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립스틱을 사들여도 실제 쓰는 립 제품은 몇 개 안 된다. 언젠가 ‘분명 송혜교 립스틱을 샀는데 내가 바르니 그 색이 아닌 것 같다.’며 의아해 하는 사람을 보았다. 당연히 그렇다. 립 제품은 자기 피부 톤, 입술과 반응해 전혀 다른 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선을 끌어 모으는 데다, 입술 색이 진하기 때문에 그 어떤 다른 색조 제품보다도 그 정도가 심하다. 쉽게 말해, 안 어울리는 립스틱은 ‘잔인하리마치’ 안 어울린다. 누가 발라서 눈의 여왕처럼 신비로웠던 핑크 펄 립스틱이 내가 바르니 할로윈 분장용 야광 립스틱처럼 보이기도 하고, 고혹적이고 우아한 브라운 립스틱이 얼굴 나이를 스무 살은 더 먹어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쿨 톤, 웜 톤 등 자기 고유의 바탕색에 따른 대비 때문인데 웜 톤이라고 웜 톤에 해당하는 모든 립스틱 색상이 다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자기에게 정말 어울리는 색 하나, 그 다음으로 어울리는 색 하나, 아이섀도와 피부 표현을 잘 하면 그럭저럭 어울리는 색 하나, 이렇게 세 가지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노르스름한 웜 톤이면서 피부가 희고 눈동자는 진하지 않은 미스에이의 수지는 빨강도 분홍도 아닌 흐릿한 산호색 정도가 제일 잘 어울린다. 보라 기가 도는 핫 핑크를 바르면 본연의 순수하고 아리따운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어색하고 피부도 누렇게 떠 보일 것이다. 만약 짙은 화장을 한다고 하면 다홍색처럼 진한 색도 어울리고, 핑크인데 노란 기가 도는 색, 아이라인을 진하게 한다면 베이지인데 골드 펄이 든 색 등 흐린 계열도 어울릴 것이다.

쿨 톤의 대표주자인 배우 김태희는 노르스름한 기가 든 산호색이 정말 안 어울린다. 피곤해 보이고 심지어 나이 들어 보이게까지 한다. 하지만 푸른 기가 도는 빨강, 진줏빛 도는 푸른 핑크를 발랐을 때 그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미모가 빛을 발한다. 이런 효과는 단지 연예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립스틱을 고를 때 핑크 중에서는, 빨강에서는, 베이지에서는 얼마나 노란 기가 도는 색이 어울리는지 정해두는 것이 좋다. 거기서 더 나아간다면 그중에서 얼마나 진한 색이 자신에게 최선인지를 정하면 좋을 것이다. 색조와 진하기가 자신에게 딱 맞아 떨어지는 립 컬러를 발랐을 때 그 사람이 가장 눈부시게 보이고 약점은 감춰진다. 또 많은 사람들이 립 컬러가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