 돕기 위해,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게임에 참가시켜 빚을 떠안기는 LGT 사무국이란 수상한 단체의 정체를 까발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다음 스테이지에 참가한다. 그곳에서 1라운드를 치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빚을 당장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2라운드에 참여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지기 싫으면, 빼앗기기 싫으면 빼앗아라. 빼앗고 짓밟고 속여서 이겨라.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저마다의 욕망을 쥐고 게임에 임한다. 나오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말을 믿지만 아키야마는 매번 속아 넘어가는 나오를 한심하게 여기지 않는다. 믿음을 배신으로 보답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으면서도 ‘언젠가 진심은 통한다’고 여전히 믿는 그녀의 신념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플레이어들이 합심해 가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필승법을 찾아낸다.

라이어 게임

LGT 사무국의 입장. “저희는 (플레이어의 채무를)반드시 회수할 것입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 Kaitani Shinobu, SHUEISHA

“사람은 의심하고 봐야 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지만, 사람을 의심한다는 것은 즉, 그 사람을 알려는 행위라고 믿는다. 그 행위는 틀림없이 숭고해…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믿는다’라는 이름하에 하는 행위는 사실, 타인을 알려는 노력의 포기. 그것은 결코 믿는 것이 아닌 ‘무관심’. … 의심은 결코 악이 아냐. 진정한 악은 타인에게 무관심해지는 거지. 의심해야 해. 의심하고 의심해서, 그 마음속을 응시하는 거야. 사람은 정말 괴로운 일일수록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아키야마의 이 말은 뼈아프다. 언젠가 끝나기 때문에 소중한 삶을 살아가면서, 타인과 진정한 교류를 할 수 없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일까. 신뢰는 알아가면서 쌓이는 법이다. 그러나 알지 못한다 해도, 아니 알지 못하기에 의심해야하고 단지 나를 지키기 위한 의심으로만 끝나는 일들이 많은 세상에서 섣불리 타인에게 “나는 너를 알고 싶어”, “나는 너를 믿고 싶어”라는 제스처를 보내기란 쉽지 않다.

거짓말쟁이들이 만들어가는 <라이어 게임>의 필승법은 역설적이게도, 진실이고 믿음이었다. 세 사람만 있어도 편이 나뉘는 인간관계에서 반드시 누구 하나는 배신의 길을 간다. 그들을 배신하면 승리의 달콤한 열매를 독식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계속 어그러지고 위기를 맞아도 나오는 끝끝내 모두를 화합하게 만든다. <라이어 게임>은, 게임에 참여한 인간군상이 빚어내는 촌극에 비추어 현대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 뒤 해답은 신뢰와 연대의식에 있다고 명확하게 가리킨다. 화려하게 시선을 빼앗는 게임 진행이 아닌, 그 아래 있는 사람들의 해결법에 시선을 두자. 바보 같은 정직함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을 거둘 수 있는 세상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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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희 집필자 소개

전 컬처매거진 <Brut> 에디터, 현재 만화 없는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에디터. 저서로 <젊은 목수들> <좀비사전>(공저)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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