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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과학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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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deoxyribonucleic acid

DNA에 기록을 저장하는 시대가 온다

“짐(제임스의 애칭) 왓슨과 아빠가 아마도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한 것 같다.”

1953년 초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뒤늦게 박사과정을 하고 있던 37세의 프랜시스 크릭은 열두 살인 아들 마이클에게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수주가 지난 4월 25일 과학학술지 ≪네이처≫에는 20세기 후반 최고의 업적이라는(전반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발견이라고 한다.) DNA이중나선구조를 제안하는 논문이 실렸다. 바이러스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으로 건너온 25세 미국 청년 제임스 왓슨과 크릭 두 사람이 저자로 이름을 올린 이 논문은 1000자가 채 되지 않는 한 쪽짜리 소논문이었지만 간행 즉시 ‘생명의 비밀’을 밝힌 업적으로 평가됐다. 2013년은 DNA구조 발견이 60년, 즉 환갑을 맞는 해였다.각주1)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성직자 그레고어 멘델은 취미로 완두를 연구하다 유전법칙을 발견했고,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자연선택과 성선택에 의한 진화의 개념을 생각해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유전과 진화의 물질적 토대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20세기 들어 생화학이 발전하면서 유전물질이 단백질이냐 핵산(DNA)이냐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일었고 1950년 무렵에야 DNA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따라서 다음 과제는 DNA가 어떻게 유전물질로 작용하느냐를 밝히는 일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구조를 알아야 했다.

물리학을 전공한 크릭과 미생물학자 왓슨은 원래 케임브리지대학교 캐번디시연구소에서 X결정학으로 단백질의 구조를 밝히는 연구를 하기로 돼 있었지만 이런 상황을 눈치 채고 ‘딴짓’을 시작했고, 인근 킹스칼리지의 결정학자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찍은 DNA X선 회절 사진을 훔쳐보는 반칙을 해가며 결국은 DNA가 이중나선구조임을 발견했다. 즉 유전정보는 염기 네 개(구아닌(G), 아데닌(A), 시토신(C), 티민(T))가 일렬로 배치된 DNA 사슬에 담겨 있고 서로 상보적인 염기쌍(G와 C, A와 T) 두 사슬이 마주 보게 존재함으로써 다음 세대로 유전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 DNA이중나선은 진실일 수밖에 없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구조였던 셈이다.

DNA구조가 밝혀지고 60년이 지나는 사이 생명과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DNA에서 단백질로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메커니즘이 밝혀졌고 DNA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이 개발돼 2003년에는 30억 염기쌍에 이르는 인간게놈을 해독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DNA가 담고 있는 유전자 발현을 둘러싼 복잡한 조절 양상도 차례차례 밝혀지고 있다. 생명과학 영역의 연구뿐 아니라 정보과학과 재료과학에서도 DNA를 갖고 재미있는 결과를 얻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DNA를 둘러싸고 진행된 과학의 발전과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자.

당신이 아는 DNA

DNA는 195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구조를 드러낼 정도로 작은 물질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신비할 정도로 정교한 구조가 있다. 지난 60년 동안 연구해 온 DNA 분자생물학의 기본 지식을 알아두자.

DNA, 생명의 구조 6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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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목록
  • 염색체(크로모좀) 염색체(크로모좀)
  • 염색체 확대 염색체 확대
  • 꼬인 크로마틴(염색질) 꼬인 크로마틴(염색질)
  • 크로마틴 섬유 크로마틴 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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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스톤-DNA 결합 구조 히스톤-DNA 결합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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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미지1/6 염색체(크로모좀)
염색체(크로모좀)

DNA가 차곡차곡 감겨 꼭꼭 눌러 담겨 있는 거대한 실패 같은 염색체 한 쌍이 서로 붙어 있다. 염색체 하나의 너비는 대략 1400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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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이중나선

