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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속의 방

올 굿 에브리씽

All Good Things

빈티지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 믹스된 뉴욕의 고급 아파트

요약 테이블
창작/발표시기 2010년
감독 앤드류 재러키
주연 라이언 고슬링, 커스틴 던스트

머리가 하얗게 센 한 남자가 법정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데이빗 마크스(라이언 고슬링 분). 그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더듬더듬 말하는 사이, 영화는 천천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 타임스퀘어의 절반을 소유할 정도로 맨해튼을 장악한 부동산 재벌, 마크스 가문의 장남이자 상속자인 데이빗.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미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바람은 그저 작은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것이다.

우연히 매력적인 의대 지망생 케이티(커스틴 던스트 분)를 만난 후로, 불가능할 것만 같던 데이빗의 소박한 꿈은 실현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진다. 케이티가 새로 이사온 뉴욕 작은 집의 배수관이 말썽이었고 건물의 소유주인 아버지가 급한 김에 ‘그 귀한 아들에게’ 수리를 맡긴 것이 시작이었다.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닌 케이티의 부엌에는 빈티지 스타일의 꽃무늬 법랑 그릇들이 가득하다.

아직 정리 중인 냉장고 위에는 캐서린홀름(Catherinholm)의 카키색 ‘로터스 볼(Lotus Bowl)’이 놓여 있다. 캐서린홀름은 노르웨이의 에나멜 소재 주방 기구 브랜드로 프라이팬, 냄비, 티 포트, 베이킹 팬 등의 아이템이 있는데 그 중 연꽃잎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패턴을 디자인한 로터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제품의 색상 또한 짙은 파란색, 노란색, 다홍색 등 진하고 선명한 색상이 대부분이어서 하나만 놓아도 부엌 분위기가 확 바뀐다. 케이티의 부엌 배수관은 곧 말끔히 고쳐지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영화 <올 굿 에브리씽>

ⓒ Daum 영화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집안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둘은 결혼을 하고,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텍사스의 시골집에서 데이빗이 바라던 대로 귀여운 식료품점(영화의 원제인 ‘All Good Things’는 이 가게의 이름이다)을 운영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데이빗은 아버지가 직접 텍사스를 찾아와 가업을 이어받으라고 권유하자 고민에 휩싸인다.

케이티는 도시에서의 풍족한 삶을 원할 거라는 아버지의 말에 그는 흔들리고 결국 뉴욕행을 결심한다. 그리고 얼마 후, 데이빗은 케이티의 눈을 가린 채 그녀를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도착한 곳은 높은 천장에 커다란 샹들리에가 달리고 화려한 몰딩이 천장에 둘러져 있는 멋진 아파트. 케이티는 그곳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릴 생각에 마음이 설레고 데이빗에게 아기를 가질 생각이 없는지 묻지만, 그는 어쩐지 이상하다.

아기에 대해 전혀 마음이 없는 것은 물론 그 얘기가 화두에 올려진 것만으로도 불편해진 듯한 표정이다. 케이티는 데이빗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파티에 갔다가 그의 친구로부터 데이빗의 어머니에 관한 사연을 듣는다. 어머니는 지붕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했고 어린 데이빗은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했다는 것. 케이티는 그제야 아기에 대한 데이빗의 반응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공사 중이던 둘의 아파트는 이제 규모 있고 멋스럽게 정돈되어 있다. 데이빗이 아버지 소유의 건물 집세를 걷으러 다니는 동안 케이티는 집을 꾸미는 일에 몰두한다. 한눈에도 으리으리해 보이는 아파트는 전체적으로 빈티지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 섞여 있다. 남다른 재력 덕분인지 둘의 집에는 디자인 아이콘이라 할 만한 가구와 소품들이 심심찮게 놓여 있다.

아치 형 창문에는 하늘거리는 무명 커튼이 걸려 있고 그 아래에는 회색 천으로 커버링한 이지 체어가 두 개 놓여 있다. 창가에는 문이 없이 다리와 상판만 있는 3단 철제 선반을 수납 용도로 놓았다. 거실 중앙에는 진회색 패브릭 소파가 놓여 있는데 그 뒤로는 톨릭스(Tolix) 철제 테이블이 놓여 있다. 톨릭스는 사실 테이블보다 의자로 더 유명한데 1972년, 프랑스 사람인 자비에 포샤르(Xavier Pauchard)가 개발한 것이다.

