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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로맨스를 유행시킨 중세의 공포 이야기 〈오트란토의 성 The Castle of Otranto〉으로 유명했다. 오늘날에는 영어로 씌어진 가장 꼼꼼한 서간문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총리인 로버트 월폴 경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이튼 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킹스 칼리지에서 공부했다. 1739년 이튼 동기생이며 시인인 토머스 그레이와 함께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대대적으로 여행했는데, 두 사람은 여행 도중에 싸우고 헤어졌다. 그들은 그후 화해해서 월폴은 평생 그레이의 시를 열렬히 좋아하게 되었다.

1741년 영국으로 돌아와 하원의원이 되었으며, 1768년까지 의회논쟁에 빠짐없이 가담했으나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1791년 로버트 월폴의 손자인 조카로부터 귀족작위를 물려받았으나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은 뒤 백작작위는 소멸되었다.

월폴이 생전에 가장 큰 애착을 가졌던 것은 친구들과 1747년 트위크넘에 사들인 작은 별장이었는데 스트로베리 힐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된 이 별장을 고딕풍으로 개조했다. 그는 여러 해에 걸쳐 회랑·장식탑·흉벽을 증축하고, 건물 내부를 그림과 골동품으로 채웠으며, 값진 장서도 사들였다. 또 정원에는 사설 인쇄소를 세워 자신의 작품과, 그레이의 〈시가의 진보 The Progress of Poesy〉(1757)를 비롯한 친구들의 작품을 찍어냈다. 스트로베리 힐은 영국의 개인주택이 고딕 건축양식으로 되돌아가게 한 자극제였다.

월폴의 문학작품은 매우 다양하다. 〈오트란토의 성〉(1765)은 당대 소설 속에 자유로운 허구요소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거리낌 없는 상상력이 도피처를 찾을 수 있는 장치를 소설 장르에 마련해주었다. 그밖에도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다룬 비극 〈알 수 없는 엄마 The Mysterious Mother〉(1768)·〈리처드 3세의 생애와 통치에 대한 역사적 의문 Historic Doubts on the Life and Reign of King Richard the Third〉(1768) 같은 고찰서들, 미술사에 진정으로 기여한 〈영국 회화에 얽힌 일화 Anecdotes of Painting in England〉(4권, 1762~71) 등을 썼다.

가장 중요한 작품들은 사후에 출판할 의도로 씌어졌는데, 3,000통이 넘는 개인적 편지는 당대의 역사와 풍속 및 기호를 개괄하고 있다. 세비녜 부인(1626~96)을 존경한 월폴은 그녀를 본받아 편지쓰기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대부분의 편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여행 때 알게 된 영국 외교관 호레이스 만에게 보낸 것인데, 두 사람은 45년 동안 편지왕래를 계속했으면서도 재회는 하지 못했다. 월폴의 편지는 W. S. 루이스 등이 편집해 42권(1937~80)으로 출판되었다. 조지 2세와 조지 3세 시대의 회고록(초판 1822~59)도 남겼는데, 이 책은 당시의 정치적 사건을 알려주는 귀중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