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2010년 네이버 웹툰 ‘베스트 도전’ 코너에서 정식 연재로 넘어와 매주 목요일에 연재 중인 순끼 작가의 데뷔작. <치즈 인 더 트랩>을 독자들은 보통 ‘치인트’로 줄여서 말한다. 말 그대로 데뷔작으로, 2010년부터 2016년 1월 기준 <치즈 인 더 트랩> 단 한 작품을 장기연재 중. 2010년과 2011년 독자만화대상 온라인만화부문 2위에 올랐고 2012년에는 3위에 랭크됐다. 2014년 오늘의 우리만화상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고 일본 네이버 웹툰에서도 번역 연재 중으로, 소녀만화 독자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단행본은 시즌 1과 2가 각각 여섯 권, 아홉 권 출간되어 현재 총 열 세 권이 판매 중이며 시즌 3은 발매 예정이다. 보이스 드라마화 된 적 있으며 2016년 1월 케이블채널 TVN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목차
-
단지 조금 싸한 기분이 드는, 순정만화
-
나는 너를, 우리는 그들을 거울처럼 비추다
단지 조금 싸한 기분이 드는, 순정만화
그럴 때가 있다. 나는 분명 느꼈는데, 나는 분명 상대의 행동과 상반되는 불편하고 부대끼는 묘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 누구도 그걸 모를 때. 처음에는 기분 탓이나 내 예민함 탓으로 넘어가지만 느낌을 확신으로 발전시키는 묘한 일이 한 번쯤 더 생긴다. 보통 그런 느낌을 받는 건 아주 사소한 일, 찰나이므로 이전과 마찬가지로 나 외에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더 이상 그건 그저 느낌이나 기분으로 치부하고 잊어버릴 수 없는 찜찜한 무언가로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게 된다.
<치즈 인 더 트랩>은 그런 순간이 차곡차곡 퇴적된 것이 추후 인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무슨 말이냐고? 선남선녀가 잔뜩 나오는 명문대 캠퍼스라이프와 로맨스를 그린 <치즈 인 더 트랩> 이야기다. 열독자들은 <치즈 인 더 트랩>을 ‘본격 남자주인공이 웃으면 무서워지는 만화’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고, 연재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에는 ‘평범한 여대생 홍설, 그리고 어딘가 수상한 선배 유정. 미묘한 관계의 이들이 펼쳐나가는 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다. 작가인 순끼는 "생활 속의, 관계 속에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싸함’이 있는 만화" 정도로 <치즈 인 더 트랩>을 말한다.
주인공 홍설은 A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순정만화의 법칙에 충실하게 평범보다는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예민한 성격에 더불어 고민을 혼자 끌어안고 어디 털어놓지도 못하며 주변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캐릭터다. 이런 성격만으로도 충분히 학교생활이 순탄치 못할 것이 뻔히 보이는데 큰 딸에 모범생 출신이라 싫은 소리도 잘 하지 못한다. 최대 고민은 성적과 서서히 망해가는 집안 사정. 달콤한 캠퍼스 러브스토리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처지다. 그녀의 앞에 누가 봐도 완벽한 남자, ‘유정’선배가 나타난다.
군복무를 마치고 갓 복학한 그는 경영대의, 아니 A대 여학우들의 아이돌 같은 존재. 엄청나게 부유한 집안의 외동아들에 배우 같은 외모, 성적은 언제나 우수하고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친절해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그 역시 어딘가 미묘한 구석이 있다. 자신이 가진 것 때문에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주제넘게 가까워지려 들면 벽을 쳐 차단해버리는 것. 평생 다가오는 사람들의 호의와 그 뒤에 숨긴 의도를 보아온 유정은 사회 속에서의 인간관계, 그 자체를 피곤해 한다. 자신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손에 쥔 많은 것들을 스스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용하고 휘두르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홍설이 저렇게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된 데 나름의 이유가 있듯 뭐, 그런 거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 각자 피해의식을 안고 A대학에서 만나게 된 둘은 은근히 마찰을 일으키며 극 자체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너무 사소한 것이라 놓치고 지나가기 십상인 것들을 홍설은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유정선배라는 인간을 파악하는 단서로 쓰고, 유정은 유정 나름대로 지속적으로 거슬리는 홍설의 언동과 눈빛에 피곤해한다.
나는 너를, 우리는 그들을 거울처럼 비추다
작가는 애초 <치즈 인 더 트랩>을 기획한 것은 고교생 때였으며, 작가 본인이 대학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작품의 무대 또한 대학으로 옮겨갔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주로 두 사람의 연애담이나 기 싸움 같은 사소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이런 캐릭터들로 순정만화를 그리기엔 자신이 없어서 대학생활 이야기와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추가해 이야기를 확대시켰다고. 그래서일까? <치즈 인 더 트랩>이 좋은 평을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리얼한 대학생활의 일면을 보여 준다’다. 친구사이에서 발생하는 사사로운 사건부터 조별과제를 끌어가는 어려움, 일찍부터 취업을 준비하며 여러 가지 스펙을 쌓아두는 것, 아르바이트, 휴학 등 같은 목적을 가진 집단의 개개인이 각자의 목적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양태를 실감나게 그린다.
유정의 동기이자 좋은 사람을 자처하지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며 다소 무책임한 타입인 상철선배, 좀 예쁜 여자면 상대 반응은 신경도 안 쓰고 들이대다 잘 되지 않으면 남 탓으로 돌리는 영곤, 짝사랑하는 유정선배가 홍설을 신경 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홍설을 결국 위험에 빠뜨리는 남주연, 홍설이 가진 모든 것을 부러워하고 시기 질투하는 손민수까지 학교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홍설의 가장 친한 친구인 보라와 은택을 제외하곤 긴장관계, 적대관계에 가깝다.
유정의 주변에도 이런 인물들은 차고 넘친다. 유년기를 형제처럼 함께 붙어 다니며 친하게 지냈지만 ‘아무렇지 않게 내가 있을 곳을 넘본다’ 등의 이유가 쌓여 회복 불가능한 사이가 되어 버린 백인호, 백인호의 누나이며, 예쁜 사람이지만 누구보다도 세속적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고 ‘가치 있는’ 유정에게 붙어 자기 안위를 확보하려드는 백인하가 대표적인 예.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두 남녀 주인공 주변에서 둘을 계속 피곤한 상황으로 이끄는 인물들의 행동은 모두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덤비는” 게 아니다. 불필요한 우연이 반복되어 오해로 발전하며 생기는 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홍설과 유정이 가진 성격, 그 밑바닥에 깔린 상처와 피해의식이 자아내는 자기 방어적 행동들이 일을 확대시키고 있다.
동족혐오에 가까웠지만, <치즈 인 더 트랩>이 캠퍼스 로맨스 물인 만큼 홍설 유정은 연인 관계가 된다. 지내다 보니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결국 둘은 서로의 커다란 차이를 자의적으로, 또 외부 사건에 얽혀 타의로 알게 된다. 둘의 명백한 거리감을 깨달은 순간이 몇 번이나 찾아왔지만 둘은 아직 목하 열애중이다. 모두가 그러하듯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그와 나의 공통점에 기뻐하는 동시에, 명백한 차이점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연속이다. 캠퍼스 라이프로 얻을 수 있는 건 과제에 무임승차하는 선배나 남자친구 말고도 많다. <치즈 인 더 트랩>은 많은 사람들을 통해 나를 비추어 볼 수 있는, 단순히 순정만화라 규정지을 수 없는 작품이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출처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만화! 만화 속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