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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론

중국인을 쫓아내자!

19세기 말 미국 신문의 만평 하나. '백인 여성의 시신 위에서 입에 칼을 문 중국인이 권총을 쏘아댄다. 천지는 중국인의 방화로 불탄다.' 그림이 전달하려는 의도는 명확하다. '중국인을 쫓아내자!'

황인종에 대한 편견이 드러난 1899년 미국 신문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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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의 편견은 폭력을 불렀다. 중국인 학살 사건이 빈발하고 1882년에는 중국인 배척법까지 만들었다. 대륙횡단 철도를 깔 때 노동력의 절반 이상을 제공해 서부 개척의 숨은 공로자로 꼽히는 중국인들이 오히려 증오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불경기의 원인을 저임금의 중국인 노동 이민 때문으로 돌리기도 했다.

황인종에 대한 편견은 '황화론(黃禍論)'으로 발전한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는 러시아 차르 니콜라이 2세에게 보낸 1895년 9월 26일자 편지에서 '유럽 문명을 파괴하려는 아시아인들에게 맞서 단결하자'고 촉구했다. 이때 처음 쓰인 '황화(yellow peril)라는 용어는 곧 서구 사회 전체로 퍼지고 아류작이 쏟아졌다. 영국 시인 키플링이 발표한 '백인종은 미개한 야만인들을 교화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시 〈백인의 책무〉(1899)에서 1977년 나온 소설집 《황색 악마》까지 황인종에 대한 편견과 황화론은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황화론이 현실화할까. 멜라민 분유의 공포가 확산되고 베이징올림픽에서의 국수주의를 목격한 2008년을 되돌아보면 혹여 그럴 것도 같다.

문제는 '황화'가 중국인만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시안 전체가 대상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노동 운동 지도자인 새뮤얼 곰퍼스는 '우월한 백인은 열등한 아시안들을 법이나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산 차량이든 중국산 장난감이든 대미 수출이 늘면 어김없이 황화론이 등장하고 한국산 제품까지 덩달아 견제를 받는다. 황인종은 정녕 천형(天刑)을 안고 태어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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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집필자 소개

영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서울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증권부 차장으로 일하며 한국기자협회 ‘이 달의 기자상’(2회)과 백상기자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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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롤모델 | 저자권홍우 | cp명인물과사상사 전체항목 도서 소개

시간과 공간적 맥락에 따라 인간의 삶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일관적으로 목격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세계사를 수놓은 365가지의 장면과 인물을..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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