히스톤 단백질에 감긴 DNA 가닥을 풀면 비로소 이중나선 DNA를 분리할 수 있다. 가닥 굵기는 2nm. 생명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견고한 ‘하드디스크’로 비유되는 유전물질이다. 오른쪽은 유전물질의 특징을 담고 있는 핵산. A와 T, G와 C가 서로 결합한다(상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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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DNA 형태

가운데 형태(B형)가 보통 DNA 구조다. A는 B와 비슷한 오른쪽 나선 구조지만, 위 아래 간격이 더 짧게 꼬여 있다. Z형은 왼쪽으로 꼬인 DN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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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도그마, 큰 틀에서는 옳았다!

1953년 역사적인 발견을 한 뒤 왓슨은 미국으로 금의환향했고 케임브리지에 남은 크릭은 다음 단계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즉 DNA가 담고 있는 정보의 대부분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인데 DNA의 유전정보가 어떻게 단백질의 정보(아미노산 서열)로 바뀔 수 있느냐는 점이다. 원래 학부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크릭은 이론적인 통찰력이 뛰어났고 그래서인지 1956년 ‘순서가설(sequence hypothesis)’을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즉 DNA의 정보는 RNA를 거쳐 단백질로 전달된다는 것. 그 반대 순서는 불가능하다. 훗날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central dogma)’라고 불리게 된 이 가설은 DNA이중나선구조만큼이나 명쾌하게 생명의 신비를 설명했다.

그 뒤 많은 과학자들이 중심원리를 증명하는 연구에 뛰어들었고 큰 틀에서 크릭이 옳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즉 DNA의 염기서열은 전령RNA(mRNA)의 염기서열로 전사되고 전령RNA가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소기관인 리보솜에서 아미노산서열로 번역되는 것이다. 이때 흥미로운 수학이 개입되는데, DNA염기는 4가지인데 반해 아미노산은 20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염기가 아미노산 정보를 지니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개가 하나의 묶음, 즉 단위로 작용해야 한다. 4의 3승, 즉 64가지 조합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면 두 개가 한 단위이면 16가지 조합밖에 나오지 않는다. 실험결과 실제로 염기 세 개가 아미노산 하나를 지정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DNA 중합효소는 종류가 많다. 여기에서는 진핵생물과 원핵생물에 있는 B형 중합효소(위 사진)를 예로 들었다. 다른 중합효소도 구성은 비슷하다. 실제로는 중합효소가 모여 중합체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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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본 DNA
원본 DNA는 두 가닥이 꼬인 이중나선 구조다. 대단히 안정된 구조이기 때문에 유전자를 보존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전달을 위해선 정보를 복제해야 한다. 먼저 이중나선을 풀어야 한다.

2. 복제 시작
한 쪽 가닥을 ‘헬리카아제’ 효소가 지나가며 이중나선을 풀어 헤친다.

3. DNA 중합효소 알파
헬리카아제가 진행하는 반대 방향으로 DNA 중합효소 알파와 결합 단백질이 지나며 이중나선 구조로 복제한다.

4. 결합 단백질
외가닥이 된 같은 DNA의 다른 부위에 임시로 결합 단백질이 붙는다. ‘리가아제’ 효소가 3과 5를 연결하면 새로운 이중나선 DNA가 완성된다.

5. DNA 중합효소 텔타
결합단백질 뒤에 다시 DNA 중합효소 델타가 지나가며 이중나선 구조로 복제한다.

6. DNA 중합효소 입실론
원본 DNA 가닥 중 남은 가닥은 반대 방향(DNA가 풀리는 방향)으로 DNA를 복제해 이중나선을 만든다.

위에서 중심원리가 ‘큰 틀’에서 옳았다고 표현한 건 중심원리를 위배하는 예외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즉 몇몇 바이러스에서 RNA의 정보가 DNA로 흐르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로 불리는 이들 바이러스는 숙주의 세포에 침입한 뒤, RNA단일가닥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게놈을 주형으로 DNA이중가닥을 만들어 숙주 게놈에 끼어들어간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이즈바이러스(HIV)다. DNA에서 m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전사’이므로 이처럼 RNA에서 D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역전사’라고 부른다. 역전사가 가능한 건 레트로바이러스 게놈에 역전사효소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 발견을 한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하워드 테민 교수와 MIT의 데이비드 볼티모어 박사는 197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게놈 해독 가능하게 한 염기서열분석법

