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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자
제 32 화
인도(人道)와 천도(天道)
공자는 가지고 있던 책을 주나라의 서고에 보관하고자 했다. 이에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천도(天道)
“제가 듣기로는 주나라의 서고는 노담이라는 사람이 관리했었는데,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책을 맡기시려면 한번 찾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알았다.”
그 뒤에 공자는 노담을 만나 배움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다급해진 공자가 12경(十二經)까지 펼쳐 놓고 설명하자, 노담이 불쑥 말허리를 자르며 한 마디 했다.
“너무 지루하니 요점만 말하시오.”
공자가 말했다.
“요점은 인의입니다.”
노담이 물었다.
“그렇다면 인의란 사람의 본성을 말하는 것이오?”
공자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군자는 인으로 이루어지고 의로써 살아가니, 인의가 아니면 무엇을 참된 본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노담이 물었다.
“대체 인의란 무엇이오?”
공자가 대답했다.
“기쁜 마음으로 만물과 하나가 되고, 사심 없이 모든 사람을 두루 사랑하는 것입니다.”
노담이 말했다.
“모든 사람을 두루 사랑한다는 말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라오. 또한 사심이 없다는 말 자체가 사심이오. 그대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순박하기를 바란다면 세상에는 법칙과 위계와 질서가 있음을 알아야 하오. 그대도 덕스럽게 행동하고 도를 추구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오. 도망자를 쫓듯이 인의에 매달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어지럽히는 것이오.”
무엇을 도라 하는가? 하늘의 도와 사람의 도가 있다. 하는 일이 없어도 귀한 것이 천도요, 하는 일은 있으나 번거롭기만 한 것은 인도다. 군주가 천도라면 신하는 인도다. 천도와 인도는 아득히 멀어 살펴보아야 한다.장자 〈재유〉
이 〈천도〉편에서는 유가를 강하게 반대했던 장자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져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가의 인의와 정명(正名, 이름이나 지위에 맞게 행동함)뿐만 아니라 위계질서조차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는 장자가 인간이 만든 가치 체계나 위계질서도 자연이 만든 질서의 일부라고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인의에 대해서도 비난에서 벗어나 부분적으로 필요성을 인정한다. 다만 이 이야기에서 노자가 문제삼고자 한 것은 집착하는 태도다. 노자는 모든 사람을 두루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도하는 것은 자신을 지나치게 믿는 데서 오는 집착이라고 타이른다. 사심을 갖지 않겠다는 말도 집착이기는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장자는 공자가 인도를 행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천도를 행하는 양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자 했다. 인도와 천도의 경계에는 집착이 있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과 행동은 집착이며 인도에 해당하는 것이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것은 무위이며 천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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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인간 외의 사물에 인간의 감정을 부여하여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게 함으로써 교훈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되는 우화는 대개 인간의 한계를 조롱하고 풍자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우화를 통해 인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