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1863년 뉴욕 거리에 희한한 현상 모집 벽보가 나붙었다. 상아가 아닌 다른 재료로 당구공을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1만 달러의 상금을 준다는 내용이다. 평소에 발명에 관심이 많고 동생과 함께 발명품을 만들어 본적도 있는 인쇄공 존 하이엇은 벽보를 보고 구미가 당겼다.

19세기 미국의 부유층에서는 당구가 크게 유행했는데, 당구공은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로 만들어야 해서 무척 비쌌다. 게다가 상아를 얻으려고 코끼리를 남획하는 바람에 『뉴욕타임스』가 코끼리의 멸종을 경고할 정도였다.

하이엇 형제는 나무가루, 헝겊, 아교풀, 녹말 등 여러 물질을 섞어 가열하고 단단하게 압축해 당구공을 만들었다. "재료를 바꾸라"는 원리에 따른 발명이었다. 하이엇 형제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한 끝에 1869년 새로운 물질인 '셀룰로이드'를 만들어 특허 출원을 했다. 이 셀룰로이드는 당구공뿐 아니라 단추, 주사위, 영화 필름, 톱니 등에 널리 쓰이면서 하이엇 형제에게 큰 부를 안겨주었다.

지금은 당구공의 제조 성분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는 벨기에의 아라미스 당구공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데, 오늘날 생산되는 저렴하고도 품질 좋은 당구공은 하이엇 형제의 발명이 바탕이 된 것이다. 하이엇 형제의 발명으로 플라스틱 시대가 시작되었다. 벨기에의 베이클랜드는 페놀과 알데히드를 반응시키면 합성수지가 생긴다는 독일의 화학자 폰 바이어의 논문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셀룰로이드의 단점을 보완해 1909년 신물질 '베이클라이트'를 만들어냈다. 이로써 하이엇 시대에 시작된 플라스틱 시대가 만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