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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서 꼭
봐야 ... 파르미자니노
〈성 히에로니무스의 환시〉
저작자 | 파르미자니노(Parmigianino, 1503~15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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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 1527년 |
파르미자니노(Parmigianino, 1503~1540)의 이름은 ‘파르마에서 온 작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어린 시절 고향인 파르마에서 삼촌들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1524년부터 약 3년간 로마에 머문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시기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스페인의 왕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카를 5세가 로마를 약탈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신성로마제국의 병사들이 파르미자니노의 작업실에도 쳐들어왔지만, 그림 작업에 무아지경으로 빠져 있는 그를 차마 어쩌지 못하고 그냥 물러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대 화가들의 삶을 기록한 책 《예술가 열전》을 쓴 바사리는 파르미자니노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작품을 깊이 연구한 화가로 그들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고 말하면서, 특히 라파엘로의 영혼이 그에게 들어갔다고 치켜세웠다.
〈성 히에로니무스의 환시〉는 가슴선이 그대로 노출된 옷차림의 마리아와 괴팍한 표정의 예수가 ‘알 듯 말 듯’ 묘한 상상을 자극하는데, 이는 종교화에서 강조되는 엄숙함을 완전히 벗어나 있다. 특히 길게 늘어진 예수의 몸은 라파엘로의 우아함에 ‘기이함’을 입혀놓은 듯하다. 해골이 널려 있는 거친 바닥에 몸을 누인 성 히에로니무스를 뒤로 한 채 자신의 지물이기도 한 나무 막대기를 들고 선 세례자 요한은 손가락으로 성모자 혹은 천상의 세계를 가리키고 있다. 세례자 요한의 몸은 미켈란젤로의 누드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파르미자니노를 포함한 당시 화가들은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정화에 그려놓은 인물 군상에서 자세와 근육 모양새를 차용하곤 했는데, 그 천정화에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세가 총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긴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오른팔은 그 위로 떨어지는 밝은 빛에 힘입어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뚫고 나올 것 같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선적인 원근법이 사라져 묘한 공간감이 연출되는 틈에도, 성 히에로니무스의 비스듬한 자세는 화면이 2차원이 아니라 3차원의 그것처럼 깊숙하게 느껴지게 한다.
상단에 성모와 아기 예수를, 하단에는 성자들을 배치한 구성은 라파엘로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라파엘로는 바티칸에 소장되어 있는 〈성모자〉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에서 화면을 크게 위아래로 구분한 뒤 상단에는 성모와 예수를 담고 하단에는 성인들의 모습을 담아, 천상과 세속의 세계를 구분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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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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