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1885년 11월 28일 평북 의주군(義州郡) 주내면(州內面) 서시동(西市洞)에서 이기초(李基初)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관은 경주(慶州)이고, 호는 춘산(春山)이다. 어려서 한학을 배웠고, 1905년 을사늑약 체결을 계기로 서울에 올라와 신학문을 익히며 계몽운동에 나섰다.

1906년 의주에 의주보민회를 창설하고, 이어 대한자강회 의주지회 회원이 되어 계몽운동에 나서는 한편, 서울에 올라와 사립 보광(普光)학교에 입학하여 신학문을 배웠다. 같은 시기 법학강습소에도 입학하여 법률을 공부하였다. 1908년 4월 보광학교를 졸업하고, 7월에는 법률강습소도 졸업하였다. 1907년 비밀결사 신민회에 참여했고, 1910년 2월에는 의주청년학우회가 설립한 야학강습소 명예교사로 활동하였다.

경성전수학교에 다니던 1912년 일제가 날조한 이른바 ‘105인사건’에 연루되어 전남 진도에서 1년간 유배 생활을 하였다. 1913년 4월 경성전수학교에 복학하여 이듬해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하였다. 1915년 3월 졸업한 뒤 5월부터 평북 영변군 서기로 근무하다가 이듬해 3월 의주군 서기로 옮겼다.

1919년 3 ・ 1운동이 일어나, 의주에서도 3월 1일 오후 2시 천여 명의 학생과 주민이 독립만세를 시위에 들어간 이래 만세시위가 4월까지 이어졌다. 4월 11일 고일청(高一淸) 등과 상하이(上海)로 탈출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에 참여하였다.

1919년 8월 임시정부 내무부 비서국장에 임명되었고, 1920년 3월 평안도의원에 당선되어 그해 열린 임시의정원에서 윤기섭(尹琦燮) ・ 왕삼덕(王三德) ・ 이진산(李震山) ・ 김홍서(金弘敍)와 함께 ‘군사에 관한 건의안’을 제출하여 거의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이 안은 독립전쟁 개시를 위한 구체적인 군사계획 마련과 군사회의 소집, 군무부 및 기타 군사기관의 만주 이전, 보병 10개 내지 20개 연대 편성을 통한 독립전쟁 개시를 요구한다는 요지였다.

1920년 3월 국내외 동포를 대상으로 한 선전사무를 집행하는 비밀기관으로 국무총리 아래 지방선전부를 설치하였을 때, 지방선전부부총판에 임명되었다. 1920년 8월 한국, 중국, 일본을 둘러 볼 미국 국회의원 동방시찰단의 베이징(北京) 도착에 즈음하여 임시정부에서는 이들에게 식민지 한국의 현실을 설명하고 독립진정서를 제출할 목적으로 대미의원시찰단주비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여기에 임시의정원 교섭위원으로 참여하였다. 1921년 2월에는 내무부 비서국장을 그만두고 그해 7월 재무부 재무차장 겸 임시공채국장에 임명되었다.

1922년 4월 제10회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임시의정원 부의장에 선출된 뒤 국민대표회의는 위헌이라는 정부옹호파의 주장에 대해, 국민대표회의는 헌법상 기관이 아니므로 위헌이라 할 수 없고 국민의 의사를 통일하여 시국을 정돈할 방법이 국민대표회의 밖에 없다며 국민대표회의 소집을 적극 주장하였다.

같은 해 6월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신익희(申翼熙) ・ 손정도(孫貞道) ・ 안정근(安定根) 등 10여 명과 함께 ‘국민대표회의 찬성안’과 ‘대통령 및 각원불신임안’을 제출하였다. 특히 대통령 이승만의 불신임 이유로 외교 실패, 내정불통일, 내각 조직 실패 등을 꼽았다. 우여곡절 끝에 1923년 1월 국민대표회의가 열렸지만 개조파와 창조파의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6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와 함께 임시정부 외곽단체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1920년 12월에는 상하이 대한인거류민단 의사원에 당선되었고, 1923년 9월에는 상하이 대한교민단 단장과 인성학교 교장에 선임되어 단장을 그만 둔 1924년 3월까지 상하이 동포의 생활 개선과 동포 자제 교육에 힘썼다.

• 1
• 2

• 1~2교민대회 소집 통지서와 청원서(1923. 10. 3)

같은 해 9월에는 대한교민단 의사원에 재선되어 최석순(崔錫淳)과 함께 회계검사원에 임명되었다. 1922년 9월에는 반일 한 ・ 중 공동전선 결성을 목적으로 중한호조사 결성에 참여하여 한국 측 재무과 부주임을 맡았고, 1923년 9월 열린 중한호조사 총회에서 한국 측 이사로 선출되는 등 중국과의 제휴에도 노력하였고 1924년 4월에는 흥사단에도 가입 활동하였다.

• 1
• 2

• 1~2흥사단 입단 이력서(1924. 4. 20)

파리강화회의와 워싱턴회의 등 외교론에 입각한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노선이 한계를 드러내자 1922년 10월 김구 ・ 조상섭(趙尙燮) ・ 여운형 등 7명과 함께 한국노병회 발기인으로 참가하여 김인전(金仁全) ・ 조동호(趙東祜)와 함께 기초위원에 선출되었다. 10월 28일 열린 한국노병회 창립총회에서는 이사 겸 경리부장에 선출되었다. 1926년 4월 한국노병회 제4회 정기총회와 1929년 5월, 1930년 2월의 정기총회에서 이사장에 선출되어 1933년 3월 일제에 체포될 때까지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그 사이 한국노병회의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1926년 1월 나창헌 ・ 강창제 등과 함께 의열투쟁을 목적으로 하는 병인의용대 결성을 주도하였다. 또한 1926년 7월 안창호의 주도로 임시정부의 재정지원을 목적으로 조직된 임시정부경제후원회의 회계검사원으로도 활동하였다.

