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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녀가 타고
떠난 그
F1 슈퍼 레이싱카를 도로에서 만나다

페라리

Ferrari
요약 테이블
국가 유럽>이탈리아
페라리 엠블럼

ⓒ 김영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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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모두를 흥분시키는 자동차, 페라리

페라리는 단순히 빨리 달리는 스포츠카가 아니다. 빼어난 디자인뿐 아니라 오감(五感)을 만족시킨다. 그래서 페라리는 차를 파는 게 아니라 ‘꿈을 판다’고 마케팅을 한다.

우선 시동을 걸면 웅장한 엔진과 배기음 소리에 귀가 호사를 한다. 황홀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V8각주1) , V12기통 엔진들이 연주를 쏟아낸다. 눈도 호사롭다. 이탈리아 전문 디자인 업체 피닌파리나의 디자인은 페라리를 바퀴가 네 개 달린 자동차에서 소장 가치가 있는 조각품으로 변모시킨다. 촉감은 영락없는 최고급 소재의 향연이다. 외관 도장의 매끄러움뿐 아니라 실내 인테리어 알칸타 가죽은 손가락이 닿는 곳곳에 편안함과 럭셔리라는 영감을 줄 정도다.

후각 역시 빼어나다. 실내 가죽과 인테리어 소재에서 베어 나오는 은은한 향은 초콜릿, 아니 고급 와인의 아로마를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입맛은 어떨까. 페라리의 빼어난 자태와 함께 어떤 악기로도 흉내 내기 어려운 배기음을 듣고 나면 입에 군침이 돈다. 마치 한 겨울 군고구마 아저씨가 쓴 ‘벙거지’를 봤을 때처럼 말이다. 고구마가 익는 달콤한 향처럼 페라리는 입맛을 돋우는 첨가물이다.

나는 두 번이나 페라리의 고향 이탈리아 마르넬로에 가본 경험이 있다. 특히 2007년 5월 페라리 60주년 행사가 기억에 남는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페라리 팬들이 1960년대 페라리부터 말 그대로 페라리 퍼레이드를 벌였다. 누가 요구해서가 아니라 페라리를 사랑하는 고객 스스로 원해 참여한 것이다.

페라리는 전 세계 어디서나 ‘부의 상징’으로 통한다. 차 한 대당 가격이 수억 원씩이나 하는 고가라서가 아니다. 스페셜 또는 한정판매(리미티드 에디션)라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을 쓴 덕이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든지 살 수 있는 비싼 차라는 이미지를 벗어났다. 연간 생산 대수도 많아야 7,000대가 채 안된다. 창사 이래 지금까지 판매한 차량이 겨우 12만 대에 불과하다.

페라리는 고급차 메이커인 벤츠, BMW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수요보다 공급을 적게 하는 게 전략이다. 따라서 세계 경제 위기와 페라리 고객과는 큰 관련이 없다. 통상 페라리 고객의 예금 잔고(부동산이나 펀드 등에 투자한 자산 이외의 순수 현금성 자산)에는 500만 달러(약 55억 원) 이상이 들어 있다. 차량에는 생산 날짜와 순번, 고객 이름을 새겨준다. 이런 페라리 오너들은 보통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운전을 한다. 5~10퍼센트의 고객은 1년에 한 번 정도 시동을 걸뿐 자동차로서의 성능이 아니라 예술품처럼 컬렉션을 즐긴다. 구매한 후 단 한 번도 타보지 않은 경우도 있을 정도다. 페라리는 고성능뿐 아니라 빼어난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엘레강스한 이탈리아의 전통을 담아낸 디자인 전문 업체 피닌파리나의 공적이다.

현재 생산되는 페라리의 모든 차종은 출력이 500마력 전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길어야 3, 4초가 걸린다. 판매하는 모델도 많지 않다. V8 4,308cc 490마력각주2) 엔진 MR(엔진이 차체 가운데 놓인 형태)방식의 F430과 F430 스파이더, V12 5,748cc 540마력 엔진 FR(보닛에 엔진을 얹은 후륜구동각주3) )레이아웃의 612 스카글리에티와 V12 5,999cc 620마력 엔진 FR 방식의 599 GTB 피오라노, V8 4,499cc 570마력의 458 이탈리아 등의 모델을 생산한다. 고객의 취향에 따라 맞춤제작 방식을 고수하는데다, 수작업이 많아 612 스카글리에티의 경우 주문에서 출고까지 22개월이 걸린다.

