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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을 오간 간첩이며 군인이자 행정가, 열역학의 기초를 닦은 과학자. 럼퍼드 백작의 이력이다.
1753년 매사추세츠 럼퍼드 태생의 가난한 소년 벤저민 톰프슨(Benjamin Thompson)의 출세 배경은 '돈 많고 명 짧은 과부'와의 만남. 주경야독하며 홀로 과학 지식을 익힌 19세 미남 청년은 열네 살 연상의 부유한 미망인과 결혼하여 재산가로 떠오르고 민병대 소령 계급도 얻었다. 독립군의 정황을 염탐하다 발각되어 영국으로 도망친 후에는 전공을 부풀려 대령으로 승진했다. 27세에는 화약 성능 실험의 공으로 왕립 협회 회원으로 뽑혔다.
승승장구하다 프랑스 간첩단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자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미국으로 내뺐다. 종전 후 영국에 돌아온 톰프슨 대령의 다음 행보는 바이에른 제후국. 영국은 그에게 기사 칭호를 주면서도 다중 간첩으로 여겨 사실상 쫓아냈다. 독일에서 장군 직위를 받고는 군을 개혁하고 식량난과 도시 빈민 문제를 해결해 신성로마 제국의 백작 작위를 따냈다. '럼퍼드의 대포 실험'을 통해 통념이던 '열의 물질성'을 뒤엎고 열에너지 학설을 발표한 것도 이 무렵이다.
미국의 웨스트포인트 설립을 제안한 사람도 럼퍼드다. 전력이 들통 나 초대 교장 취임이 무산된 후의 행선지 파리에서 그는 다시금 부자 과부와 결혼한다. 상대는 단두대에 희생된 화학자 라부아지에의 미망인. 말년의 그는 명예 교수 자리를 받는 조건으로 하버드대학에 전 재산을 바쳤다.
비록 고향인 럼퍼드 주민들은 반역의 흔적을 지우려고 마을 이름을 콩코드로 바꾸었지만 그의 이름은 하버드대학 럼퍼드 석좌 교수직과 영국 과학 학술원의 럼퍼드상, 달의 '럼퍼드 분화구'에 살아 있다. 1814년 8월 21일 61세를 일기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친 그는 반역자일까. 국경을 초월했던 천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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