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가장 비중 있는 5개 구호단체가 긴급 상황과 자연 재난에 대비하는 연대 모임을 결성했다. '세계인을 위한 빵(Brot für die Welt)', '독일세계기아구호(Deutsche Welthungerhilfe)', '메디코 인터내셔널(medico international)', '미제레오르(MISEREOR, 가톨릭 구호단체 — 옮긴이 : 서정일)', '테레 데스 호메스(Terre des Hommes, 인간의 대지)' 등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지원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2004년 크리스마스, 쓰나미가 아시아 해안을 강타했을 때를 돌이켜 보자. 수십만 명이 죽거나 다쳤고 재산을 몽땅 잃고 말았다. 세계 전역에서 구호의 손길이 몰려들었으며, 재난 지역에서는 수많은 구호단체가 나름의 방식으로 구호 활동을 펼쳤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구호 요원과 지역 단체 간의 협력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었음에도 피해자들이 애타게 원하는 것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독일의 5개 구호단체는 서로 힘을 합치면 더 신속하고 효과적이며 전문적인 구호 활동을 펼칠 수 있음을 깨달았다. 5개 구호단체는 각각의 역량과 경험, 전문 지식과 현지 파트너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몇 년 전부터 각 개발도상국 현지의 파트너들과 손을 잡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재난 발생 시 어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지는 현지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부상자를 구조하고 돌보는 일, 비상용 텐트와 담요를 마련하고 식수와 식량을 제공하는 일, 이런 일들은 재난 발생 첫날에 시행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응급 구호 조치다. 하지만, 이 수준을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구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시끌벅적하게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않겠지만, 피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임시 구호 기간에 먹을 식량을 준비해야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농경지 수리, 씨앗 공급, 식량 보관시설 건립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동식 수술 센터, 환자용 텐트, 긴급 의료 지원, 분만 지원, 의료진 및 상설 병동 확보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전폭적인 외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지에서 주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물밑에서 지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학교와 성인교육, 식수 공급과 위생시설 설비도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재난 사태를 대비한 최선의 예방책이다. 사람들이 충분히 자립할 수 있고 공공 과제와 책임에 적극 동참한다면, 자연재해를 훨씬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약자에 대한 보호는 가장 효과적인 보호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외부 지원은 자립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독일 5개 구호단체는 '발전을 위한 지원(Entwicklung hilft)'이라는 연대를 통해 힘을 합쳤다. 이 단체들은, 빈곤이 모든 문제의 근원임을 잘 알고 있다. 빈곤의 원인은 비단 개발도상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에도 있다. 그래서 시민들이 재난이 발생했을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 개발 정책 관련 여러 주제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좁은 의미의 개발 정책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에서 새로운 평화 협상을 이끌어 내려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절실해질 때, 스리랑카의 군사 정세가 점점 악화되고 있을 때, 제약사들이 타이의 에이즈 치료 약품 공급을 방해하려 할 때, 짐바브웨 주교회의에서 폭력이 없는 민주적인 새로운 출발 노력에 지지를 표명했을 때, 구호단체 연대는 정치적 논쟁에 적극 개입했다. 새로운 세계무역 협상에 관한 협의와 씨앗 및 유용동물 특허권 반대와 같은 현안에도 적극 참여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없는 처지에서는 힘 있는 파트너가 절실하다. '발전을 위한 지원' 연대는 그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연대'에 보내오는 각종 기부금은 연대에 소속된 각 구호단체별로 똑같이 분배된다. 5개 구호단체는 각 단체가 별도로 받은 기부금을 포함한 모든 기부금을 꼼꼼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DZI-기부금 인증^각주1) 을 받았다. 아울러 이 5개 구호단체는 구체적인 프로젝트 및 프로젝트의 현황과 성과 혹은 문제점들에 관해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부자와 대중은 기부한 돈이 보람 있고 의미 있게 사용되는지에 관한 정보를 수시로 제공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