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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만화가백과 보이지 않는 인간의 추악함을 그리다

이토 준지

いとうじゅんじ

일본의 대표적인 공포만화가. 월간 <할로윈>에서 주최한 우메즈 가즈오상에서 <토미에>로 가작을 받으며 데뷔했다. 무한증식, 신체 변형과 절단 등에서 오는 공포를 신경질적으로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불쾌한 감정을 부르는 내용과는 달리 순정만화에 가까운 미형의 작화가 특징. 대표작으로 <소용돌이>, <토미에> 시리즈, <공포의 물고기>가 있다.

이토 준지

ⓒ ⓒDaum

이토 준지는 1963년 일본의 기후 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우메즈 가즈오의 작품 <미이라 선생님>을 접하게 된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괴기만화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나카오카 토시야, 쓰쓰이 야스타카, 오오토모 가츠히로, H. P. 러브크래프트 등에서 영향을 받으며 자작 만화 <사형수 만세>를 그려 친구들 사이에서 절찬리에 연재하기도 했다.

숙모의 충고로 치과 기공사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치기공사로 근무하던 1986년, 월간 <할로윈>에 <토미에>를 응모한다. 당시 <할로윈>에서는 공포만화상인 우메즈 가즈오상을 신설했다. 1987년, <토미에>가 가작으로 당선된다. 당시 심사 위원에는 우메즈 가즈오도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이토 준지는 치기공사를 그만두고 1990년부터 전업 만화가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월간 <할로윈>과 <네무키>에 <혈옥수>, <터널기담> 등을 연재하며 입지를 다진 그는 1998년부터 <주간 빅 코믹 스피리트>에 <소용돌이>를 연재하며 일본 호러 만화 거장의 계보에 오르게 되었다.

약력

1963년 7월 31일 기후 현 출생
1987년 월간 <할로윈>배 제1회 우메즈 가즈오상 가작에 <토미에>가 입선하며 데뷔.
1991~1993년 <이토 준지의 공포 만화 컬렉션> 시리즈 출간.(전 5권)
1997~1999년 <이토 준지의 공포 만화 컬렉션> 시리즈 출간.(전 16권)
2002~2003년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시리즈 출간.(전 10권)
2003년 <어둠의 목소리> 시리즈 출간.(전 3권)
2009년 단행본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무> 출간.
2010~2012년 <빅 코믹>에 <우국의 라스푸틴> 연재.
2011~2013년 <이토 준지 걸작집> 시리즈 출간.(전 11권)
2013~2014년 단편집 <마의 파편> 출간.

미디어믹스

영화

1999년 <토미에>
2000년 <토미에 replay>, <오시키리 The strange story>, <소용돌이>
2001년 <토미에 re-birth>, <허수아비>
2002년 <토미에 최종편 - 금단의 열매>
2004년 <신음하는 배수관>
2005년 <토미에 BEGINNING>
2007년 <토미에 VS 토미에>
2011년 <토미에 무제한>

드라마

1991년 <전율의 선율>
1999년 <토미에 공포의 미소녀>
2000년 <이토 준지 공포 컬렉션>
2015년 <기묘한 이야기 25주년 스페셜 봄~인기 만화가 경연편~ ‘지박자’>

애니메이션

2011년 <교>(OVA)

<토미에>와 <소용돌이>

국내에 출간된 <토미에> 표지

ⓒ ⓒITO Junji

이토 준지의 데뷔작 <토미에>는 지금까지도 대표작으로 뽑힌다. 고등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인 토미에를 죽여 마흔 두 조각으로 나누어 유기하자, 조각들에서 각각의 토미에가 자라나 자신을 짝사랑하는 남자들을 파멸로 이끄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토미에’의 재미있는 점은 독자들이 그녀를 무서워하는 동시에 경외한다는 것이다. 토미에는 얼핏 보면 순정만화의 주인공으로 착각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질투에 미쳐버린 남성들의 손 안에서 가차 없이 절단되고 변형되거나 무한으로 증식하는 토미에의 신체는 이토 준지의 그로테스크하고 탄탄한 작화와 함께 강한 생리적 혐오감을 자아낸다.

<소용돌이> 중에서

ⓒ ⓒITO Junji

<토미에> 시리즈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토 준지가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소용돌이>를 발표한 후부터다. <소용돌이>는 이토 준지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시골 마을 ‘쿠로우즈’가 소용돌이의 저주에 휘말리는 내용을 그렸다. 어느 날부터 마을 사람들이 달팽이로 변하거나 몸이 용수철 모양으로 뒤틀리고, 몸에 나타난 블랙홀에 먹혀 사라지기 시작한다. 마을 바깥으로 도망치려 하면 터널이 나선형으로 변해 다시 마을로 돌아오게 되며, 구조선조차 바닷속 소용돌이에 휩쓸려 마을에 다가오지 못한다. 주인공과 주민들은 소용돌이의 아비규환 속에서 죽음만을 기다리는 상태가 된다. 도망칠 수 없는 공간 안에서 신체마저 소용돌이의 저주에 먹혀 들어가는 묘사는 내외부적으로 독자를 압박하며 코스믹 호러의 진수를 체험하게 한다.

어그러진 일상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함

단편 <학대>

ⓒ ⓒITO Junji

‘이토 준지 호러’하면 기괴한 그림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그가 공포를 빚어내는 방식은 그림보다는 스토리에 있다. 그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포착한 심리나 행태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즐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단편 <학대>다. 어느 소녀가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에게 한 살 아래의 사내아이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소녀는 아이를 돌보다가 점점 귀찮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소녀는 급기야 귀찮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아이를 잔인하게 괴롭히는 것으로 풀기 시작한다. 괴롭힘의 강도는 점점 세지다가, 결국 아이를 개에 물리게 하는 지경에 이른다. 아이의 집은 놀라 이사해버리고 소녀도 동네를 떠난다. 성인이 된 여자는 멋지게 성장한 아이와 재회해 결혼한다. 몇 년 후 남자는 아이와 여자를 남겨놓고 사라진다. 여자는 어릴 적 자신이 그를 괴롭힌 데 대한 복수라고 생각하고 남자와 자신의 아이를 또 다시 학대하기 시작한다.

<학대>에는 다른 작품처럼 잔인하고 끔찍한 묘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나라하고 극단적으로 표출된, 약자를 향한 욕망의 민낯은 섬뜩하다.

<소용돌이> 시리즈의 부분인 <악령의 머리카락> 역시 예뻐 보이고 싶어 하는 여자들의 심리를 그로테스크하게 드러낸 단편이다. 여고생들의 머리카락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부풀어 오르고, 그들은 서로 누구의 머리카락이 더 크고 소용돌이치는가로 경쟁하다 머리카락에 기를 빨려 죽는다.

이토 준지의 작품들은 일관적으로 평범한 일상이 어그러질 때 드러나는 인간의 비정상적인 욕망이나 광기를 그린다. 진정한 공포는 눈에 보이는 기괴한 형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인간의 추악함이다. 토미에를 원하지만 가질 수 없기에 살해해버리는 추악함, 소용돌이의 저주 속에서 서로를 파괴하는 인간들의 이기심 등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일상일 수 있다. 이토 준지 만화의 진정한 공포는 바로 그 일상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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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집필자 소개

에이코믹스 에디터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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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백과 | 저자김봉석 외 | cp명에이코믹스 전체항목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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