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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목숨을 건 운명의 게임, 『타짜』
  2.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두 거짓
  3. 한 판에 모든 것이 달린 극단의 승부
타짜

『타짜』1부 (지리산 작두), 2부 (신의 손), 3부 (원 아이드 잭), 4부 (벨제붑의 노래), 글. 김세영 그림 허영만, 전권 완결

ⓒ 위즈덤하우스, 허영만, 김세영

『타짜』는 총 4부로 이어지는 도박판의 구라꾼 ‘타짜’들에 대한 이야기다. 크게 1부와 2부는 화투판을 배경으로 하며 3부와 4부는 포커판과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스토리는 김세영 작가가 맡았으며 그림은 허영만 작가가 그렸다.

1부 ‘지리산 작두’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의 원작으로도 알려져 있다. 1부는 주인공 고니가 전설의 타짜인 평경장에게 기술을 배워 화투판의 쟁쟁한 실력자들을 이긴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복수, 사랑 그리고 화투에 대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화투판이 요동친다. 2부는 고니의 조카인 함대길이 주인공이다. 함대길이 화투판에 끼어들었다가 타짜가 되고 여러 음모, 배신과 얽히면서 역시 화투판을 평정해 간다. 강형철 감독의 <타짜 - 신의 손>의 원작이기도 하다. 3부는 포커판으로 이동하는데 1부에 등장했던 짝귀의 아들 도일출이 주인공이다. 포커에 자신 있었던 도일출은 도박사기를 당해 거액의 빚만 지게 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더 포커에 빠져버리게 된다. 4부 벨제붑의 노래는 좀 더 범위를 넓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한다. 한때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장태영과 박태영의 관계를 중심으로 배신, 치정 등의 이야기가 치밀하게 끼어든다.

목숨을 건 운명의 게임, 『타짜』

타짜

『타짜 – 제3부 원 아이드 잭』 – 허영만&김세영

ⓒ 위즈덤하우스, 허영만, 김세영

넷이 모이면 중국 사람은 마작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 사람은 셋이 모이면 화투를 친다. 열두 달을 상징하는 그림이 들어간 빨간 색 패를 쥐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하는 화투의 재미는 손을 잃고 다리를 잃어도 포기할 수 없는 마성의 힘이 있다. 이런 위험한 판에는 항상 ‘선수’라 불리는 사기 전문가들이 등장하기 마련이고, 도박판에서는 그들을 ‘타짜’라 부른다. 김세영이 스토리를 맡고 허영만이 그림을 그린 『타짜』는 일반인은 알지 못하는, 타짜들의 세계에 집요하게 파고든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조차 믿어서는 안 된다는 위험한 판 속으로.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두 거짓

타짜

영화 <타짜> 중 한 장면

『타짜』는 1부 지리산 작두, 2부 신의 손, 3부 원 아이드 잭, 4부 벨제붑의 노래로 나뉜다. 1부와 2부는 화투판을 다루고 3부는 포커판, 4부는 포커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한 도박의 세계로 파고든다. 판이 어느 곳이든 이야기의 중심은 오로지 돈을 따기 위해 어떤 사기도 서슴지 않는 구라꾼, 타짜다. 1부 지리산 작두에 등장하는 타짜는 고니다. 작두를 들고 다니며 구라를 치면 손목을 자르겠다고 하는 행동에서 비롯된 ‘지리산 작두’가 그의 별명이다. 날 때부터 사기꾼은 없듯 고니 역시 처음부터 사기도박을 한 것은 아니었다. 타짜에게 가족의 돈까지 모두 잃고 난 후, 그는 잃은 것을 다시 되찾기 위해 타짜가 되기를 결심한다. 이후 전설의 타짜인 평경장을 찾아가 제자가 되고 그는 구라꾼 타짜로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의 원작으로도 알려진 작품인 1부 지리산 작두는 크게 보면 고니라는 인물이 하나하나 도박판을 평정해가는 성장기다. 여기에 복수와 사랑, 의리 등이 얽히면서 이야기도 주인공과 함께 판을 넓혀간다. 1부의 묘미는 복수를 두고 펼치는 고니와 아귀의 한판 승부다. 『타짜』 시리즈의 장기인 미묘한 심리전과 긴장감이 가장 극대화 된 부분이다.

