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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 제작된
만화 소박한 한 그릇에 담긴 인생의 맛
심야식당
Midnight Diner, 深夜食堂화려한 번화가 신주쿠의 뒷골목에는 늦은 밤 12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가게가 있다. 변변한 간판도 없고 커다란 규모도 아니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심야식당’이다. 이곳의 주인 마스터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가게를 지켜왔다. 대표메뉴는 돼지고기 된장 정식. 그 밖의 메뉴는 없지만, 그날 가진 재료나 기분 또는 손님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음식을 내어 놓는다. 게이바의 사장, 스트립 클럽의 스트리퍼, 야쿠자, 연예인 등 그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매우 다양하다. 취향도 얼마나 제각각인지 매번 요구하는 요리도 다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찾는 요리에 특별한 사연이 담겨있다는 것. 계란말이에는 첫사랑의 추억이, 가다랑어포를 얹은 네코맘마에는 무명가수의 특별한 사연이 담겨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내가 찾던 추억의 맛을 찾아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게 안은 늘 따뜻하다. 일본에서만 누적판매 240만부를 기록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영역을 뛰어넘으며 진화 중이다.
일본 작가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만큼 다양한 변주를 거듭하며 대중을 찾는 만화가 있을까. 누구보다 소소한 에피소드로 이어진 만화가 드라마로 영화로 또 뮤지컬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얼핏 밋밋하고 심심해 보이는 『심야식당』의 심연에는 덮밥 한 그릇에서 느낄 수 있는 소박함의 정취가 있다. 그리고 거기엔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을 법한 특별하고도 조금은 시시한 삶이 녹아있다.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맛보다
모두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12시. 심야식당에는 그제야 작은 불이 켜진다. 준비된 음식은 언제나 돼지고기 된장 정식. 변변한 메뉴도 없기 때문에 도대체 무엇을 파는 식당인가 싶지만, 식당으로 하나 둘 모여드는 손님들을 통해 이곳의 정체성이 확실해진다. 심야식당의 주인 마스터는 가게를 찾는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다. 단 만들 수 있는 음식에 한해서.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은 각자의 취향, 사연이 담긴 요리다. 요리라고 하면 거창한 무언가를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그들은 도시락 반찬으로 즐겨먹는 계란말이나 오차즈케 정도를 찾을 뿐이다. 때에 따라선 계절별미를 먹기도 하고, 옆 테이블 손님이 시킨 음식을 보고 덩달아 같은 요리를 주문하기도 한다. 그렇게 저마다의 이유로 심야식당을 찾다보니 매번 같은 음식을 찾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똑같은 요리를 찾는 데에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다. 심야식당이 위치한 골목에서 28년간 게이바를 운영해온 코스즈와 동네에서 야쿠자로 유명한 류가 그렇다. 어스름한 새벽 가게 문을 닫고 심야식당을 찾는 것이 낙인 코스즈의 단골메뉴는 계란말이, 류의 단골메뉴는 문어모양 비엔나소시지다. 줄 위에 세워놓으면 정반대의 자리에 위치할 것 같은 두 사람 모두 음식에 ‘첫사랑’의 기억이 있다.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내기 위해 『심야식당』에서는 부러 인물의 입을 빌리지 않는다. 마스터가 주문을 받아 그들 앞에 먹음직스러운 계란말이와 소시지를 내려놓는 순간, 그들의 이야기도 함께 시작된다.
소박한 맛과 버무린 삶
『심야식당』에서는 음식과 삶을 연결한 에피소드가 끝없이 펼쳐진다. 먹는 것은 곧 산다는 것이기에 음식에 곁들어진 삶은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처럼 자연스레 섞인다. 동네 스트립 클럽에서 가장 유명한 스트리퍼인 마릴린은 모든 이들의 아이돌이나 다름없지만, 사랑은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 그런 그녀가 즐겨먹는 음식은 미디엄으로 구운 명란젓. 명란젓을 먹을 때마다 그녀는 명란젓 같은 입술을 가졌던 첫사랑의 얼굴을 기억한다.
음식과 삶을 연결한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다 보면 가장 훌륭한 재료는 인물들의 삶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심야식당』에서는 뭔가 시시해 보이는, 일본의 가정식이 주인공이다. 무엇보다 훌륭한 재료인 ‘삶’이 있기에 거창하고 화려한 요리는 필요 없다. 그저 인생이 담긴 맛을 파는 것이다. 야심한 시각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심야식당으로 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장 작은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변주
『심야식당』이 지닌 이야기는 크기로 치자면 매우 작다. 평범하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는 가슴 깊이 다가왔다가 또 다른 요리와 사람이 등장하면 곧 휘발해버린다. 얼핏 단점처럼 보이지만 『심야식당』이 오래토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나의 굵은 이야기에 집중해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갔다면, 이토록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놓칠 수밖에 없었을테니까. 식당은 마치 여러 가지 요리를 담는 그릇처럼 가지각색의 인물들의 삶을 한데 담아낸다.
일본에서만 누적판매 240만부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답게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은 2009년 드라마화 됐다. 음식을 만들고 그들의 삶을 듣는 마스터 역할에 코바야시 카오루가 캐스팅 됐다. 다양한 인물들이 스치듯 가게에 들리는 만큼 유명 배우들의 등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변주를 거듭하던 『심야식당』은 2015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계속되는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해 많은 이목을 끌었던 오다기리 조가 한 번 더 코바야시 카오루와 함께 등장한다. 한편 한국에서도 <심야식당>이 리메이크 됐다. 일본과 한국, 무대는 다르지만 소시민들의 삶을 곁들인 요리를 내놓는다는 점은 같다.
말 그대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이토록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요리’ 자체가 주는 행복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때로는 말보다 따뜻한 요리 하나가 훨씬 더 마음을 달래주듯이. 한 그릇의 위로와 삶에 대한 찬사가 거기, 『심야식당』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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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심야식당 –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만화, 김봉석 외, 에이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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