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서양 사람들은 블러셔를 절대 빼먹지 말아야 할 필수 단계로 여기지만 우리나라는 생략하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색감이 풍부하지 않는 한국인의 피부에 진하게 잘못 발랐다간 술 취한 사람, 혹은 뺨 맞은 사람처럼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항상 블러셔를 진하게 바르던 교수님이 계셨다. 아마도 옆을 보는 거울이 없었던 것 같다. 사선으로 바르셨는데 항상 귀 옆이 붉은 갈색으로 뭉쳐 있어 맞은 것처럼 보였다. 정열적으로 강의를 하실 때마다 내용보다는 항상 뺨에 시선이 집중되어 뭘 들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교수님이 블러셔만 연하게 펴 바르셨어도 A학점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한국인이 유독 어려워하는 블러셔는 안 바르는 것보다 잘 바르는 게 훨씬 낫다. 진화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혈색이 돈다는 것은 젊고 건강한 여성이라는 걸 상징해 남성에게 성적으로 좀 더 어필했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술에 취해 발그레하게 물든 여자의 뺨이 사랑스럽다는 남자가 매우 많다. 마리 앙투와네트의 초상을 보면 하나같이 발그레하다 못해 턱 선에 가깝게 붉은 기가 도는 얼굴을 하고 있다. 당시 화장에 있어서도 트렌드세터였던 그녀는 분명 한참을 공들여 볼을 물들였을 것이다.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핏기 없는 밋밋한 얼굴보단 자기 피부 톤에 맞게 자연스런 혈색이 도는 뺨이 백배는 매력적이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친구들이 연구소로 떠날 때 과감히 패션 매거진으로 눈을 돌려 「쉬크」, 「신디더퍼키」, 「앙앙」 등에서 에디터로 오랜 시간 일했다. 『잇 걸』, 『잇 스타일』, 『서..
출처
뷰티 에디터의 화장품 가이드. 화장품에 대한 온갖 궁금증 해결은 물론이고, 자신의 피부 타입과 톤 알아내는 법,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과 질감까지 꼼꼼히 짚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