한편 1923년 6월 국민대표회의가 좌절된 뒤 상하이에 남은 개조파의 일원으로 임시정부 정국쇄신운동에 참가하여 1924년 12월 박은식을 국무총리로 성립된 과도내각의 내무총장에 임명되었다. 1925년 3월 박은식내각은 임시대통령 이승만을 탄핵하고 이어서 임기 3년의 국무령제를 골자로 하는 임시헌법을 개정하였다. 이와 함께 이상룡(李相龍)을 국무령으로 모시고 서 ・ 북간도 독립군 단체와 연합하여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 그해 4월 오영선과 만주로 파견되어 정의부 ・ 신민부 ・ 참의부와 정부 구성을 협의하고 상하이로 돌아왔다.

1925년 7월 이상룡을 국무령으로 하는 내각이 구성되면서 국무원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그해 12월 이상룡이 만주로 돌아감으로써 임시정부는 또다시 무정부 상태에 빠지게 되었고 이런 가운데 상하이와 베이징을 중심으로 민족유일당운동이 일어나자 1926년 5월 조상섭 ・ 최창식(崔昌植) 등과 함께 독립운동촉진회를 조직하고 독립운동자의 조직적 대단결을 주장했다. 이어 7월 16일에는 상하이 삼일당에서 김규식(金奎植) ・ 송병조(宋秉祚) 등과 함께 6 ・ 10만세운동에 관한 연설회를 개최하여 민족협동전선의 실현을 강조하였다.

이후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 민족유일당 건설을 위한 촉성회가 조직되었는데 1927년 3월 조직된 한국유일독립당 상하이촉성회의 집행위원에 선출되는 등 민족유일당운동에 적극 나섰고 1926년 9월 홍진(洪震)을 국무령으로 하는 내각의 국무원에 선출되어 재무장에 임명되었다. 그해 12월 민족유일당 건설을 위한 헌법 개정 등을 목적으로 김구내각이 들어서면서 국무원에서 물러났으나, 1930년 1월 이동녕 ・ 안창호 등과 임시정부의 여당으로 한국독립당을 창당하고 이사 겸 총무주임에 선출되었다.

1931년 7월 일제가 만보산사건을 조작하고 9월 만주 침략을 배경으로 중국민의 반만 항일운동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응하여 상하이 한인각단체연합회를 결성하고 만보산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데 노력하였다. 1930년 10월 한국노병회 이사장으로 병인의용대와 대한교민단의 의경대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용군상하이사령부 설치를 주도하는 등, 반일 한 ・ 중 동맹에 적극나섰다. 1932년 1월에는 김구 ・ 김철(金澈)과 대한교민단 정무위원에 선출되었고 1933년 3월 체포되기까지 대한교민단 정무위 원장을 역임하였다.

1932년 4월 29일 윤봉길의거 직후 임시정부는 저장성(折江省) 항저우(杭州)로 임시판공처를 옮겼고, 4월 29일과 30일 프랑스조계 당국의 협조를 받은 일본총영사관 경찰과 일본군 등이 안창호와 한국인 11명을 체포하였다. 이에 ‘대한교민단 정무위원장’ 명의로 프랑스조계 당국에 한국인 12명을 체포하여 일본 경찰에 인도한 것은 국제적 관례를 무시한 불법이라며 항의하였다.

6월에는 프랑스인권연맹에도 항의 편지를 보내 프랑스 외무부 장관에게 한국인 체포에 대한 진상조사와 즉각 석방 지시를 요구하는 등 안창호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였다. 10월 15일에는 이봉창의사의 추도식을 주도하였다.

1932년 11월에는 송병조 ・ 김두봉과 함께 한국독립당 대표로 조선혁명당, 한국혁명당, 의열단, 한국광복동지회의 대표들과 한국대일전선통일동맹을 결성하였다. 11월 28일 열린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국무원으로 선출되었으나 취소되었고, 이어 1933년 3월 6일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재차 국무원에 선출되었으나, “적에게 귀순한 증거가 있다”는 이유로 파면되었다. 이것은 그를 귀순 내지 전향시키려던 일제 경찰의 공작에서 빚어진 오해였다.

1933년 3월 9일 상하이 주둔 일본군 헌병에 체포되어 나가사키(長崎)경찰서를 거쳐 평북경찰서로 호송되어 취조를 받다가 일시 석방되었으나, 4월 다시 신의주헌병대에 체포되어 취조를 받고 그해 12월 15일 신의주지방법원에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신의주형무소에서 복역 중 1934년 9개월 감형을 받고 1936년 3월 23일 만기 출옥하였다. 석방 후 3개월 뒤인 6월 5일 잠깐 서울을 다녀가기도 하였다. 이듬해 고향 유지들이 모은 자본금 50만원으로 대동산업주식회사를 신의주에 설립 상업에 종사하였고, 5년 뒤인 1943년 사장으로 선임되었으나 1년 뒤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평북임시인민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되어 치안 유지 등 자치 활동에 종사하였다. 충칭(重慶)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환국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상경하던 중, 11월 28일 황해도 청단(靑丹)에서 사망하였다. 임시정부 측에서는 이 소식을 듣고 김선량(金善亮), 윤하영(尹河英)을 현지로 파견하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