DNA의 염기서열 정보가 단백질의 아미노산서열 정보로 번역된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염기서열과 아미노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해야 했다. 먼저 시도한 건 단백질의 일차구조, 즉 아미노산서열을 분석하는 과제였다. 영국의 생화학자 프레더릭 생어는 1940년 무렵부터 호르몬 인슐린의 일차구조를 분석하는 과제에 도전해 1953년 마침내 아미노산 51개로 이뤄진 인슐린의 일차구조를 규명했다. 이 업적으로 생어는 195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인슐린처럼 작은 단백질도 아미노산서열을 규명하는 건 무척 복잡한 일이어서 과학자들은 보통 아미노산 수백 개로 이뤄진 단백질의 일차구조를 밝힌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임을 깨달았다. 따라서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번에도 생어가 연구를 주도했고 오늘날 ‘다이데옥시(dideoxy)법’ 또는 ‘생어법’으로 알려진 기발한 방법을 개발했다. 생어팀은 이 방법으로 1978년 DNA 염기 5386개로 이뤄진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 파이엑스(φX)174의 게놈을 완전하게 해독했고 1981년에는 염기 1만 6569개로 이뤄진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게놈을 해독했다. 다이데옥시법을 개발한 업적으로 생어는 1980년 두 번째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 제임스 왓슨을 비롯한 생명과학계의 실세들이 인간게놈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1990년 마침내 15년을 목표로 한 초대형 다국적프로젝트가 출범했다. 생어법으로 30억 염기쌍을 해독한다는 꿈같은 일이었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염기서열분석법이 개선되고 비용이 떨어지면서 해독에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생명과학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크레이그 벤터가 셀레라라는 회사를 세워 독자적으로 인간게놈해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벤터는 ‘샷건 방식(shotgun sequencing)’이라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즉 게놈을 수많은 작은 조각으로 쪼갠 뒤 이들 조각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방대한 데이터를 컴퓨터가 짜맞춰 게놈의 염기서열로 재구성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가능하게 된 건 천재적인 알고리듬과 컴퓨터의 엄청난 연산처리능력 때문이다. 즉 BT(생명공학)와 IT의 만남이 게놈 해독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개인게놈시대는 열렸지만

2003년 완료된 인간게놈프로젝트에는 무려 30억 달러(약 3조 원)가 들었지만 그 뒤 새로운 염기서열분석법이 속속 개발되면서 비용이 급속히 떨어졌고 이제는 한 사람의 게놈을 해독하는 데 수천 달러(수백만 원)면 가능한 시대가 됐다(물론 방대한 데이터를 해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얻어내는 건 또 다른 얘기다).

