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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표시기 | 1983년 08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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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영수 |
제작 : 권순재
각본 : 이영수
원화 : 김중효, 배기웅
동화 : 이성찬, 한상현
칼라 : 김여아
배경 : 박경호
촬영 : 황영인
제작사 : 중앙영화사
지구에서 첨성대를 만들어 지내고 있는 꿈돌이 부대원들은 어느 날 우주의 침략자 안드로 마왕에게 쫓겨 지구로 피신한 꽃별성의 왕자 니켈을 구해준다. 지구에서 1광년 떨어진 꽃별성은 원래 평화를 사랑하는 행성이었는데, 컴퓨터 제국을 이끄는 안드로 마왕이 황금 에너지를 빼앗기 위해 로봇을 앞세워 침공을 한 것이다.
사정을 알게 된 꿈돌이 부대원들은 니켈의 어머니인 여왕을 구출해내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황금연필을 나누어 받는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상상하는 것을 만들어 주는 황금연필을 이용해 꽃별성의 평화를 되찾으러 모험을 떠나는데……
1982년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역사적인 히트작 〈E.T.〉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들썩거리던 시기였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E.T.〉의 흥행 돌풍에 대한 보도가 실시간으로 쏟아졌었는데 정작 한국에는 수입이 되질 않아 영화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웃지 못할 촌극이 곳곳에서 연출되었다. 〈E.T.〉의 화제성에 편승한 상술이 극성을 부렸기 때문이다.
일례로 롯데삼강의 ET콘과 빙그레의 EaT콘이 상표권을 놓고 법정공방까지 간 사건도 있었다. 〈E.T.〉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새운 이 두 회사의 상표권 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누가 먼저 〈E.T.〉의 캐릭터를 무단으로 갖다 썼는지에 대해 시비를 가렸던 코미디인 셈이다.
방송에서도 〈E.T.〉의 인기에 편승한 작품이 나왔다. MBC 인형극 ‘모여라 꿈동산’을 통해 〈한국에 온 E.T.〉, 〈E.T.와 드라큐라〉를 방영하는가 하면 KBS의 라디오 드라마 중에는 〈내친구 E.T.〉 같은 창작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전파를 타기도 했다. 대성음반에서 발매된 ‘이티 이야기’는 김창완이 연출을 담당한 산울림 밴드의 드라마 앨범으로 배한성의 내레이션과 더불어 박영남, 손정아 등 유명 성우들의 열연, 그리고 김창완의 정겨운 보컬 주제가가 인상적이었던 독특한 어린이 음반이었다.
이러한 〈E.T.〉 열풍은 당연히 애니메이션으로도 전해졌다. 이영수 감독의 유일한 장편 애니메이션 〈황금연필과 개구장이 외계소년〉은 ‘E.T.가 왔다!’는 노골적인 광고 문구와 함께 〈E.T.〉의 아류작임을 서슴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주인공은 당연히 ‘외계인 왕자’인 E.T.였고 사악한 마왕의 도발에 맞서 무려 지구에서 ‘1광년’ 떨어진 꽃별성의 분쟁을 해결해주는 ‘개구장이 연필함대’ 지구 어린이들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E.T.〉의 인기에 편승해 돈 좀 벌어보겠다는 의도를 가진 덕분에 절세미인인 여왕에게서 E.T. 같은 아들이 나왔다는 초엽기스런 설정을 담고 있지만 의외로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쓸 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이든 생각하는 것을 실체화시킬 수 있는 황금연필의 존재는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도구로 유용하게 쓰이는데, 연필함대와 권투 글러브, 끈끈이 액체 등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색다른 무기들을 등장시켜 적과 싸우도록 한 발상 역시 참신하게 느껴진다. 덕분에 비폭력을 지향하는 액션물이라는 독특한 느낌을 낳았다.
다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황금로보트의 경우 〈황금전사 골드 라이탄(黄金戰士 ゴ-ルド ライタン)각주1) 〉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지만 온몸이 황금색이라는 것 외에는 디자인이 많이 달라 그러한 주장에는 무리가 따른다. 생김새로 보자면 〈기동전사 건담〉의 양산형 모빌슈츠 GM에 더 가깝지만 그래도 모방이라 말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물론 이 작품은 본격 로봇 애니메이션 장르물이 아닌 관계로 로봇 캐릭터 디자인의 우열을 논하기엔 조금 부적절한 감이 있다. 주인공 어린이들이 단순히 어른의 대용품이 아니라 체계적인 팀을 이루어 극을 주도한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준 작품이다.
못 다한 이야기
관객들이 기대하고 고대하던 〈E.T.〉는 1984년에야 한국에 정식 수입되었으니 〈황금연필과 개구장이 외계소년〉보다 1년 후의 일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황금연필과 개구장이 외계소년〉과 더불어 이듬해 〈UFO를 타고 온 외계인 왕자〉라는 또 한 편의 〈E.T.〉 아류작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촬영감독인 조민철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알려진 이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렇다.
〈마루치 아라치〉의 촬영 당시 교통사고를 당했던 조민철 감독은 오랜 세월 병상에 누워 있어야만 했는데, 어느 날 친분이 있던 이영우 감독이 찾아와 〈E.T.〉의 통관이 미뤄지고 있는 틈을 이용해 기획한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의 시나리오를 건넸다. 누가봐도 〈E.T.〉의 아류작인 것을 안 조민철 감독은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미 조민철 감독의 이름으로 제작 신고를 하고, 제작비를 미리 땡겨서 사용한 상태라며 울먹거리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승락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제작이 완료되고 지방의 배급업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구입을 하던 찰나, 그만 〈E.T.〉의 수입 허가가 떨어졌다. 잘못하면 같은 시기에 〈E.T.〉와 짝퉁인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이 동시에 극장에 걸리는 촌극이 벌어질 판이었다. 결국 저작권자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E.T.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고 캐릭터 디자인을 살짝 수정한 뒤 〈E.T.〉가 극장에서 내려간 다음에 개봉했는데 뜻밖에도 흥행 성적은 좋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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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애니메이션의 로망에 빠져 살아가는 대한민국 아저씨. 생업과 취미를 혼동하며 살아온 탓에 현재는 애니메이션 게임의 콘셉트디자이너로 활동중이다. 2007년에 개봉한 ⟨로보트 태권브이 복원판⟩의 포스..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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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슈퍼 로봇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한국 슈퍼 로봇들이 일본 로봇의 영향을 어떻게 받았고, 당시의 제작 환경이나 현실은 어..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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