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는 성경에서 반도, 광야, 산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시나이 반도, 시나이 광야, 시나이 산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구출되어 약속의 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장소로 나타난다.

팔레스티나와 이집트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역삼각형 모양의 시나이 반도는 동서로 각각 아카바 만과 수에즈 만을 끼고 남북으로는 홍해, 지중해와 맞닿아 있으며 전체 면적은 약 4-5만km2이다. 반도 대부분이 광야나 고원^각주1) 또는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어 땅이 척박하고 거칠며 기후는 지중해 연안을 제외하면 비가 거의 오지 않고 건조했다.^각주2) 이곳에는 구리나 철, 터키석 등을 캐는 이집트의 광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목민이나 소수이긴 하지만 상주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으나 전반적으로 사람이 살기에는 그 조건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시나이 광야는 시나이 산 주변의 특정 광야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신, 파란, 시나이, 수르, 친 등 반도의 광야 지역^각주3) 을 통틀어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나이 산의 위치는 분명하게 알 수가 없다. 시나이 반도 서남쪽의 예벨 세발, 북쪽의 카데스 바르네아 근처, 아카바 만 건너편 아라비아의 북서쪽 어느 지점 등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이집트를 나온 이스라엘의 이동 경로나 시나이 산까지 걸린 시간^각주4) , 진을 칠 수 있는 평지 등을 감안하여 대체로 남쪽 중앙의 예벨 무사를 제일 유력한 곳으로 보고 있다. 그곳은 2,300m 정도 높이의 화강암 산이었다. 시나이 산은 호렙 산, 주님(하느님)의 산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각주5) 이스라엘 백성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은 특히 시나이 산이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들 중 하나인 시나이 산에서의 이야기는 탈출기 19장부터 민수기 10장까지에 기록되어 있다. 이집트를 탈출한 후 시나이 반도 여러 곳을 거쳐 가나안 땅으로 향하던 이스라엘 백성은 시나이 산 근처 광야에 진을 치고 그곳에 한동안 머물렀다. 거기서 이스라엘은 그들을 이집트에서 해방시켜 주신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유일신이신 그분을 모시는 선택된 백성으로 거듭났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해 시나이 산에 올라가 하느님께로부터 십계명과 율법을 받았다.^각주6)

이때 레위인들의 직무가 수립되고 첫 성막이 세워지고 이집트 탈출 후 첫 파스카 축제를 지내기도 했다.^각주7) 시나이 산은 이집트 탈출 전 모세가 하느님의 현현을 체험하고 사명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각주8) 이후 시나이 산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계시하시는 대표적인 장소가 되었으며 그럼으로써 그곳의 신성한 성격이 크게 부각되었다.^각주9) 하느님께서 그곳에 현존하고 계신다는 것이 그분께서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계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신약 성경에서도 시나이 산은 모세가 하느님을 만난 거룩한 곳으로 인용되고 있다.^각주10) 그 외에 사도 바오로는 시나이라는 말을 옛 계약 체계를 언급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모세의 율법에 속박되어 있음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각주11) 이렇게 바오로는 모세의 율법과 새 계약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는 자유를 비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