그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배관 공장의 대표이자 기술자였는데, 독일에서 생산된 프랑스식 야외 철제 의자를 상표 등록한 후 형태와 소재를 개선해 1993년에 정식 상품으로 선보였다. 톨릭스의 제품들은 쉽게 녹이 슬지 않는 아연 도금 강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야외용 의자로도 적당하고 무게가 4kg 정도밖에 나가지 않을 만큼 가벼운 데다 의자와 테이블 모두 겹겹이 쌓아 놓을 수 있어서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현재는 등받이의 형태와 팔걸이의 유무에 따라 7가지 다른 디자인의 의자와 높낮이가 다양한 스툴, 테이블이 생산되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때가 타고 색이 벗겨져도 나름대로 멋스럽기 때문에 빈티지 톨릭스 제품 또한 애호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다. 요즘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톨릭스 체어를 놓은 카페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거실 한쪽에 놓여진 빈티지 나무 사이드보드 위에는 ‘카이저 이델(Kiaser Idell)’ 스탠드가 놓여 있다.

독일의 종합 예술학교인 바우하우스(Bauhaus) 금속 공방에서 활동했던 은 세공 전문가, 크리스티안 델(Christian Dell)이 만든 이 스탠드는 조명 회사인 카이저(Kiaser & Co).와 협업해 만들어서 브랜드와 자신의 이름을 조합해 이름 붙인 것이다. 간결하고 단순하며 조화로운 디자인을 주장했던 바우하우스의 이념을 그대로 담은 이 램프는 현재, 클래식한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 덴마크 가구 브랜드인 프리츠 한센(Fritz Hansen)에서 생산되고 있다.

테이블 램프 외에도 플루어 램프, 천장에 다는 펜던트, 벽에 다는 브래킷 등 다양한 디자인이 있다. 데이빗과 케이티의 뉴욕 집은 이처럼 가구와 소품들은 유난한데, 정작 메인 조명에는 불을 켜지 않고 테이블 스탠드 같은 작은 부분 조명만 밝힌 탓에 낮인데도 집 안이 밤처럼 어둡다. 두 사람은 이 어스름한 집에서 과연 행복한 걸까?

영화 <올 굿 에브리씽>

ⓒ Daum 영화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뉴욕 근교의 웨스트 체스터(West Chester)에 별장도 구입한다. 별장의 인테리어는 뉴욕 집에 비하면 소박해 보이지만 그 또한 예사롭지 않다. 어쩌면 케이티는 단순히 집을 늘리는 데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집을 꾸미고 정돈하며 안락한 집과 안정된 가정에 대한 바람 혹은 욕심을 표출했던 게 아닐까. 둘은 별장에 손님을 초대하고 파티를 벌이는 등 제법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사실 케이티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별장에서의 파티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간 어느 날 밤, 조심스레 데이빗에게 임신 사실을 알린다. 플레어 스커트처럼 촘촘하게 주름이 잡힌 갓을 씌운 노란색 스탠드와 파티의 흔적인 빈 술병들이 놓인 빈티지 테이블에 마주 선 채로. 하지만 데이빗의 표정은 역시나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케이티는 순수하게 그를 사랑하는 마음에 둘의 아이를 갖고 싶은 것뿐이지만, 데이빗은 불안하기만 하다.

