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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명화의 속사
에두아르 마네

부채를 베르트 모리조

팜므 파탈의 탄생

요약 테이블
크기 45x60cm
제작시기 1872년
원제 Berthe Morisot à l'éventail
작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프랑스, 1832~1883년
소장/전승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
기법 유화, 캔버스에 유채

인상파 화가 중 한 명으로 두드러진 활동을 했던 베르트 모리조는 수년 동안 마네의 초상화의 단골 모델로 등장한다. 모리조가 마네의 동생인 외젠과 결혼하기 전인 1872년에 그려진 이 작품에서 모리조는 그림을 그린 당사자인 마네와의 사적인 친밀함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자신의 얼굴을 검은 부채로 가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리조가 취하고 있는 자세와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해 그녀는 ‘팜므 파탈’로서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Berthe Morisot à l'éventail

ⓒ WikiArt | Public domain

1869년부터 1874년에 이르기까지 마네는 베르트 모리조를 모델로 한 10점 이상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가 모리조를 처음 만난 1868년부터 모리조는 꾸준히 마네의 작품에 영감을 주는 뮤즈로서 자리를 잡았다. 지적인 면모와 화가로서의 재능,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매력을 지닌 모리조에게 마네가 흥미를 느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마네가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한 작품이 오로지 5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모델로서 모리조가 마네에게 주었던 매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869년 에바 곤살레스의 초상화를 필두로 마네는 <가슴을 내놓은 갈색 머리 여인>, <가슴을 내놓은 금발 여인>, <술탄의 처> 등 여러 여성 모델을 대상으로 초상화를 그렸다. 이에 대해 모리조는 서운한 감정을 자신의 동생에게 내비치기도 했다.

마네가 모리조의 초상화를 그렸던 마지막 2년(1872~1874년)에 모리조는 그의 동생인 외젠과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 기간 동안 그려진 <부채를 든 베르트 모리조>에서 관람자는 마네가 모리조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욕망과 라이벌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모리조가 마네의 추종자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동료화가로서 그들의 사이가 대등한 관계였음을 증명하는 사례가 꽤 남아있다. 마네는 화가로서 모리조의 능력을 크게 샀을 뿐 아니라, 그녀의 스타일을 자신의 작품에 적용해보기도 했다. 또한 모리조는 마네에게 다른 인상파 화가들처럼 외광 풍경화(plein air painting)를 그려보도록 권하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모리조는 자신의 얼굴을 검은색 부채로 가리고 있는데, 이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화가와 모델 간의 사실적인 친밀함을 용인하지 않았음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리조는 마네의 그림을 위해 모델이 되는 순간 느꼈던 감정을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마네의 작품은 언제나 야생 과일, 심지어 설익은 과일 같아. 나는 그의 작품이 굉장히 좋아. 그림 속의 나는 못생겼다기보다 독특하게 보여. ‘팜므 파탈’의 분위기랄까”
Neret, 2003/2006, 51쪽

모리조가 외젠 마네와 결혼한 이후 에두아르 마네와 모리조의 관계는 점차 소원해졌지만,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예술가로서, 뮤즈로서 마네에게 깊은 영감을 준 모리조의 검은 눈동자는 마네의 작품 속에서 여전히 그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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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Cachin, F.(1990). Manet: "Jai fait ce que j'ai vu". 김희균 역(1998). 마네: 이미지가 그리는 진실. 서울: 시공사.
  • ・ Neret, G.(2003). Manet. 엄미정 역(2006). 에두아르 마네. 서울: 마로니에북스.
  • http://www.musee-orsay.fr

이브리 집필자 소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을 공부했고, 시각예술 및 시각문화에 관한 다양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출처

명화의 속사정
명화의 속사정 저자이브리 외 | 출판사Daum 전체항목 도서 소개

어떤 작품이 왜, 그리고 어떻게 명화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때때로 화려한 외양과 무거운 존재감 때문에 명화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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