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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서 꼭
봐야 ... 마르가리토 다레초
〈옥좌에 앉아 있는 성모자상과 예수 탄생 및 성인들의 삶을 담은 장면들〉
저작자 | 마르가리토 다레초 (Margarito d’Arezzo, 1250~12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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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 1260년경 |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어떤 모습이든지 만들지 말며”라고 한 십계명을 곧이곧대로 해석한 중세인들에게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성인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형상화한다는 것은 곧 신의 뜻을 거역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소수의 성직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맹이던, 심지어 왕 중에서도 까막눈이 있던 시절, 성스러운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이나 조각은 교황 그레고리오 1세(540~604)의 말대로 ‘문맹자의 성서’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그림들은 ‘멋지다’거나 ‘진짜 같다’는 식의 시각적 호소보다는 ‘신’과 그의 ‘뜻’이라는 정신성을 발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때문에 현대인들은 근엄한 마리아와 아이도 어른도 아닌 무표정한 ‘어른 아이’ 예수를 바라보며, “이 실력으로 과연 ‘장인(master)’ 소리를 들었단 말인가?” 하며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성화 속 등장인물들이 ‘진짜’ 같고, 심지어 아름답고 우아해지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가 전개되면서부터이다. 르네상스(Renaissance) 미술은 인체를 완벽하게 이상화하면서도 실제 살과 피를 가진 것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하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미술 전통을 ‘부활’했다.
마르가리토 다레초(Margarito d’Arezzo, 1250~1290)가 남긴 이 그림은 중세가 막 저물어가기 시작하는 13세기 중후반의 작품으로,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그림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마리아와 예수의 옥좌는 사자 머리로 장식되어 있어 솔로몬이 앉았다는 옥좌를 연상시킨다. 이는 솔로몬에서 마리아와 예수로 이어지는 계보를 상기시키기 위한 장치이다. 바탕은 황금색으로 처리했는데, 중세인들은 이 색이 영원과 신성을 상징하는 천상의 빛이라고 이해했다. 성모자는 아몬드 모양의 타원이 감싸고 있는데, ‘만돌라(mandola)’라는 이 형상은 천국을 상징한다. 만돌라와 사각 틀 사이의 모퉁이에는 4대 복음서가 각각의 상징물로 그려져 있다. 마태오는 천사, 요한은 독수리, 루가는 황소, 마르코는 사자의 모습이다. 이 상징은 《요한 계시록》에 기록된 “가장 높은 옥좌를 에워싼 네 생물”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모자의 양쪽으로는 예수의 탄생 순간부터 여러 성인의 행적을 담은 그림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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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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