사실 한 사람의 게놈을 이해하는 데 게놈 전체를 해독하는 일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은 게놈의 99% 이상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즉 차이가 있는 부분만 분석해도 정보 대부분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단일염기다형성(SNP)이라고 불리는 부분이 바로 이런 차이가 있는 곳으로 특정 위치의 염기서열이 달라 단백질에서 해당하는 위치의 아미노산이 바뀌거나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양이 달라진다. 수많은 유전자의 SNP에 따라 그 사람의 키나 얼굴 같은 외모에서 성격이나 질병 취약성 등 여러 특징이 결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의료분야를 제외하고는 개인의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게 여전히 불법이지만 여러 나라들에서는 수년 전부터 ‘게놈해독 서비스’가 사업화돼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설립된 미국의 23앤드미라는 회사는 수백 달러에 고객의 SNP 수십만 곳를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준다. 고객은 이 회사가 우편으로 보낸 시험관처럼 생긴 용기에 침을 뱉어 다시 보내기만 하면 된다. 침에 떠다니는 구강상피세포(물론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한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어두운 법. 머리카락 몇 가닥만 있어도 그 사람의 게놈정보를 통째로 알 수 있는 세상이 되면서 개인의 유전정보를 보호하는 일이 심각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게놈 정보를 USB에 갖고 다니며 필요한 상황에서 활용한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 같지만(자신에게 잘 듣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이 선택할 때처럼), 자칫 환자의 게놈 정보가 유출될 경우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개인게놈정보가 지하시장에서 유통되면 기업이나 보험회사, 결혼정보회사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의료기관 등에서 엄격하게 통제하는 제도를 만들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된 사건들을 보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실제 2014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3앤드미 같은 회사에서 고객의 게놈을 분석해 질병취약성 여부 등을 알려주는 게 불법이라고 경고했고, 그 결과 23앤드미는 이런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나의 DNA로 여러 단백질 만든다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부위(인트론)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부위(인트론)을 제거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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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이중나선 발견 60년

1953년 꼭꼭 숨겨져 있던 DNA 이중나선의 구조가 밝혀졌다. 이후 생물학은 크게 변했다. 더 이상 눈에 보이는 동식물이나 작은 미생물을 관찰하고 해부하며 실험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았다. 미세한 분자 구조물이 어떻게 모이고 작동해 생명 현상을 일으키는지를 연구하는 정교한 학문으로 발전했다. 바로 분자생물학이다. DNA 이중나선 발견 이후 60년 동안의 역사는 분자생물학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이후 한 생물이 지닌 유전자를 모두 해독하는 게놈 연구로 이어졌다.

주요 발견

1953년, DNA 구조 발견 :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 발견, 《네이처》에 게재.

    • 1제임스 왓슨
    • 2프랜시스 크릭

1958년, 센트럴 도그마(중심원리) 제안 : 프랜시스 크릭이 분자생물학의 중심 원리로 제안. 이후 중요한 원리로 여겨짐.

1958년, 복제 실험적 증명 : 메튜 메셀슨과 프랭클린 스탈, DNA 두 가닥 중 한 가닥을 바탕으로 복제가 이뤄진다는 사실 실험으로 확인.

1970년,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 발견 : DNA→RNA→단백질 순서를 따르는 기존 정보 전달 경로가 아니라, RNA→DNA→RNA→단백질로 가는 경로 최초 발견. 이어 이 효소를 가진 바이러스(레트로바이러스) 발견.

1975년~1980년, 최초의 게놈(유전체) 염기서열 해독 : 프레드릭 생어(영국)의 업적. X174 바이러스의 DNA 5386개를 모두 해석. 처음으로 게놈을 모두 해석한 연구. 이어 유명한 DNA 분자 해석법인 ‘생어법’ 개발. 이 공로로 1980년 두 번째 노벨 화학상 수상.

1977년, RNA 제거(Splicing) 발견 : DNA에서 직접 유전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인트론(intron)과 이 부분을 잘라내는 메커니즘.

1981년, 리보자임 발견 : 정보를 중간에 전달하기만 하는 역할뿐 아니라 직접 대사에도 작용하는 RNA 효소, 즉 리보자임 첫 발견.

1990년, 인간게놈프로젝트 시작 : 여러 명의 지원자로부터 혈액이나 정자를 받아 DNA 염기서열을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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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최초의 인간 게놈 초안(드래프트) 완성, 공개 :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성과물로서, 인간 유전자 수가 약 3만 개로 밝혀져.

2003년, 인간 게놈 완전 해석 인간게놈프로젝트 완료 : 13년에 걸쳐 게놈을 읽어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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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비영리 연구 ‘개인게놈프로젝트(PGP)’ 시작 : 인간의 건강을 위해 자발적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게놈 연구. 희귀질환과 신체 특징 등을 게놈과 연관 지어 연구하기 위한 방대한 데이터 수집 작업. 한국에서도 2011년 한국인개인게놈프로젝트(KPGP) 시작.

