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와 이력

루마니아의 영화감독, 작가, 제작자. 1975년 5월 1일 루마니아 페트로사니(Petrosani)에서 태어났다. 1983년 여덟 살의 나이에 가족들과 함께 독일로 이주하였다가, 1994년 루마니아로 돌아왔다. 귀국 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국립연극영화대학(National University of Theatre and Film)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였고, 재학 시절 <눈 위의 양>(Zapada mieilor, 1998)이라는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1999년 국립연극영화대학을 졸업하였다.

작품 세계

칼린 피터 네처의 장편 데뷔작 <마리아>(Maria, 2003)는 빈곤한 환경에서 일곱 명의 아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매춘을 선택하는 여인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1962년부터 1995년까지 실존했던 ‘마리아’라는 실존 인물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이 영화는 서유럽 사회에 만연해가는 사회, 경제적 양극화에 세계화 이데올로기, 국제 자선 단체나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 영화는 로카르노국제영화제(Locarno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심사위원특별상(Special Prize of the Jury)을 수상하면서 칼린 피터 네처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피터 네처는 만연한 빈곤으로 인해 야기되는 루마니아 사회의 혼란상을 여과 없이 묘사함으로써 이 참혹한 비극에 관객들이 공모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였다.

두 번째 영화 <아버지의 훈장>(Medal of Honor, 2009)은 어느 날 2차 세계대전에서의 영웅적 활동으로 명예 메달을 받게 된 일흔다섯 살 노인 이온의 이야기이다. 메달은 이온에게 그의 삶 전체를 기억해내도록 만든다. 튜더 보이칸(Tudor Voican)이 각본을 쓴 영화는 캐릭터에 대한 사실주의적인 묘사를 통해 사회주의 노선의 붕괴 이후 변해가고 있는 루마니아 사회의 일면을 묘사하고 있다. 관료주의의 폐해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인간의 삶을 묘사한 이 영화는 테살로니키영화제(Thessaloniki Film Festival)에서 남우주연상, 각본상, 국제비평가협회상(FIPRESCI Prize) 등 네 개 부문을 석권하며 화제를 모았다.

세 번째 영화 <아들의 자리>(Child's Pose, 2013)는 피터 네처의 명성을 확고하게 굳히게 된 작품이다. 피터 네처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루마니아 뉴웨이브를 상징하는 영화 중 하나인 크리스티 푸이유(Cristi Puiu)의 <라자레스쿠 씨의 죽음>(The Death Of Mr Lazarescu)을 쓴 각본가 라즈반 라둘레스쿠(Razvan Radulescu)와 함께 했다. <아들의 자리>는 살인혐의를 받는 아들의 교도소 행을 막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루마니아의 상류층 어머니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저예산으로 30일간 촬영하였고, 루마니아를 대표하는 배우들 중 하나인 루미니타 게오주(Luminiţa Gheorghiu)와 보그단 두미트라체(Bogdan Dumitrache)가 주연을 맡았다. 루마니아 사회의 계급 문제를 이면에 깐 이 영화는 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그랑프리에 해당하는 황금곰상(Golden Bear)을 수상했고, 86회 아카데미시상식에 루마니아를 대표하여 출품되면서 최고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의 영화 산업지 『버라이어티』(Varirty)의 비평가 제이 웨이스버그(Jay Weissberg)는 “루마니아의 동료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네처는 배우들을 다루는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높은 관객들의 기대는 게오주의 뛰어난 연기가 거의 당연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다”라고 평했다.

영화사적 평가

칼린 피터 네처는 최근 루마니아 영화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열악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국의 영화 제작 환경에 대해 지속적인 비판을 가해왔다. 이와 같은 생각은 “루마니아 뉴웨이브는 루마니아를 위한 아주 훌륭한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 간 영화제작을 위한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라는 그의 말 속에 잘 드러나 있다. 피터 네처의 영화는 동시대 루마니아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루마니아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크리스티 푸이유,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Corneliu Porumboiu), 크리스티안 문쥬(Cristian Mungiu)의 뒤를 잇는 루마니아 뉴웨이브의 새로운 세대로 평가할 수 있다.

작품 목록

<눈 위의 양>(Zapada mieilor, 루마니아, 1998, 단편)
<마리아>(Maria, 루마니아/프랑스/독일, 2003)
<아버지의 훈장>(Medalia de onoare, Medal of Honor, 독일/루마니아, 2009)
<아들의 자리>(Pozitia copilului, Child’s Pose, 루마니아,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