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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표시기 | 1959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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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빌리 와일더 |
〈화이트 칙스〉(2004년)는 흑인 남자 두 명이 스타일리시한 백인 여자로 변장해서 벌이는 해프닝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풍자적인 그 영화 속의 패션을 보면서, 필자는 여장남자의 원조 격인 빌리 와일더 감독의 1959년 작품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를 떠올렸다.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갱스터들을 피해 여자들만의 순회 공연단에 숨어 들어간 두 남자, 잭 레몬과 토니 커티스가 공연 단원인 마릴린 먼로를 만나 벌이는 코믹한 소동과 달콤한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AFI(American Film Institute)가 선정한 역대 100편의 코미디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이 영화의 의상은 유명한 영화 의상 전문 디자이너 오리 켈리(Orry-Kelly)의 솜씨였는데, 그는 이 영화로 1960년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하게 된다.
오리 켈리는 긴 진주 목걸이와 낮은 허리선이 특징적인 레이스 원피스, 머리에 꼭 맞는 둥근 모자, 섬세한 자수와 비즈 장식을 더한 검정색 드레스 등으로 마릴린 먼로의 스타일을 만들면서 1920년대를 멋지게 해석해냈다는 평을 들었다. 극 중 속살이 살짝 비치는 옷차림으로 요염하게 등장하는 서른에 가까운 마릴린 먼로는 약간 살집이 오르긴 했지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영화를 찍을 때 실제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고 전해진다.
영원한 섹스 심벌인 먼로를 제외하고 이 영화가 주는 또 하나의 백미라면 실제 1920년대 옷장에서 꺼낸 것 같은 살랑거리는 원피스와 모자, 곱슬곱슬한 단발머리와 조금은 우습기까지 한 화장으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두 남자 배우의 여장일 것이다. 토니 커티스와 잭 레몬의 여장용 드레스는 실제 1920년대 무성영화 시대 스타들이 입었던 것을 재활용한 것이었다. 마릴린 먼로는 잭 레몬이 입었던 이 드레스가 너무 마음에 들어 자신이 입고 출연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얼굴 전체에 화장을 하고 가슴과 엉덩이에 패드를 넣은 뒤 종아리의 털을 꼼꼼히 면도하는 과정을 거쳐 이 두 남자가 여자로 변신하는 데는 3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의 여장이 비교적 완벽했기 때문에 남자 화장실에서는 일대 소동이 있었다고도 한다.
제목처럼 ‘핫(tot)’하고 톡톡 튀는 즐거움이 가득한 영화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의상들을 흑백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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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1971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원에서 패션마케팅 및 의상사회심리를 전공한 것이 인연이 되어 1996년부터 삼성패션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자타..
출처
패션은 숨 쉬는 일과 같다. 아담과 하와 이후, 혹은 유인원에서 털을 퇴화시키고 인간으로 진화한 그 순간부터 우리는 패션과 함께 웃고 울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모자와 신발과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