이후 1부에 등장한 여러 인물들이 2부와 3부에 걸쳐 등장한다. 2부 신의 손은 고니의 조카 함대길의 이야기다. 얄궂은 운명 때문에 도박 하우스에서 심부름꾼인 식모로 활동하다가 타짜로서 활동하게 된 대길은 자신의 애인 미나와 그의 오빠 광철의 복수를 위해 화투판의 거목으로 성장하게 된다. 2부 부터는 <타짜>가 얼마나 치밀하게 취재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한데 화투의 바이블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타짜> 3부 원 아이드 잭은 바둑이, 하이로우 등 카드게임으로 종목을 바꾼다. 1부 지리산 작두에 등장하는 짝귀의 아들 도일출이 주인공인 3부는 사기도박에 휘말린 그가 빚을 지면서 시작된다. 그 후 변태섭의 도박학교에 들어간 도일출은 배짱과 실력을 겸비한 타짜로서 성장하게 된다. 3부 역시 포커의 기본부터 타짜의 화려한 기술이 판 위의 카드처럼 펼쳐진다.

4부는 기존의 『타짜』 시리즈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커다란 판이 등장한다. 바카라, 블랙잭 등 카드 게임을 기본으로 하지만, 이야기는 도박보다 주인공 장태영과 박태영의 복수전에 초점을 맞춘다. 가장 절친한 친구였지만 열등감에 배신을 하게 된 박태영과 그에 의해 모든 것을 잃게 된 장태영의 싸움은 단순히 한판 승부가 아니라 도박판 전체를 뒤 흔드는 싸움으로 커져간다.

한 판에 모든 것이 달린 극단의 승부

뭐든 과하면 망하는 법이다. 도박은 파산에 이르는 지름길이며 이는 본인의 정신 파괴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그렇지만 ‘도박’을 다루는 이야기는 어떤 스포츠보다 흥미롭고 짜릿하다. 어느 정도에 이르면 실력도 통하지 않는, 어쩌면 각자의 운을 겨루는 승부가 도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무모한 일에 돈과 신체는 두말할 것 없고 목숨까지 걸어버리니,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느 장르에서나 ‘도박’은 매력적인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실력 하나로 모든 판을 정복하는 멋들어진 이야기부터 도박으로 패가망신하는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커다란 빚을 앉은 채 도박의 세계에 빠져든 주인공 카이지를 내세운다. 그를 통해서 잔인한 경쟁으로 움직이는 세계의 작동원리를 내비치는 것이다. 카이지는 사력을 다해 목숨을 건지는가 싶으면 곧 다시 수렁으로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런 카이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막장’이란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목숨을 건 한 판에 보는 이도 함께 승부에 빠져버리게 된다.

김세영과 허영만의 『타짜』도 마찬가지다. 1부부터 4부까지 수많은 이들이 등장하고 화투판부터 포커판 더 나아가 글로벌한 도박의 세계를 다루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은 ‘운에 걸린 한판 승부’다. 흔히 말하는 한끗발로 패자와 승자와 갈리며 누군가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누군가는 천상에 오르게 되는 극한의 짜릿함과 허무함. 그러니 음모와, 배신, 치정은 필수일 수밖에 없는 어두한 곳에서 ‘숨 쉬는 것만 빼고 거짓말’이 되는 기묘한 꾼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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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영 집필자 소개

컬처매거진 BRUT 에디터, 씨네21 객원기자를 거쳐 현재는 만화없는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에디터

출처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만화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만화 | 저자김봉석 외 | cp명에이코믹스 도서 소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만화! 만화 속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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