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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북한연감

북한에 있는 동생에게 보내는 김순분씨의 편지

2000년 연감 보러가기 / 사회 / 이산가족 / 남한 가족을 찾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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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 국군으로 입대, 경북 안강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동생이 북한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누나가 반세기 가까이 가슴속에 쌓아놓았던 그리움을 글로 적어 언론에 공개했다.

부산광역시 북구에 사는 김순분 씨는 ‘동생에게’로 시작되는 한 맺힌 편지를 혹시 기사화된다면 북에 있는 동생이 접해 볼 수 있을까 하는 한 가닥 실낱같은 기대를 갖고 99년 6월 21일 연합뉴스에 보냈다.

김씨는 이산가족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기로 한 남북 차관급 회담이 99년 6월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듣고 용기를 내북에 있는 동생에게 편지를 보낼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발했다. 김 씨는 조만간 이산가족 교류신청도 할 예정이다.

김 씨의 동생은 평양 고려의학종합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김 일동 씨.

지난 99년 4월 15일 평양방송에 공개된 한 월북자의 수기를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우연히 전해들은 셋째 오빠(김기동ㆍ78)로부터 “일동이가 살아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활랑거려 잠을 이를 수 없었다”고 김 씨는 말했다.

김 씨는 “50년 당시 의대를 졸업하고 수재로 소문났던 동생이 국군 입대 1개월 만에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온 가족이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며 “얼마 전까지도 가족이 모이면 일동이 생각에 눈물을 흘리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리움으로 몇날 밤을 지새던 김씨는 동생에게 안부라도 전할 수 있을까 공개편지를 쓰기로 했다.

순분 씨는 편지에서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해 첫째 오빠(김윤식), 둘째 오빠(김상동), 언니(김순덕)가 돌아가시고 셋째 오빠와 나만 살아있다”면서 “동생이 살아있다는 것이 반가워서 편지를 쓴다”고 말했다.

김 씨는 “어머니가 10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밤마다 찬물로 목욕하고 네가 잘 되라고 기도했다”면서 “돌아가실 때도 이 누나 손을 꼭잡고 ‘언제라도 네 동생이 살아 돌아오면 이 엄마가 몹시도 그리워했다고 전해라’고 했단다”고 어머니의 유언을 전했다.

김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듯 “일동아 언제 통일을 하겠노. 잘 지내고 몸건강하게 살아라”는 말로 끝맺었다. 기나긴 그리움에 비하면 너무도 짧은 편지였지만 또박또박 정성들여 쓴 한자 한자에는 동생이 오직 살아있기만을 바라는 애절한 소망이 담겨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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