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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죽기전에 봐
야할 명작만
세계와 인생의 동일한 법칙

강철의 연금술사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스퀘어에닉스의 만화잡지 ≪강강≫에서 연재한 아라카와 히로무의 소년만화. 신인작가의 작품이었던 <강철의 연금술사>는 마이너 잡지였던 ≪강강≫을 먹여살린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다. 2003년에는 소학관 만화상 소년만화부문, 2011년 테즈카 오사무 문화상을 받았고 SF상인 성운상의 코믹부분 상을 받기도 했다. 전 27권으로 6천4백만부 이상이 팔렸고, 한때 <원피스> <나루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소년만화의 선봉장으로 인정받았다. 청년만화의 심각한 주제를 소년만화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 원작 만화는 물론 신, 구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도 높아 호평을 받았고, 이야기가 절정으로 흘러가면서도 전혀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늘어지지도 않아 더욱 찬사를 받았다.

연금술이라는 세계관

강철의 연금술사

<강철의 연금술사>,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스퀘어에닉스/학산문화사 펴냄, 완전판 기준 18권 완결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연금술이다. 중세의 전설이나 신화 등에 꼭 끼어드는 연금술은 다른 금속을 조합하여 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현자의 돌을 발견하면 모든 것을 이루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신비주의. <강철의 연금술사>의 세계관은 연금술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에 기초해 있다.

실재하는 연금술은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아랍을 거쳐 유럽에 전해진 일종의 화학기술이다. 헬레니즘시대의 일부 학자들은, 모든 물질은 4원소로 되어 있기 때문에 비율을 적절하게 바꿈으로써 다른 금속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구리나 철 같은 금속으로 금을 만들어내는 것을 가장 고난도로 여겼다. 많은 연금술사들이 일반 금속을 금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연금술의 핵심이라고 할 ‘현자의 돌’을 찾아내지도 못했다. 연금술은 사기라고 비난받기도 했지만 연금술에서 사용된 수많은 약품과 실험도구와 방법 등은 근대의 화학에 큰 도움을 주었다. 또한 갈릴레오나 뉴튼 같은 과학자들은 한때 연금술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연금술의 역사적 사실이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역사적 사실에, 판타지를 이끌어낸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연금술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행하는 마술적인 과학이다. 다른 모양으로 사물을 변형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무한대의 창조를 뜻하지 않는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에드의 대사를 통해 ‘연금술이란 물질 내에 존재하는 법칙과 흐름을 알고 분해하여 재구축하는 것’이고, 과학자인 연금술사는 ‘이 세상 모든 물질의 창조원리를 해명하여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연금술의 기본은 등가교환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1 대 1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뭔가를 얻으려면 그것과 동등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들의 영혼에도 적용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에도. <강철의 연금술사>는 철저한 인과응보의 세계다. 인과응보의 세계관이야말로 연금술의 기초이자 <강철의 연금술사>의 기본 테마다.

모든 것은 대가를 치른다

강철의 연금술사

<강철의 연금술사>는 금지된 인체연성을 시도했다 팔과 다리를 잃은 형 에드워드, 육체를 잃고 갑옷에 영혼을 정착시킨 동생 알폰스 두 형제의 모험기다.

ⓒ ARAKAWA HIROMU, SQUARE・ENIX CO.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구 <강철의 연금술사>는 만화와 달리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죽어버린 연인을 잊지 못하여 인형을 만들어낸 연금술사를 보여준다. 그 남자는, 자신이 사랑했던 그 순간만의 여인을 기억하고 있다. 그건 일종의 거짓말이고 기만이다. 이미 그녀는 돌아와 그의 곁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늙어버린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연금술로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사라진 것을 부활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에릭과 알은 그런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연금술사인 에드와 알 형제는 어머니를 되살리기 위하여 ‘인체연성’을 시도했다가 이미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이다. 왼쪽 다리를 잃은 에드는 자신의 오른팔을 대가로, 육체를 잃어버린 알의 영혼을 금속 갑옷에 정착시킨다. 에드 형제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국가연금술사가 되어 현자의 돌을 찾아 전국을 떠돌아다닌다. 에드와 알은 소년이지만 이미 세상의 비극을 알아버렸다. 아니 끊임없이 세상의 비극을 보아야만 한다.

어떤 의미로 에드와 알은 이미 지옥을 보아버린 소년들이다. 그들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고 대가를 치렀다. 그들의 캐릭터는 기존의 영화나 만화에서 많이 보았던 ‘미친 과학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미친 과학자들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사적인 이유에서 금기를 뛰어넘는다. 시체를 이용하여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그들은 단호하게 신에게 도전한다.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말처럼 “눈앞에 가능성이 있으니까 시험해 봤다. 아무리 그게 금기라는 걸 알고 있어도 시험해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죄악을 저질렀고, 그 대가로 고통의 길을 걷게 된다. 작가인 아라카와 히로무는 그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라고 말한다.