2007년, 최초로 DNA 염기서열 전체(이배체 60억 개) 공개 : 미국 생명공학자 크레이그 벤터 연구팀, 벤터 자신의 DNA 염기서열 전체를 최초로 공개. 같은 해 두 번째로 제임스 왓슨 박사 공개.

크레이그 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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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00게놈 프로젝트 : 영국, 미국, 중국 등이 합작해 세계의 다양한 인종의 유전자 차이를 규명하기 위해 1000명의 게놈을 분석하는 작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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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최초의 합성 생명체 탄생 : 크레이그 벤터 연구팀, 박테리아의 유전체 전체를 하나하나의 DNA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완성해 다른 박테리아에 삽입, 생명 현상을 유지함을 확인.

2012년, ‘엔코드 프로젝트’ 공개 : 단백질 번역 외 부위에 대한 종합 연구결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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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

1962년, 제임스 왓슨,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생리의학상) : 구조 발견에 공헌한 X선 회절실험의 주인공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이미 사망해 수상에서 제외.

제임스 왓슨,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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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로버트 홀리, 하르 코라나, 마샬 니렌게르크(생리의학상) :유전 부호의 해석과 단백질 합성.

마샬 니렌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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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막스 델브뤽, 알프레드 허쉬, 살바도르 루리아(생리의학상) : 바이러스의 유전 구조와 복제 메커니즘 발견.

1972년, 크리스티앙 안핀센, 스탠퍼드 무어, 윌리엄 스타인(화학상) : RNA를 분해하는 효소 리보뉴클레아제에 대한 연구.

크리스티앙 안핀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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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베르너 아버, 다니엘 네이선, 해밀턴 스미스(생리의학상) : DNA를 자르는 제한효소의 발견과 분자유전학 응용.

해밀턴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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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폴 버그, 월터 길버트, 프레데릭 생어(화학상) : 핵산의 염기 서열 결정과 재조합 DNA 생화학 연구.

프레데릭 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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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아론 클러그(화학상) : 핵산-단백질 복합체 구조 연구.

1983년, 바바라 맥클린톡(생리의학상) : 트랜스포존 발견.

1989년, 시드니 알트먼, 토마스 체크(화학상) : RNA의 촉매 특성 발견.

1993년, 리처드 로버츠 경, 필립 샤프(생리의학상) : 인트론으로 분리된 액손 영역 발견.

1993년, 카리 물리스, 마이클 스미스(화학상) : DNA를 무한정 늘리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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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앤드류 파이어, 크레이그 멜로(생리의학상) : RNA 간섭 현상 발견.

2006년, 로저 콘버그(화학상) : 진핵생물의 전사 과정 규명(아래)

로저 콘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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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마리오 카페치, 마틴 에반스 경, 올리버 스미디스(생리의학상) : 쥐 배아줄기세포 이용한 유전자 조작 원리 발견.

2009년, 엘리자베스 블랙번, 캐롤 그라이더, 잭 쇼스탁(생리의학상) : 염색체가 끝에 위치한 텔로미어에 의해 어떻게 보호 받는지,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효소 텔로메라아제 발견.

2009년, 토머스 스타이츠, 아다 요나스,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화학상) : 리보솜 기능과 구조 규명.

중요한 응용

1965년, RNA 실험실 합성 : RNA 중합효소에 의한 RNA 합성 실험실 첫 성공.

1985년, DNA 나노기술의 대두 : DNA가 갖는 화학적 작용을 바탕으로 물질 중합체를 서로 연결하는 분자 수준의 기술 개발. 이를 통해 물질을 원하는 형태와 기능을 갖도록 만드는 기술 연구 중. 최근의 ‘DNA 오리가미(종이접기)’ 기술로 연결됨.

