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창시절 화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다른 쪽 일로 빠지면서 그 욕구가 모두 아이섀도로 쏠린 것 같다. 한때 모았던 아이섀도가 커다란 화장대 서랍 네 개에 꽉 찰 정도였는데 한 번 그어본 것, 아예 건드리지 않은 것, 너무 오래돼 버릴 수밖에 없는 것도 있었다. 아이섀도는 눈 주위를 팔레트 삼아 어떤 패턴이든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대입 미술 실기 종목 중 하나인 ‘구성’과 비슷하다. 또 여러 색과 질감이 모인 아이섀도 팔레트는 그 자체가 몬드리안의 차가운 추상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오랜 경험상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나에게 정말 어울리는 색은 몇 가지가 되지 않는다. 브랜드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왜냐면 그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사용하는 색조와 질감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도시 여성을 지향하는 브랜드가 어느 날 갑자기 소녀적이고 귀여움으로 가득한 아이섀도 콜렉션을 내놓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다면 자신에게 맞는 브랜드와 색조를 알아두는 게 좋다.

아이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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