페라리는 맞춤제작 방식을 따른다. 612 스카글리에이티의 경우, 출고에서 주문까지 총 22개월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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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운전이 어려울 것 같은 스포츠카만 생산하는 페라리가 2011년 재미있는 신차를 내놨다. 사륜구동각주4) 4인승 FF다. ‘페라리 포(Ferrari Four)’의 약자로 4인승과 4륜구동을 의미한다. 혹자는 “페라리가 무슨 사륜구동? 그것도 4인승이라니”라고 혹평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돈 많은 부자들은 페라리의 거친 드라이빙 성능보다 안전하고 맘만 먹으면 탈 수 있는 편한 차를 원한다. 그런 소비자의 요구에 페라리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내에서도 FF는 여러 대 팔렸다.

FF는 페라리의 유전자를 그대로 계승했다. 우선 성능으로 압도한다. V12기통 6,262cc 직분사각주5) 엔진을 달고 8,000RPM에서 최고 660마력의 출력을 낸다. 포뮬러1(F1) 레이스에 사용되는 7단자동-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달았다. 정지 상태에서 3.7초 만에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이 가능하다. FF는 서킷뿐 아니라 눈길이나 빗길, 진흙길 같은 험로에서도 달릴 수 있는 전천후 차량이다.

페라리는 2011년 사륜구동 4인승 FF를 출시했다. FF는 서킷뿐 아니라 험로에서도 안정된 주행력을 자랑하는 전천후 차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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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경쟁 차에 비해 약 50퍼센트가량 무게를 줄였다. 스포츠카에서 중요한 요소인 무게 배분을 앞 47퍼센트, 뒤 53퍼센트로 거의 같게 해 급격한 코너에서도 제대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네 명이 승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트렁크(450L)에는 골프백 두 개도 실을 수 있어 스포츠카 성능에 장거리 투어러 기능을 더했다.

FF는 지금까지 페라리가 제작한 차량 중에서 가장 운전하기 쉽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얌전하지만은 않다. 서킷에 들어서면 최고 시속 335킬로미터를 가뿐히 뽑아내는 폭주족으로 변신한다.

요즘 마세라티와 람보르기니가 SUV를 만든다고 열심이다. 스포츠카만으로는 먹고 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데는 SUV만한 게 없다고 하지 않는가. 포르쉐의 SUV 카이엔의 성공이 이들에게도 자극을 준 셈이다.

그렇다면 페라리도 SUV를 만들까. 페라리 경영층은 수많은 언론들이 SUV 시장 진입을 물을 때마다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미 인터넷에 페라리 로고를 단 SUV 콘셉트카가 돌아다니는데도 그렇게 대답한다. 적어도 페라리는 가장 빠르고 가장 럭셔리한 최고급 스포츠카만으로도 이익을 낼 수 있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고객 주문이 밀려도 공장을 확충하지 않고 2년씩 기다리게 하지 않는가. (나는 조만간 페라리 로고를 단 SUV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역대 페라리 차 가운데 가장 잘 만든 모델은 무엇일까. 힌트는 창업자 엔초 페라리에서 나온다. 엔초는 늘 페라리가 가장 잘 만든 차는 ‘다음에 나올 차(Next)’라고 언급한다.

페라리 모델 가운데 페라리 이름이 붙지 않은 대중차도 있다. 1965년 출시된 디노 206 GT다. 나는 이 차를 페라리 클래식카 가운데 1957년형 250 테스타 로사(22대 한정판매)와 함께 가장 디자인이 폼 나는 차로 꼽는다. 물론 디노는 3,000여 대가 생산돼 중고차 가격이 약 2만 5,000유로(약 4,000만 원 정도)로 마음만 먹으로 구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지만, 앙증맞은 디자인이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희귀 차 소장가들에게 인기 모델인 이 차는 엔초 페라리가 사망한 큰아들의 이름을 붙인 걸로도 유명하다. 당시 경영난을 겪던 페라리는 6기통 엔진을 단 소형 스포츠카를 제작했다. 그전까지 모든 페라리는 V12 엔진을 사용했다. 자존심이 상한 엔초는 페라리 이름 대신 소형 스포츠카에 디노라는 이름을 붙였다. 디노 206 GT를 비롯한 후속 차량이 인기를 끌면서 1976년부터 페라리는 디노 브랜드에 페라리의 엠블럼을 붙이기 시작했다. 디노는 V6, V8 엔진을 달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예상밖으로 인기를 누렸다.

엔초 페라리가 사망한 큰아들의 이름을 붙인 디노. 페라리의 유일한 6기통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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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역사

페라리는 이탈리아 자동차 레이서로 유명했던 엔초 페라리가 1947년 이탈리아 북부의 소도시인 마르넬로에 설립한 회사다. 그는 1929년 자신이 만든 스쿠데리아 페라리팀 드라이버로 활약하다 1933년 아들 알프레도(애칭인 ‘디노’로 더 유명하가)가 태어나자 아내의 뜻에 따라 드라이버 생활을 접고 페라리를 창업했다. 레이스와 스피드에 한평생을 바친 고집스러운 이탈리아의 장인 엔초는 1988년 아흔 살에 세상을 떴지만, 그는 이름 이상의 명성을 남겼다.