1994년, DNA 컴퓨팅 개념 등장. : 미국 레너드 애들만이 개척함. 생체분자 컴퓨팅의 일종으로, 생체 분자인 DNA의 화학적 작용을 이용해 연산을 수행. 현재까지 연구 중.

1994년, 단백체학(프로테오믹스) 제안 : 유전체학에 비교해 단백질을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단백체학이 제안됨. 이후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 인간에게 예상보다 유전자가 적다는 사실이 밝혀져, 게놈보다 더 다양한 단백질을 연구 중.

고인류학에서 메타유전체학까지

한편 게놈 해독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응용되는 영역이 급속히 넓어지고 있고, 그 결과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고인류학이 대표적인 분야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뼈나 치아 같은 화석의 형태를 비교하는 게 사실상 연구의 전부였지만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하는 기술이 확립되면서 4만 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이 해독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현생인류와의 혈연관계 여부에 대한 오랫동안의 논란이 끝났다(피가 섞인 것으로). 또 시베리아에서 출토된 4만 년 전 새끼손가락뼈 한마디에서 추출한 DNA를 해독하자 데니소바인이라는 미지의 인류로 밝혀져 학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수사 영역에서도 DNA분석 증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절도로 잡힌 범인의 DNA를 분석한 결과 수년 전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졌다는 식의 뉴스가 가끔 나오고 있다. DNA검사를 통한 친자확인은 요즘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게놈 상에서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부분 수십 곳을 골라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본인 확인이나 친자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우연히도 똑같은 패턴을 보이는 건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보다 확률이 낮다. 사람뿐만 아니다. 농산물의 원산지를 규명하는 데도 DNA분석이 활용되고 있다. 한우에만 있는 패턴을 확인하는 식이다.

이십여 년 전부터 엄청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장내미생물 연구는 이제 인간을 ‘개체인 인간과 장내미생물 군집의 공생체’로 재정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런 장내미생물 연구가 가능해진 것도 게놈분석기술 덕분이다. 혐기성, 즉 산소가 희박한 환경인 장내에 거주하는 미생물 대다수는 페트리접시에서 배양이 안 된다. 따라서 대장균 등 몇 가지를 빼고는 대부분 실체조차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시료(대변)에 있는 장내미생물 수백 종의 게놈을 한꺼번에 분석해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장내미생물의 종과 상대적인 분포 비율을 추측하는 것. 이런 분야를 ‘메타유전체학’이라고 부른다.

다채로운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

DNA염기서열분석을 통한 게놈해독이 생명체의 정적인 구조를 알려준다면 실제 생물이 살아갈 때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건 DNA의 동적인 측면, 즉 유전자 발현 양상에 대한 연구다. 사람의 세포는 모두 동일한 게놈을 지니고 있지만 200여 가지가 넘는 유형의 세포로 분화돼 있는 건 각 세포마다 유전자의 발현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다.

1950년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생물학자 프랑수아 자콥과 자크 모노는 분자생물학 기법을 이용해 유전자발현의 비밀을 밝혔다. 이들은 대장균이 포도당 대신 젖당이 있는 배지에 놓이면 젖당을 소화할 수 있는 일련의 유전자가 발현된다는 사실과 그 메커니즘을 밝혔다. 그리고 이런 유전자 발현 단위를 ‘오페론(operon)’이라고 불렀다. 그 뒤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이 박테리아뿐 아니라 초파리나 사람 등 모든 생명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와 관련된 다양한 메커니즘이 속속 밝혀졌다.

1990년대 들어 유전자 발현 조절 분야에서 놀라운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마이크로RNA(miRNA)의 발견이다. 이전까지는 전사인자 등 DNA에서 전령RNA(mRNA)로 유전자가 전사되는 과정을 조절하는 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mRNA가 단백질로 번역되기 직전에 miRNA의 조절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miRNA는 염기 20여 개로 이뤄진 짧은 RNA단일가닥으로 mRNA에서 염기서열이 상보적인 부분에 달라붙는다. 그러면 이를 인식한 효소가 이 부분을 자르거나 번역을 방해해 결국 발현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단백질을 만들지 못했으므로). miRNA는 동식물을 포함해 진핵생물에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몇몇 암을 비롯해 많은 질병이 miRNA가 관여하는 조절에 문제가 생긴 결과라는 사실이 규명됐다.

