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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만 노동력을 가져다 쓰고 일이 뜸해지면 내쫓아버리는 고용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물이 필요할 때는 수도꼭지를 틀었다가 불필요할 때는 잠그는 것에 빗댄 말이다. 이른바 ‘호출근로’와 비슷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인력 풀을 만들어놓고 필요할 때만 선택적으로 부르는 고용 방식을 일컬어 호출근로라 한다. 수도꼭지 고용 방식에 의해 고용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은 열악하다. 노동법에서 인정하는 월차나 퇴직금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언제 잘릴지도 알 수 없다. 수도꼭지 고용은 배달 대행이나 택배 상하차, 호텔 연회장 알바 등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꼭지 고용은 청소년 알바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고용 방식이다. 왜 그럴까? 최화진은 2015년 1월 “청소년 노동에서는 ‘꺾기’나 ‘수도꼭지 고용’ 등의 편법도 자주 이뤄진다. ‘꺾기’는 채용 당시 이야기했던 근무시간과 달리 손님이 없을 때 매장 밖으로 내보내 쉬게 하거나 조기 퇴근을 시키는 걸 말한다. 이럴 경우 임금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짧은 시간에 동일한 일을 해야 해서 노동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동법에서 인정하는 월차나 퇴직금도 받을 수 없고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하다. 청소년 노동자들은 관련 법을 자세히 모르고 있거나 법을 알더라도 고용주에게 따지다가 잘릴까봐 제대로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문형 경제(on-demand economy)가 수도꼭지 고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각종 서비스와 재화가 모바일 네트워크 또는 온라인 장터 등을 통해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로 즉각 제공되는 경제 시스템을 일컬어 주문형 경제라 한다. 이와 관련해 신지후는 2015년 2월 “주문형 경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노동 유연성’의 극대화다. 긍정적으로 보면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고, 본업을 하고 남는 자투리 시간에 또 다른 일을 하며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반면 이러한 특성 탓에 주문형 경제는 마치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듯 필요할 때만 인력을 고용하고 또 수도꼭지를 잠그듯 쉽게 해고해 노동의 안정성을 크게 악화시키는 ‘수도꼭지 경제’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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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이진순, 「우리는 오늘 맥도날드를 점거한다: 알바노조 위원장 구교현」, 『한겨레』, 2015년 2월 7일.
- ・ 최화진, 「‘수도꼭지 고용’ 등 편법 잦아 눈물 삼키는 10대들」, 『한겨레』, 2015년 1월 27일.
- ・ 신지후, 「쑥쑥 크는 주문형 경제···‘수도꼭지 노동시장’ 공포도 자란다」, 『한국일보』, 2015년 2월 15일.
글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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