페라리 F40은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새로운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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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고집은 유난했다. 평생 보라색으로만 글을 썼다. 그가 창단한 자동차 경주팀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1930년부터 1940년까지 343회 출전에 우승 124회, 2위 82회, 3위 68회의 기록을 남겼다.

페라리 로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란색 방패 속에 앞발을 쳐든 검은 말이 그려져 있다. 노란 방패는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북부 마르넬로시를 상징한다. 검은 말은 1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 조종사로 영웅이 된 프란체스코 바라카가 자신의 전투기에 그렸던 마스코트다. 바라카는 이 마스코트를 1930년 당시 레이서로 이름을 날리던 페라리 창업자 엔초 페라리에게 하사했다.

페라리는 고가 스포츠카와 한정판매를 고집해 경영상 부침이 심했다. 두 번 부도가 난 끝에 1969년 결국 피아트에 합병됐다. 페라리의 자본 지분은 현재 피아트 그룹 90퍼센트, 피에로 페라리 10퍼센트로 나뉘어져 있다.

페라리 판매 대수는 때로는 국력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쓰인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페라리 시장은 서유럽, 북미, 일본이 주도했다. 하지만 중국이 2010년 미국 다음가는 시장이 됐다. 국제 사회에서 중국이 ‘G2’로 올라선 것과 비슷한 추세다. 지금까지 일본은 1만 대 조금 넘는 페라리가 팔렸다. 중국은 6년 만에 1,000대를 돌파해 2015년 1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는 중고차를 포함해 300대 조금 안 되는 페라리가 돌아다닌다.

자동차 회사로서 페라리는 어떤 위치일까. 일단 매출은 대략 20억 유로 정도다(약 3조 원). 매출은 크지 않지만 영업이익률은 자동차 업계 최고 수준인 12퍼센트를 넘는다. 1990년대까지 3,000여 대를 생산하다 2000년대 이후 경영이 호조를 보이면서 연간 6,000여 대를 생산했다. 10~20년 된 차량이 당시 시판 가격보다 비싼 경우도 종종 있다. 수작업으로 일일이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만큼 정교하고 고객 개개인의 특성을 그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포뮬러1과 페라리

페라리는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 포뮬러1(F1)과 빼놓을 수 없는 관계다. 1950년 첫 F1 대회부터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한 유일한 메이커다. 1952년 처음 챔피언에 올랐고, 지금까지 가장 많은 215회 우승을 했다. 레이싱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도 페라리팀에서 우승해 명성을 쌓았다. 1972년 이후 엔초 페라리는 내구 레이스와 스포츠카 챔피언십에서 손을 떼고 F1에만 주력했다. 그는 1988년, 90세를 일기로 타계할 때까지 레이싱팀을 지휘했다. 엔초가 생전 마지막으로 지켜본 새 모델은 페라리 F40이었다. 2011년 말까지 페라리는 F1 드라이버 세계 타이틀 15번, F1 컨스트럭터 세계 타이틀 16번, F1 그랑프리 우승 220번을 달성했다.

페라리의 본산, 마르넬로 공장

나는 2007년 여름, 마르넬로 페라리 본사를 방문했다. 이탈리아 북부 시골에 위치한 마르넬로는 10층 이상 빌딩을 찾아보기 어려운 작은 도시다. 페라리 직원은 사무직이 700여 명, 생산직이 1,300명 정도다. 특이한 점은 이 가운데 800명 정도가 포뮬러1 경주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부서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612 스카글리에티(3도어 4인승 쿠페각주6) )와 F430(2인승 쿠페) 조립라인을 한 시간 반 동안 지켜봤다. 이들 차량의 가격은 각각 4억 원, 2억 원대 후반이다.

페라리는 시트의 바느질 뜸 간격이나 색깔, 디자인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수작업만이 해결할 수 있는 특징이다. 사진은 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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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만드는 순서는 일반 자동차 공장과 마찬가지다. 프레스-차체(용접)-도장-조립 공장이 연결돼 있다. 완성차가 나오는 조립공장은 삼면이 유리로 지어져 상당히 밝은 편이다. 오후 3시 바깥 온도는 38도이지만 실내 온도는 26~27도가 유지된다. 마르넬로의 7, 8월은 말 그대로 뙤약볕이다.

