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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물리학 오디
세이

유체 역학의 진화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공기와 물

목차

  1. 수은 기압계
  2. 유체역학
  3. 유체도 고체와 마찬가지

장난감 자동차를 손으로 밀면 움직이는 것처럼 어떤 종류의 힘들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물체에 공기나 물의 압력이 작용하면 물체는 움직이거나, 변형되거나 부서질 수 있다. 그러나 액체는 행성이나 사과처럼 형태가 있는 물체와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액체는 고유의 형태가 없으며 흐를 수 있으므로, 액체에 의한 힘은 고체에 의한 힘과는 다른 형태로 작용한다. 그렇기는 해도 액체가 흐르거나 떨어질 때의 모양을 볼 수 있으며, 그때 액체에 의해 나타나는 힘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 지도 일부는 알 수 있다.

기체는 액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긴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기체의 운동을 이해하는 것은 좀 더 어렵다. 강한 바람에 나무나 건물이 쓰러지는 것을 보면 움직이는 기체가 가진 힘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기체와 관련된 실질적인 실험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

나뭇잎이 땅으로 떨어질 때 수직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무게가 아주 가볍고 표면적이 넓어 공기(바람)의 영향을 쉽게 받기 때문이다.

ⓒ 돋을새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낙사고라스는 공기 압력의 존재를 보이기 위해 공을 물 위에 띄워놓고 이를 손으로 눌러 물속으로 밀어 넣는 공개실험을 했다. 이때 주목할 점은 공에 작은 구멍을 내고 물속으로 밀어 넣었음에도 공 내부에 차있는 공기의 압력 때문에 공 안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낙사고라스가 이 실험의 결과를 대기의 압력에까지 확장해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떨어지는 나뭇잎이 공기 저항 때문에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이 실험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르키메데스는 물에 담겨진 물체는 그 물체로 넘쳐난 물의 무게만큼 위쪽으로 향하는 압력을 받는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알렉산드리아의 헤로는 공기와 물, 증기를 이용해 실질적인 발명을 한 사람이다. 헤로의 발명품에는 악기를 구동하기 위한 풍차와 최초의 증기 엔진 같은 것이 있었다. 그는 제단 위에서 물을 끓여 발생하는 수증기를 한 곳으로 모아 그 고인 물의 무게 때문에 문과 연결된 끈이 당겨지는 최초의 자동문을 만들기도 했다. 사제들로서는 그야말로 멋진 쇼였을 것이다. 헤로의 발명품 목록에는 최초의 슬롯머신이라고 부를 만한 물건도 있다. 동전을 넣으면 판이 기울어지고 밸브가 열리며 성수가 흐르다가 일정한 양이 흐르면 반대편의 무게 추에 의해 밸브가 닫히는 구조였다. 이 물건 역시 제단에서 종교적인(돈을 걷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또한 밧줄과 톱니바퀴, 단순기계를 이용한 자동 꼭두각시 인형도 만들었다.

헤로가 만든 최초의 증기기관, 아에올리스의 공

분출되는 증기의 힘에 의해 위의 구가 회전한다.

ⓒ 위키피디아: Tamorlan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물을 10m 이상 퍼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알려졌었는데 164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대기의 압력과 연관지어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수학자인 가스파로 베르티(Gasparo Berti)는 1640년경에 우연히 물을 이용한 기압계를 만들어냈다. 가늘고 긴 관을 물이 담긴 그릇 위에 세우면 관 속의 물이 10.4m 높이에서 멈추고 관의 윗부분은 진공상태가 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동료 물리학자였던 지오반니 바티스타 발리아니(Giovanni Batista Baliani)는 물을 이 높이 이상으로는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 이유를 갈릴레오에게 물었는데, 이에 대해 갈릴레오는 ‘관 위의 진공이 물을 붙들고 있으며 진공의 힘으로는 물을 10m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갈릴레오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공기가 질량이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수은 기압계