엎치락 뒤치락 RNA 연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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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게놈에서 유전자가 아닌 부분, 즉 소위 ‘쓰레기(junk) DNA’로 알려진 부분도 유전자 발현 조절의 관점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사람의 경우 30억 염기쌍 가운데 유전자의 정보를 담고 있는 부분(엑손이라고 부른다)은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98.5%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정크 DNA라고 생각돼 왔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변이가 일어날 때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예가 속속 보고되면서 과학자들은 정크 DNA를 진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즉 엔코드(ENCODE) 프로젝트라고 알려진, 인간 게놈 전체를 면밀히 조사하는 대규모 연구다.

2012년 9월 마침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수십 편이 ≪네이처≫, ≪사이언스≫ 등 주요 저널에 실리면서 정크 DNA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고 대신 정크 DNA라는 ‘개념’이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즉 인간 게놈에서 정크 DNA 부분의 80%는 어떤 식으로든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 즉 상당 부분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또 실제 전사가 일어나 RNA가닥을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물론 유전자가 아니므로 실제 단백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여러 조직에서 얻은 140여 가지 유형의 세포를 분석한 결과 유전자가 아닌 영역의 활동이 세포마다 달랐고, 이는 곧 이들 영역의 활동 유무가 각 세포의 특성에 영향을 미침을 시사했다. 한편 엔코드 프로젝트의 해석이 정크 DNA의 중요성을 너무 과장한 측면도 있다는 몇몇 과학자들의 반박도 이어졌다. 앞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지만 게놈의 1.5%만으로는 인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전자 발현이 DNA 자체의 구조변화를 통해서도 조절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즉 DNA염기서열 자체는 변화가 없어도 염기 분자나 게놈(염색질)에서 DNA와 복합체를 이루고 있는 단백질인 히스톤 분자에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 유전자 발현이 촉진되거나 억제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분야를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고 부른다. 후성유전적인 조절의 대표적인 예가 DNA염기에 메틸기(-CH3)가 붙는 변화다. 염기 가운데 시토신(C)에 메틸기가 붙으면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환경의 변화가 DNA의 메틸화를 촉진하거나 억제한다는 것. 또 이런 후성유전적 변화 역시 유전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마이크로 RNA의 두 가지 역할

마이크로 RNA와 단백질이 ‘RNA 유도침묵 복합체(RISC)’를 이룬다. 이들은 전령 RNA에 상보적으로 붙는다. 하지만 결합하는 정도에 따라 다른 기능을 한다.

마이크로 RNA의 두 가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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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령 RNA에 부분적으로만 붙으면 단백질 생산을 억제한다.
2. 전령 RNA에 거의 완벽하게 붙으면 전령 RNA를 끊어 버린다. 단백질 생산이 아예 멈춘다.

저장매체에서 기능성재료까지

DNA연구가 생명과학이나 의학 분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이삼십 년 전부터 정보과학이나 재료과학 분야의 연구자들도 DNA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실 DNA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분자이므로 정보과학자들이 당연히 주목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디지털 컴퓨터의 기반이 된 게 0과 1로 나타내는 2진수 체계라면 DNA는 4진수 체계(A, T, G, C)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정보를 더 압축해 저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론은 그렇지만 실제로 DNA를 정보저장매체로 쓰기는 어려웠다. 정보를 저장하고 꺼내는 데 너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DNA염기 합성과 해독 비용이 급감하면서 DNA저장매체 연구가 급진전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DNA를 저장매체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현재 쓰이는 저장매체인 자기 테이프나 CD, 하드디스크 등은 수십 년이 지나면 정보의 상당 부분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V에서 오래전 자료화면을 보면 화질이 안 좋은데 자화된 정보의 일부를 잃은 결과다.