주문생산을 고집하는 페라리 공장은 대규모 자동차 공장과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우선 1,200여 명의 작업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1교대로 일한다. 보통 자동차 공장은 2, 3교대 근무가 보통이다. 그래야 생산량을 극대화시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라리는 먼저 선주문을 받아 통상 3~6개월 정도 후에 고객에게 인도한다. 주문이 밀려 있다고 생산라인을 확장하지 않는다. 과거 확장했다가 여러 번 망해본 경험 때문이다. 밀린 주문을 소화하면서 연간 6,000대 정도 생산하는 게 가장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우선 조립공장은 일반 양산차 공장과 달리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 페라리의 경우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커다란 수레에 모두 싣고 철도 레일 같이 생긴 레일 위에서 밀고 다니면서 조립한다. 차량 제작의 90퍼센트 이상이 수작업이라 컨베이어 벨트가 없는 것도 일반 자동차 공장과 다른 특징이다.

작업자들은 여유가 있다. 눈을 마주치면 웃음을 짓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잡담하는 모습도 여럿 보였다. 쉴 새 없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일감이 몰려오는 토요타나 현대기아차 공장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조립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차체-엔진 결합 공정에서는 약 10분 정도가 걸린다. 숙련된 기능공 네 명이 한 조가 돼 엔진을 접합한다. 모두 수작업으로 나사를 조인 뒤 제대로 조여 졌는지 확인까지 한다. 다음은 내장 공정이다. 여성 기능공 여럿이 눈에 띈다. 이들은 시트 바느질을 하느라 분주하다. 시트 하나에는 소 한 마리의 가죽이 들어간다고 한다. 내장 조립 공정은 앤틱 가구 공장과 흡사하다. 시트의 바느질 뜸 간격이나 색깔, 디자인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수작업만이 해결할 수 있는 특징이다.

페라리 차량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정품임을 인증하는 정품인증서가 발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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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차의 가장 큰 특징은 100퍼센트 알루미늄 차체다. 알루미늄은 강철보다 30퍼센트 이상 가볍고 강성이 뛰어나지만, 용접이 어려워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야 알루미늄 차체를 만들 수 있다. 요즘 재규어나 아우디의 최고급차도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한다. 강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두 가지 장점 때문이다.

수억 원 하는 차를 만드는 페라리 작업자들의 급여는 어떨까. 회사 측은 일반 자동차 공장 작업자 평균 수준이지만 이익을 많이 내 복지만큼은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한다. 페라리에서 일한다는 것은 큰 자부심이라는 말이다.

공장 견학을 끝내고 본사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피오라노 트랙(자동차 경주장)으로 향했다. 페라리가 자랑하는 3킬로미터 길이의 피오라노는 스포츠카 개발을 위한 핵심 시설이다. 이곳에서 시속 300킬로미터를 돌파하고 시속 150킬로미터에서 급회전을 하는 주행 시험을 한다. 여기서 나온 각종 데이터가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드는 기본이 된다. 앗! 멀리서 많이 본 얼굴이 등장했다. 전설의 포뮬러1F1 드라이버 미하엘 슈마허다. 2006년 은퇴한 그는 F1 경기에서 유일하게 일곱 번 챔피언을 차지한 당대 최고의 레이서다. 얼른 달려가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운이 좋았는지 슈마허는 서슴없이 굵은 매직펜으로 큼지막한 사인을 해줬다.

필자가 2007년에 받은 미하엘 슈마허의 사인. 슈마허는 2013년 12월 말, 프랑스에서 스키를 타다가 머리를 다쳐 현재 혼수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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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투어는 미디어나 고객에게만 한정돼 있다. 인근 대도시인 볼로냐에는 1100년경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등 볼거리가 많다. 이곳을 들렀다가 마르넬로에 반나절 코스로 다녀오면 된다.

특히 모터스포츠 팬이라면 꼭 가볼 만한 장소가 있다. 공장에서 500미터 떨어진 ‘몬타나’ 레스토랑에는 F1 페라팀의 기라성 같은 우승자들의 헬멧과 레이싱복, 사인이 걸려 있다. 미하엘 슈마허가 즐겨 먹는,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모듬 스파게티(세 종류의 스파게티를 한 접시에 담아 나온다)를 먹어볼 수 있다. 한국에서 먹는 스파게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이탈리아에서 정력을 돋아주는 디저트로 유명한 티라미수 케이크도 잊지 말자. 슈마허는 피오라노에서 연습을 할 때 이 레스토랑에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고 한다.

본사 건너편에는 1988년부터 영업을 한 레스토랑 ‘카발리노’가 있는데 엔초 페라리와 관련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모두 F1과 인연이 있는 집들이다. 본사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페라리 박물관에는 페라리가 만든 세계적인 스포츠카 100여 대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 〈카〉의 소재가 된 실물 자동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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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집필자 소개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과 KOD 경제정책 과정을 졸업했다. LG그룹과 씨티은행을 거쳐 중앙일보에 입사한 후 사회부, 정보통신부, 기획취재팀, 산업부 등에서 근무했다. 자동차 산업을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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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타고 떠난 그 차
그녀가 타고 떠난 그 차 | 저자김태진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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