케이티가 데이빗을 설득하기 위해 “이 아이의 성장 과정은 당신의 어린 시절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얘기하자 그는 더욱 혼돈 상태가 된다. 데이빗은 홧김에 벽을 향해 의자를 집어 던지고 그 바람에 그 아래에 놓여 있던 ‘판텔라(Panthella)’ 테이블 스탠드가 깨지고 만다. 반구형 갓이 인상적인 이 램프는 1971년, 덴마크 디자이너인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이 디자인하고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 사에서 제작한 것으로, 화이트 오펄 아크릴 소재로 만들어 은은하게 빛을 투과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날, 데이빗과 케이티는 검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결국 둘의 아기를 낙태하기 위해 병원에 가려는 것이다. 하지만 가는 길에 데이빗은 아버지의 지시로 급하게 회사 업무를 보러 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 케이티는 홀로 쓸쓸히 병원으로 향한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자연스럽게 케이티는 별장에서, 데이빗은 뉴욕 아파트에서 각각 살게 된다. 그렇게 주말 부부로 지내던 어느 날, 데이빗은 우연히 케이티가 집을 비운 별장에 왔다가 그녀가 의대에 합격했다는 편지를 먼저 읽게 된다. 그는 갑자기 옷을 벗고 속옷 차림으로 호수에 뛰어든다. 이를 발견한 케이티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달려오자 보트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그랬다며 “도둑 맞기 싫었거든”이라고 답하는 데이빗. 의대에 합격한 케이티를 바라보는 그의 마음도 그와 같지 않았을까?

자신의 소유물 중 하나인 보트가 강물에 떠내려 가는 것을 참지 못했던 것처럼 자신의 테두리를 벗어나 좀더 넓은 세계로 케이티를 보내는 것이 그는 못내 불안했던 것 같다. 그녀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처럼 그렇게 자신을 떠날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케이티의 친정 집에서 의대 합격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리던 날. 데이빗은 이 모든 게 못마땅해 견딜 수가 없다.

너무도 이른 시간에 파티의 주인공인 케이티에게 집에 가자며 독촉하던 그는 좀더 머물겠다는 그녀를 향한 화를 누르지 못하고 케이티의 머리채를 잡은 채 처가를 나온다. 충격에 싸인 케이티는 그날로 짐을 싸서 집을 나가려 하지만, 곧 그게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한다. 어느 날 저녁, 데이빗과 케이티는 둘이 앉기엔 너무 긴 나무 식탁에 앉아 배달된 중국 음식을 먹고 있다. 아무도 없는 빈 자리가 더욱 커 보이고 그들 사이를 떠도는 공기는 공허하게 느껴진다.

그날 밤, 둘은 큰 싸움을 벌이고 데이빗은 다시금 케이티를 폭행한다. 이제 예전의 데이빗은 사라지고 한 명의 사이코패스만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그녀는 마크스 가문의 비리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심한다. 데이빗의 사무실에 몰래 잠입해 손에 넣은 검은 돈의 거래 장부를 어딘가로 보내는 케이티. 그녀는 며칠 후, 실종 상태가 된다.

〈올 굿 에브리씽〉은 놀랍게도 1971년에서 2003년 사이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실제 주인공인 로버트 더스트는 가벼운 처벌만 받은 채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후반으로 향할수록 실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잔인한 일들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건들이 벌어진 장소들은 하나같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영화 <올 굿 에브리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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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스타일이 만연했던 1970년대가 배경인 만큼 영화 초반에 케이티가 입었던 레트로 스타일 의상도 인테리어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 텍사스 시골집에서 입었던 오버롤즈, 별장 파티에서 입었던 화려한 패턴의 미니 원피스 등은 마치 이 영화가 로맨틱 무비인 것처럼 관객들을 착각하게 만든다. 누가 봐도 화목한 집 같았던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진 그때 그 일들의 진실은 언젠가 세상에 증명 받을 수 있을까? 글쎄, 과연.

올 굿 에브리씽
올 굿 에브리씽 All Good Things
제작 :
2010, 미국
감독 :
앤드류 제러키
주연 :
라이언 고슬링, 커스틴 던스트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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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주 집필자 소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마리끌레르 메종>에서 인테리어 에디터로 5년, 패션 매거진 <보그 걸>에서 피처 디렉터로 5년간 일했다. <마리끌레..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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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방
영화속의 방 | 저자정윤주 | cp명우듬지 도서 소개

영화 속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모던한 스타일의 가구까지 따라하고 싶은 인테리어가 가득하다. 무심히 영화를 볼 때는 보이지 않던 유명 가구와 소품들을 발견하는 재미와 영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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