반면 DNA염기서열로 저장된 정보는 매우 안정해 4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해독할 정도다. 2013년 영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은 1953년 왓슨과 크릭의 DNA이중나선 논문을 비롯해 5가지 형태의 파일을 DNA에 저장하고 이를 꺼내 100%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아직은 DNA에 정보를 저장하는 비용이 기존 디지털 저장매체보다 훨씬 높지만 비용이 10분의 1로 떨어지면 100년을 기준으로 두 방법의 비용이 대등해진다. 즉 DNA는 저장에 돈이 더 들어가지만 유지에는 덜 들어가는 반면 디지털 매체는 저장에는 덜 들어가지만 유지비가 높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중요한 기록부터 DNA로 저장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DNA 자체를 컴퓨터로 쓸 수도 있다. 즉 DNA조각의 염기서열을 교묘히 이용해 디지털 컴퓨터로는 제대로 풀지 못하는 특수한 유형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세일즈맨 문제’다. 즉 여러 도시를 한 번씩 방문하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는 문제의 경우 도시 숫자가 늘수록 기존 디지털 컴퓨터 프로그램에서는 연산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DNA조각(분자) 각각에 도시와 교통수단을 지정하고 조각들을 시험관에 넣어 사슬을 만들게 반응을 시키면 최적의 경로를 나타내는 서열이 얻어진다. 응용폭이 좁아 DNA 컴퓨터가 디지털 컴퓨터처럼 대중화되기는 어렵겠지만 특수한 연산이나 암호 등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다.

DNA염기의 상보성을 바탕으로 DNA를 나노소자로 이용하는 연구도 한창이다. 즉 두 가닥의 상보적인 염기가 만나 자발적으로 쌍을 이루는 성질을 이용해 DNA염기서열을 교묘히 배치해 DNA가닥으로 다양한 모양의 ‘나노블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DNA 오리가미(종이접기)’라고도 부른다. 전자현미경으로 DNA 오리가미로 만든 결과물을 보면 정사각형은 물론 별, 웃는 얼굴, 지그재그 등 다양한 형태를 얻을 수 있다. 이런 2차원 오리가미뿐 아니라 3차원 구조물도 만들 수 있다. 즉 정사각형 6개가 서로 한 면을 이루는 정육면체를 만들 수 있고 그 가운데 하나를 뚜껑처럼 열고 닫을 수도 있다. 즉 DNA의 염기순서를 적절하게 배치하면 이런 구조물들을 다량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고리형으로 만든 DNA에 DNA중합효소를 넣고 DNA를 복제하게 하면 효소가 DNA고리를 돌면서 반복적으로 복제를 계속해 긴 DNA단일가닥이 나오고 이게 뭉치면서 궁극적으로는 스펀지처럼 다공성 구조가 형성된다. 이렇게 만든 DNA 다공성 재료는 강인하면서도 원래 길이의 5배까지 늘어나는 신축성이 있다. 이 빈 공간에 세포를 넣어 키워 특정한 생체조직을 만들거나 약물을 넣어 몸 안에서 DNA 뭉치가 분해될 때 서서히 방출되게 하는 약물전달체계를 만들 수 있다.

원래 환갑은 장수를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요즘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환갑을 맞은 DNA 연구 역시 여전히 청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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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집필자 소개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을, 동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과학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펼쳐보기

출처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3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3 | 저자최순욱 외 | cp명과학동아북스 도서 소개

국내 과학잡지의 편집장과 기자, 일간지의 과학전문기자, 학계의 교수와 연구자, 과학저술가 및 과학칼럼니스트들이 후보를 제안하고 의견을 모아 선정한 2013~2014년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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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DNA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3, 최순욱 외, 과학동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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