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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와 정부는 정권 출범 때부터 삐걱거렸다. 불교계는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이 이른바 ‘고소영’이라 불리는 기독교 중심으로 짜여지자 편중인사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역대 대통령이 석가탄신일에 전국의 주요 사찰에 보내던 축전을 행정착오로 빼 먹기도 했다.
고위 공직자들의 종교 편향적 발언들은 불교계를 더욱 자극했다. 5월 1일에는 주대준 전 청와대 경호처 차장이 “모든 정부부처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6월 7일에는 추부길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촛불집회 참가자는 사탄”이라고 말해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이런 가운데 6월 24일에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진이 실린 기독교 집회 관련 경찰 포스터가 경찰서 게시판에 붙어 불교계의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종교편향 시비의 불길은 조계종 총무원장 차량검문 사건을 뇌관으로 불교계 전체로 번졌다. 경찰이 7월 29일 외부 행사 참석차 지관스님 등이 탄 승용차 2대가 조계사를 빠져 나가려 하자 막아서며 검문을 시도했다. 수행스님이 “총무원장님이 탄 차”라고 알렸으나 내부를 확인한 뒤 트렁크까지 열어 검색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조계사에서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등 27개 종단 100여 명이 참석한 긴급 범불교계 대표자회의를 열고, 불교 종단과 단체가 총집결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키로 결정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예정된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불심을 달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여권의 총력 진화에도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막지는 못했다. 서울광장에는 전국 불교 종단 및 사찰 관계자 승려 신도 등 주최 측 추산 20만 여명이 모였다. 역대 불교집회 중 최대 규모였다. 이어 8월 31일에는 불교계의 규탄법회가 전국 1만 여개 사찰에서 동시에 열렸다.
이 대통령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9월 9일 불교계에 유감 표명을 하고 어청수 청장에게 사과를 지시했다. 이날 국회무회의는 공무원의 종교 편향 활동금지 조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대통령령) 개정령안을 긴급안건으로 상정ㆍ처리하고 복무규정에 2항을 신설해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교에 따른 차별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의 종교편향 언행은 징계대상이 됐다.
어 청장은 이 대통령의 사과 지시 이후 불교계에 뜻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에 나섰다. 어 청장은 추석 연휴에도 서울 강북구 우이동 도선사를 찾아 불심 달래기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불교계는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에서의 유감표명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
어청수 청장의 끈질긴 사과 시도는 11월에 들어서 결국 결실을 맺었다. 어 청장은 지관 스님을 방문해 ‘종교 편향’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지관 스님은 “본의 아니게 갈등이 있었고 근자에 와서는 심하게 표출됐는데 빨리 끝내지 못했다”며 “이제는 다 없던 걸로 하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해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로써 경찰이 조계사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차량을 검문한 이후 불거진 정부와 불교계 사이의 갈등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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