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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석불 사건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발각된 대형 사건은 중석불(重石弗) 사건이 시초다. 중석불이란 중석(텅스텐)을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 정치 자금을 노리고 중석불을 제멋대로 운용해 폭리를 취한 게 중석불 사건의 요지다.
무대는 1952년 피난 수도인 부산. 단 1달러의 외환 사용마저 대통령의 재가를 얻던 처지에 거액의 달러가 들어왔다. 중석 1만 5,000톤의 대미 수출 계약 덕분이다. 무기 제조의 핵심 광물인 중석의 세계 소요량 중 30%를 공급하던 중국의 공산화로 원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던 미국이 한국에 건넨 선금은 470만 달러.
규정대로라면 중석불은 기계류나 선박 등 산업 자재 수입에만 쓸 수 있었으나 관료들은 중석불을 '노무자들을 잘 먹여야 더 많이 캐낸다'는 논리를 동원해 양곡 수입용으로 용도를 바꾸고 자유당 창당 정치 자금을 댄 특정 민간업자들에게 공정 환율(1달러=6,000원)로 넘겼다.
업자들은 달러당 2만 원을 웃돌던 암시장에 중석불을 풀어 환차익을 챙겼다. 수입 소맥분도 적정 가격 4만 5,000원보다 훨씬 높은 12만 5,000원에, 한 포대에 2만 8,800원인 비료는 12만 1,800원에 팔아넘겼다. 들끓는 불만 속에 7월 18일자로 구성된 국회 진상 조사단의 조사 결과 환차익 505억 원, 가격 조작 265억 원이라는 폭리 구조가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사후 처리. 수입 농산물 가격을 문제 삼은 농림부 관리들이 희생된 반면 사건을 주도한 재무부 라인은 정권의 비호 속에 3공 말기까지 승진과 출세 가도를 달렸다. 법적 처벌은 업자 몇몇이 5년 뒤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게 전부다. 국민 경제에 해악을 끼쳐도 벌 받지 않는 풍토 또한 굳어졌다.
전선에서 병사들이 죽어나가던 전쟁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최초의 대형 비리, 중석불 사건 58주년. 요즘은 나아졌다지만 부패 구조의 뿌리는 질기고 강하다. 망각은 경제를 좀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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