갈릴레오의 친구이자 제자였던 에반젤리스타 토리첼리는 1644년에 공기도 질량이 있고, 이 무게 때문에 가는 관 속의 물이 10m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가 마법에 빠져있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자신의 실험을 비밀리에 하고 싶었던 토리첼리는 실험을 위해 10m나 되는 관이 필요한 물보다 훨씬 밀도가 높은 액체 물질을 찾으려 애썼다. 만약 그런 물질을 찾는다면 관의 높이가 10m보다 훨씬 낮아져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가 물을 대신할 물질로 찾아낸 것이 바로 수은이었다. 수은의 밀도는 물보다 16배나 높았으므로 실험에 필요한 관의 길이는 10m의 16분의 1인 65cm에 불과했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은 토리첼리의 수은 기압계 실험을 반복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파스칼은 자신의 매제로 하여금 기기를 가지고 산 위로 올라가서 실험하도록 했는데, 실험 결과 수은은 높은 산에서는 낮은 곳에서보다 관 속에서 높이 올라가지 않았다. 이 현상에 대해 파스칼이 내린 결론은 높은 곳에서는 공기가 희박해서 공기의 압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공기의 압력은 고도가 높을수록 낮아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제로 고도가 높아지면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가 시작된다. 압력을 나타내는 단위는 그의 이름을 따서 파스칼(Pa)이라고 지어졌으며, 1Pa은 1N(힘의 단위 Newton. 1N=1)의 힘이 1m2에 가하는 압력을 뜻한다.

와인 기압계
기압계의 원리를 알아낸 파스칼은 이와 관련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확인하고자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관의 위쪽에 생긴 공간은 물(액체)에서 나온 기체이고 이 기체가 물을 아래로 누르는 것이지, 위의 공간이 진공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와인이 물보다 더 많은 기체를 발생시킨다고 여겨졌으므로 파스칼은 공개 실험에서 사용할 액체로 와인을 선택했다. 실험을 진행하기 전에, 파스칼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에게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 같으냐고 물었는데, 그들의 의견은 와인이 물보다 더 많은 기체를 발생시키므로 당연히 관 속에서 와인의 높이는 물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는 파스칼의 승리였다.

유체역학

물을 비롯한 액체는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사용해온 물질이지만, 액체의 특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엽에 들어서면서이다. 네덜란드계 스위스 물리학자 다니엘 베르누이는 1738년에 액체와 기체에 관한 연구 결과를 《유체역학(Hydrodynamica)》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베르누이는 빠르게 흐르는 물이 느리게 흐르는 물보다 더 큰 압력을 만들어내고, 이런 현상은 모든 액체와 기체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베르누이가 쓴 《유체역학》의 표지

유체역학에 관한 최초의 서적

ⓒ Danielis Bernoulli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는 수평으로 놓인 굵은 관에 물이 흐르게 하고 가느다란 관을 수평으로 놓인 관의 아래쪽에 U자 모양으로 연결한 뒤 아래쪽 관에 물이 차오르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론에 의하면 수평으로 놓인 관의 굵기가 가늘수록 수압이 낮아져 U자 모양의 아래쪽 관에는 물이 더 높이 차올라야 했다.

실험결과 수평관의 지름이 반이 되면 수압은 4배가 되었고, 수압은 관의 지름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베르누이의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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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누이의 정리는 이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관 속을 흐르는 액체가 단위 질량 당 갖는 동압력과 정압력, 위치 에너지의 합은 일정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사실상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유체의 흐름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행기가 뜨고, 날씨를 예측하며, 별과 우주의 기체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현상들은 모두 베르누이의 정리로 설명될 수 있다.

아버지의 압력 때문에 의학 교육을 받았던 베르누이는 인체의 혈액 순환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고,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가 고안한 방법은 매우 직접적인 것으로, 모세관을 혈관에 꽂고 피가 어느 높이까지 올라오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다분히 무지막지해 보이지만, 이 방법은 1896년에 이르기까지 150년 이상 사용된 유일한 혈압 측정법이었다.

20세기의 혈압측정 방법은 19세기와는 달리 혈관을 뚫지 않아도 된다.

ⓒ Topfoto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유체도 고체와 마찬가지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고체와 유체의 특성을 아울러서 생각할 만한 까닭이 없었다. 그러나 액체와 기체도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수압이나 기압은 분자의 운동이 다른 물체에 미치는 힘이라는 것이 명백해졌고, 브라운 운동에서 보이는 분자의 움직임은 원자의 존재를 보여주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였다. 원자론이 확고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20세기 초반의 일이었고, 이와 동시에 뉴턴 역학의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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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루니 집필자 소개

1967년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대학에서 중세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뉴욕 대학에서 중세 영어와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과..

출처

물리학 오디세이
물리학 오디세이 | 저자앤 루니 | cp명돋을새김 도서 소개

원자론의 개념을 처음 제안했던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그 후 아랍의 과학을 거쳐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 그리고 마침내 우주 물질의 기원을 밝힌 현대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사물의 본질과 근원을 찾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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