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오페라단과의 경쟁

오페라 〈주스티노〉는 영국의 1736~1737년도 오페라 시즌을 위해 헨델이 새로이 작곡한 두 번째 작품으로, 헨델이 왕립 극장에서 라이벌이었던 귀족 오페라단(opera of the nobility)과 경쟁해야 했던 마지막 오페라이기도 하다. 이 시즌 동안 헨델은 〈아탈란타〉, 〈알치나〉, 〈포로〉, 〈파르테노페〉 등 이전에 자신이 작곡한 오페라들을 재공연 하였으며, 새 오페라 〈주스티노〉, 〈베레니체〉, 〈아르미니오〉를 작곡하였다. 또한 오라토리오 〈에스더〉와 〈드보라〉를 재공연 하였고, 새 오라토리오 〈알렉산더의 향연〉을 작곡하였다. 이렇게 헨델이 풍성한 작품을 선보인 것은 귀족 오페라단을 능가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귀족 오페라단은 1733년 웨일즈의 왕자 프레데릭을 필두로 한 일련의 영국 귀족들이 헨델이 이끄는 왕실 음악 아카데미와 경쟁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이다. 헨델이 고용한 최고의 가수들을 가로채기도 하고, 한때 헨델을 파산으로 몰아가기도 했던 귀족 오페라단은 설립된 지 4년만인 1737년에 해체되었다.

〈주스티노〉가 탄생하기까지

이탈리아의 귀족이자 법률가이며 아마추어 오페라 대본가였던 니콜로 베레간(Nicolò Beregan)은 1682년 〈일 주스티노〉의 대본을 썼다. 이후 피에트로 파리아티(Pietro Pariati)가 안토니오 비발디를 위해 베레간의 대본을 편집하여 〈주스티노〉가 탄생했는데, 헨델은 이 파리아티의 대본을 토대로 〈주스티노〉를 작곡하였다.

〈주스티노〉의 초연은 1737년 2월 16일 런던의 코벤트 가든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동일 시즌 동안 총 9번 공연되었고, 이후에는 무대에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헨델은 이듬해인 1738년에 발표한 〈알렉산드로 세베로〉에서 〈주스티노〉의 음악을 많은 부분 차용하였다. 사실 〈알렉산드로 세베로〉의 경우 서곡과 레치타티보만 새로 작곡되었을 뿐, 나머지 음악들은 〈주스티노〉를 비롯한 헨델의 이전 오페라 〈베레니체〉, 〈아르미니오〉 등에서 가져온 것이다.

농부 출신의 주스티노, 동로마의 황제가 되기까지

〈주스티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실존했던 인물들이지만 이야기 자체는 허구이다. 아나스타시오는 491년부터 518년까지 동로마황제였고, 주인공 주스티노는 농부 출신으로 동로마 제국의 군대 고관을 거쳐 황제 아나스타시오의 죽음 이후 황제로 선출된 인물이다.

1막

콘스탄티노플에서 아나스타시오의 대관식이 이뤄지고 있고 많은 기사들과 귀부인들이 참석하여 이를 축하한다. 그때 아만치오 장군이 등장하여 비탈리아노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전한다. 아나스타시오는 반란을 진압하러 출정하려 하지만, 아리아나가 이를 만류한다. 전령 폴리다르테가 와서 비탈리아노의 요구 조건을 전한다. 그 조건이란 아리아나를 자신의 아내로 달라는 것이다. 분노한 아나스타시오는 폴리다르테를 돌려보내고 전쟁 준비를 시작한다.

한편, 농부 주스티노의 꿈속에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가 나타나 운명에 맞서 싸운다면 명예와 황제의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언한다. 주스티노는 꿈에서 깨어 전쟁터로 향한다. 길을 가던 주스티노는 곰에 쫓기던 한 여인을 구하게 되는데, 이 여인은 바로 황제 아나스타시오의 여동생인 레오카스타였다. 레오카스타는 주스티노를 궁전으로 초대한다. 아리아나는 남편을 따라 전장으로 나갔다가 반란군에게 붙잡힌다. 주스티노는 아나스타시오 휘하의 군인이 되어 아리아나를 구하러 가게 된다. 반란군 캠프에서 폴리다르테는 아리아나를 비탈리아노에게 데려간다. 아리아나가 비탈리아노의 요구를 거절하자 비탈리아노는 아리아나를 바다 괴물에게 던져버린다.

2막

아나스타시오와 주스티노가 탄 배가 난파되고, 간신히 살아남은 두 사람은 은신처를 찾는다. 한편, 폴리다르테는 아리아나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만 아리아나는 거절한다. 폴리다르테는 아리아나를 바위에 묶어두고는 떠나버린다. 바다 괴물이 나타나 아리아나에게 다가온다. 이때 아리아나의 비명 소리를 들은 주스티노가 바다 괴물과 싸워 괴물을 죽이고 아리아나를 구한다. 다시 만나게 된 아나스타시오와 아리아나는 기뻐하고, 아나스타시오는 주스티노에게 고마워한다.

비탈리아노는 뒤늦게 후회를 하며 아리아나를 구하러 간다. 아리아나가 묶여 있던 곳에서 바다 괴물의 시체를 발견한 비탈리아노는 아리아나를 찾아 헤맨다. 주스티노는 비탈리아노를 포로로 잡게 된다. 아나스타시오는 다시 한 번 주스티노를 칭찬하며, 반란군을 완전히 물리치기 위해 그를 다시 전장으로 내보낸다. 한편, 장군 아만치오는 주스티노가 계속해서 공을 세우자 그를 시기한다.

3막

비탈리아노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아만치오는 아나스타시오가 주스티노를 의심하게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아리아나는 주스티노의 용기를 치하하며 아나스타시오에게서 받은 벨트를 주스티노에게 하사한다. 아만치오는 이 사실을 황제에게 알린다. 황제는 주스티노가 반란을 꾀하고 있고 아리아나와도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고 오해하여 주스티노에게는 사형을, 아리아나는 추방시킬 것을 명령한다. 한편, 주스티노를 사랑하고 있던 레오카스타는 이 모든 일의 배후로 아만치오를 의심한다. 레오카스타 덕분에 주스티노는 사형을 면하고, 대신 추방된다. 주스티노는 길을 가다 지쳐 잠이 들게 되고, 비탈리아노가 잠이 든 주스티노를 발견한다. 비탈리아노가 주스티노를 죽이려는 순간, 비탈리아노의 죽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스티노는 어렸을 때 잃어버린 비탈리아노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비탈리아노와 주스티노는 아만치오의 배신에 맞서 아리아나와 아나스타시오를 구하기로 결의한다.

한편 주스티노가 추방당한 후, 아만치오는 황제를 배신하고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아만치오는 아나스타시오, 아리아나, 레오카스타를 쇠사슬로 포박하고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순간 주스티노, 비탈리아노, 폴리다르테가 이끄는 군대가 들이닥치고 주스티노는 아만치오를 사로잡는다. 주스티노는 아나스타시오, 아리아나, 레오카스타를 풀어주고 그 간의 모든 오해를 푼다. 또한 주스티노는 형제인 비탈리아노를 용서해달라고 아나스타시오에게 간청한다. 아나스타시오는 주스티노와 공동 황제로서 나라를 통치하게 되고 주스티노와 레오카스타는 혼인을 하게 된다. 모두가 행복해하며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