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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만화가백과 소외된 이를 보듬는 탐미주의자

박희정

한국의 순정만화가. 로맨스, 동성애, 휴먼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탐미적인 화풍과 섬세하고 문학적인 플롯을 선보여 왔다. 출판만화에서 웹툰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출판만화 대표작으로는 <호텔 아프리카>, <마틴앤존>, 등이 있고 웹툰으로 넘어온 뒤에는 네이트에서 채색 일러스트 만화 <케덴독>을 인기리에 연재했다. 아름다운 작화 덕에 음반 재킷이나 뮤지컬의 일러스트 작업을 하기도 했다. 2010년 <마틴앤존>으로 부천만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박희정

ⓒ ⓒJoongAng Ilbo Co., Ltd.

약력

1970. 경상북도 경주 출생.
1993. 서울문화사의 순정만화지 <윙크>에 단편 〈Summer Time(그해 여름의 이야기)〉를 실으며 데뷔.
1995~1998. <윙크>에 옴니버스 장편 <호텔 아프리카> 연재
1997. 에메랄드 캐슬 1집 〈Invitation〉 앨범 재킷 작업.
1998. 만화잡지 <나인(Nine)>에 <마틴앤존> 연재.
2000. 조장혁 3집 〈LOVE〉 앨범 재킷 작업.
2001.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집 <씨에스타(Siesta)> 발간. 만화가 최초로 개인전 개최.
2006~2010. <윙크>에 <마틴앤존> 재연재.
2010. <마틴앤존>으로 부천만화대상 대상 수상. 뮤지컬 <쓰릴 미> 일러스트 포스터 작업.
2011.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에서 특별전 개최.
2013~2014. 네이트만화에서 웹툰 <케덴독> 연재.

대표 작품

1993. 단편 〈Summer Time〉
1995. 〈아이 캔트 스탑(I CANT STOP)〉
1995~1998. 〈호텔 아프리카〉
1998, 2006~2010. 〈마틴앤존〉
2001.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집 〈씨에스타〉
2003~2005. 〈피버(FEVER)〉
2011~2013.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2012. 단편집 〈Q열〉
2013~2014. 〈케덴독〉

주요 영상화 작품

2000. 라디오 드라마 〈mbc 만화열전:호텔 아프리카〉
2012.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순정만화계의 대형 신인

<호텔 아프리카>

ⓒ ⓒ박희정, 서울문화사

박희정은 197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아마추어 만화 동호회 ‘미지수’, ‘PAC’ 등에서 활동했고,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1993년 서울문화사의 순정만화잡지 〈윙크〉에 단편 〈Summer Time〉을 실으며 만화가로 데뷔했다.

예쁘고 아름다운 순정만화는 이미 많았다. 탐미계열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돋보였던 이은혜가 있었고, 1996년에는 천계영이 데뷔했다. 하지만 박희정은 아름다움 이상의 개성을 갖고 있었다. 우아한 인체는 김혜린과 황미나에게서 영향을 받았고, 독일 일러스트레이터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배경과 소품, 스타일은 에스닉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풍겼다.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니며 익힌 페이지 컷은 영화적 프레임을 연상시켰다. 미장센도 탁월했다. 그는 단번에 순정만화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1995년 선보인 <호텔 아프리카>에서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신선하고 에너지 넘치는 연출, 시공간을 오가는 플롯, 시선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화풍,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감성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며 연재 당시부터 ‘다시는 쉽게 나올 수 없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란 극찬을 받았다. 그는 ‘걸출한 신인’에서 ‘대형 작가’가 되었다.

<호텔 아프리카> 일러스트레이션

ⓒ ⓒ박희정

만화출판물의 스펙트럼을 넓히다

박희정이 작업한 앨범 재킷들

ⓒ ⓒ박희정

박희정은 만화출판물의 스펙트럼을 넓힌 작가이기도 하다. 1997년 에메랄드 캐슬 1집, 2000년 조장혁 3집의 앨범 재킷을 그렸고, 2001년에는 일러스트레이션 모음집 〈씨에스타〉를 냈다. 〈씨에스타〉는 큰 성공을 거뒀다. 당시에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만화잡지나 단행본 표지, 특별 부록용 브로마이드 정도에만 쓰이고 단행본으로 묶이기도 힘들었다. 〈씨에스타〉가 흥행한 덕분에 권신아의 작품집 〈인디고〉와 옴니버스 작품집 〈ACTⅢ〉이 연이어 출간되었고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도 민감했다. 2006년 박희정은 작곡가 방시혁,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와 손잡고 멀티미디어 소설 <신드롬>을 론칭했다. 소설, 음악, 만화, 사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결합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2010년에는 뮤지컬 <쓰릴 미>의 일러스트 포스터를 작업하기도 했다.

뮤지컬 <쓰릴 미> 포스터

ⓒ ⓒ박희정

2012년 김조광수 감독과 함께 웹툰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동명의 웹툰을 연재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지금처럼 영화와 웹툰의 콜라보레이션이 흔하지 않은 때였다. 이후 본격적인 웹툰 작업을 시작해 네이트만화에서 <케덴독>을 인기리에 연재했다.

소외된 자들을 사랑하다

순정만화에도 유행과 시대정신이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순정만화는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소녀들의 판타지가 주류를 이뤘다.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순애보에 울며 웃던 소녀들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점차 꿈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 왕자는 백마에서 내려왔지만, 순정만화의 시선은 여전히 현실 너머 어딘가에 있었다.

박희정의 등장은 그래서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늘 현실 혹은 더 그늘진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순히 사랑하길 원하는 자들이 아니라, 사랑을 갈구하고 필요한 자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초기작 <아이 캔트 스탑>에서 부터 드러난다.

<아이 캔트 스탑>의 주인공은 고등학생 배구선수들이다. 배구는 소재일 뿐 클로즈업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운동선수라는 신분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그들은 선수로서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다. 도전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불안해한다.

대표작 <호텔 아프리카>는 유타 사막 한 가운데 덩그러니 존재하는 ‘호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상처 받은 영혼들이 서로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작가 지망생 앨비스는 유년 시절 호텔 아프리카에서 일어났던 신비롭고 아름다운 일들을 회고한다. 호텔 아프리카에 투숙하는 손님들은 주류 사회에서 한 걸음 빗겨나 있는 자들이다. 주인공인 앨비스부터가 흑인과 백인 혼혈이다. 미혼모, 인디언, 도박사, 집시 등 크고 작은 상처들을 간직한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보듬고 또 다시 사랑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마틴앤존>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옴니버스 단편 모음집 <마틴앤존> 12권 표지(왼쪽). 박희정은 <마틴앤존> 등을 통해 여러 명대사를 남겼다(오른쪽).

이외에도 박희정은 학교라는 울타리에 좀처럼 정착하지 못하는 아이들(<피버>), 여러 가지 형태의 동성간 사랑(<마틴앤존>,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 지속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왔다. 특히 <마틴앤존>은 동성애를 주제로 하고 있음에도 2010년 부천만화대상 대상을 수상하여 그의 만화가 장르나 독자의 성별과 관계없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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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집필자 소개

에이코믹스 에디터

출처

만화가백과
만화가백과 | 저자김봉석 외 | cp명에이코믹스 전체항목 도서 소개

만화가들이 그들의 분야에서 어떤 도전을 했고 대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만화가의 만화인생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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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박희정 만화가백과, 김봉석 외, 에이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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