그 뿐이 아니다. 아라카와 히로무는 <강철의 연금술사>를 통하여, ‘자신의 행동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고,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들 역시 그런 진실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어질러 놓았으면 자신이 치워야 하고, 거짓말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진지한 충고를 피하지 않는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인간, 죽음, 금기 등등 다소 복잡하고 난해한 테마를 강렬하게 그려낸다. 연금술의 성취를 위하여 부인과 딸을 실험도구로 삼는 인간, 처참하게 죽어가는 착한 사람들,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세계 등 성인만화에서나 다루던 영역으로 뛰어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그 뿌리는 분명하게 소년만화에 있다. <원피스>가 소년만화의 극한까지 달려간다면 <강철의 연금술사>는 성인의 테마를 끌어들여 소년만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끝없는 대결에서 거대한 세계로

강철의 연금술사

<강철의 연금술사> 주요 등장인물들.

ⓒ ARAKAWA HIROMU, SQUARE・ENIX CO.

에드와 알은 전국을 떠돌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자신의 실험을 위하여 가족을 도구로 쓴 남자가 있고, 자신의 연금술이 살육의 도구로 쓰인 것을 참회하며 시골의 의사로 살아가는 남자도 있다. 에드와 알은 자신들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 이미 대가를 치른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여전히 그것을 짊어져야 함을 알고 있다. 그건 에드와 알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업이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엄숙할 때는 엄숙하게 그 비극을 다루면서도 소년만화적인 즐거움을 잊지 않는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전형적인 소년만화의 구성을 따른다. 어떤 목표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난한 모험에 나선다. 원피스를 찾아 최고의 해적이 되겠다는 <원피스>도, 아버지를 찾기 위해 헌터가 된 <헌터 X 헌터>도, <샤먼 킹>도, <나루토>도 모두 일종의 성장모험담이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판타지 중에서도 <반지의 제왕>보다는 <스타워즈>와 닮았다. 절대악을 물리치기 위하여 멀리 모험을 떠나는 대신에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거대한 음모와 싸워야 한다. <이누야샤>가 고전적인 판타지라면 <강철의 연금술사>는 현대적인 판타지라 할 수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란 말은 에드의 몸이 강철로 되어 있음을 말한다. 국가 연금술사에게는 그들의 능력이나 특징에 따라 별명이 붙는다. 번개와 불꽃을 만들어내는 로이 머스탱은 불꽃의 연금술사,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알렉스 루이 암스트롱은 호완의 연금술사 등등. 그런 특징을 가진 연금술사들과 기묘한 힘을 가진 호문쿨루스가 다양한 대결을 벌인다. 이슈발 출신으로 모든 연금술의 힘을 해체시켜버리는 괴한과 이국에서 온 권법가까지 가세하면서 <강철의 연금술사>는 화려한 대결의 양상을 보여준다. 만화를 보면서 일었던 호기심이, 애니메이션에서는 더욱 멋지게 채워진다. 가장 멋있는 것은 물론 루이 머스탱의 불꽃과 번개다.

인간은 어리석고 약하다. 그래서 구원받을 가치가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

<강철의 연금술사>는 게임으로도 제작된 바 있다.

ⓒ ARAKAWA HIROMU, SQUARE・ENIX CO. BANDAI, 2004

‘스승님은 말했다. 이 세계도 법칙에 따라 흐르고 순환한다. 사람이 죽는 것도 그 흐름의 하나. 흐름을 받아들여라. 다 이해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해 못했으니까 그 때 엄마를...그리고 지금도 어쩔 수 없는 일을 어떻게 할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어. 난 바보야. 그 때부터 하나도 성장한 게 없어.’

그렇게 알은 자책한다.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연금술사를 칭송하고, 그의 능력을 무서워해도 에드와 알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아무리 개니 악마니 욕을 먹어도…우린 악마도 아니고 신은 더더욱 아니야. 인간이란 말야! 겨우 여자애 하나 구해줄 수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인간이야…”

그래서 에드와 알은 끊임없이 떠돌아다닌다. 그들의 육체를 되살리기 위해서, 타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하지만 현자의 돌의 비밀은 오히려, 그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순수한 선도, 순수한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에 인간은 존재하는 것이다.

“피는 피를, 증오는 증오를 부추겨. 부풀어오른 강대한 에너지는 이 땅에 뿌리내리고 피의 문양을 새긴다. 몇 번을 되풀이해도 학습을 몰라. 인간이란 어리석고 슬픈 생물이지.”

호문쿨루스는 그렇게 인간을 비웃는다. 하지만 그것을 알기 때문에 에드와 알은 연금술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고통을 동반하지 않는 교훈에는 의의가 없다. 인간은 어떤 희생 없이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 같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그 반복을 통해서 조금씩이라도 기어가고 있는 것이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소년만화의 영역을 뛰어넘어, 세계와 인생의 법칙을 설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이 <강철의 연금술사>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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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집필자 소개

영화평론가, 대중문화 평론가. 전 한겨레 기자 및 <씨네21>기자, 전 <Brut> 편집장, 현재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편집장. 저서 <좀비 사전> <나의..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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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봐야할 명작만화
죽기전에 봐야할 명작만화 | 저자김봉석 외 | cp명에이코믹스 전체항목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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