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待望)의 비니루 장판 드디어 등장!!’ 1956년 락희(樂喜)화학공업사(LG화학의 전신)가 국산 비닐 장판 생산 개시를 알린 광고는 화학물질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하다. 195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본격 보급된 플라스틱과 합성섬유는 나무 · 고무 등 천연 소재를 대체하는 꿈의 신물질로 취급되었다. 신문 기사도 플라스틱을 ‘생활 개선의 선구자’라고 표현했다『( 조선일보』1963년 3월 17일자). 플라스틱 도마 광고는 ‘나무 도마는 세균의 온상, 세균의 배양판(培養板), 그리고 세균 덩어리’라고 헐뜯었으며(『조선일보』1968년 9월 24일자), 쌀 도정(搗精) 기계용 플라스틱 롤러 광고는 ‘종래의 고무 롤러는 유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조선일보』1957년 9월 15일자).^각주1)

환경적 관점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플라스틱의 인기는 오늘날까지도 건재하다. “신용카드로 지불하겠다”는 말도 “I prefer to pay with plastic”이라고 하면 된다. 플라스틱이곧 신용카드를 의미하는 것이다.^각주2) plastic은고대그리 스어인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는데, 이 단어의 뜻은 ‘주물이나 조형을 맞추는(capable of being shaped or molded)’이다. 그래서 성형수술도 plastic surgery라고 한다.^각주3)

미국 사회학자 로리 에시그(Laurie Essig)는 『유혹하는 플라스틱: 신용카드와 성형수술의 달콤한 거짓말(American Plastic: Boob Jobs, Credit Cards, and the Quest for Perfection)』(2010)에서 “플라스틱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미국을, 오늘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오늘날 거의 모든 미국인이 플라스틱이 보장하는 멋진 약속들에 눈먼 노예 신세가 되었다고 비판하는데, 여기서 대표적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수술 (성형수술)’과 ‘플라스틱 머니(신용카드)’다.

“플라스틱 수술비를 제일 손쉬운 플라스틱 머니로 지불” 한다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 로리 에시그(Laurie Essig)는 “불황이건 공황이건, 그것이 신용 경색(credit crunch)으로 인해 시작되었다는 데에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