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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외채 탕감을 받은 최빈국들은 공공부문 감축, 국영기업 민영화, 농업 및 식량 관련 보조금 철폐, 수입제한 철폐 및 금융시장 자유화 등을 이행해야 한다. 이런 의무조항을 받아들인 나라들에서는 실업률은 오르고, 실질임금은 줄고, 빈부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빚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자본을 투자해 번 돈으로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다면 말이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이러한 기대 속에서 개발도상국은 산업 선진국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대부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1982년 멕시코와 브라질이 처음으로 심각한 채무 지급 불능 상황에 빠진 채무국이 되고 말았다. 그 후 거의 모든 채무국에 대해 온갖 채무 조건 변경과 관련한 대출 및 지급 기한을 새로 타결하거나 연기함으로써 국제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1970년대 초 석유파동에 따른 급격한 유가 상승은 산업 선진국을 경제 혼란에 빠뜨렸다. 그 결과 극소수 자금만이 투자에 사용되었으며, 돈의 가치가 '헐값'이 되었다. 이 기간에 여러 개발도상국은 유리한 조건으로 대부금을 받아 수입하는 데 썼고 선진국의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을 주었다. 소비재를 구입하는 데 많은 돈이 지출되었으며, 유망 대상에 투자하거나 혹은 '어두운 터널' 속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빌린 돈에 대한 이자는 점점 오르고 원자재 가격은 내려가고, 동시에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불길한 징조를 알리는 태엽이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했다. 1980년 개발도상국의 외채 총규모는 6,000억 달러에 육박했고, 15년 후에는 이미 2조 달러에 이르렀다.
현재 개발도상국이 떠안은 외채는 모두 3조 달러가 넘는다. 외채가 연간 전체 국민소득을 초과하는 빈곤국도 많다. 여러 나라, 특히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의 1/4 이상을 외채 원금 및 이자 상환에 지출해야 하는 처지다. 이미 오래전부터 개발도상국은 북반구 선진국이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다.
최빈국 국민들은 특히 경제적 문제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서는 농업, 교육, 식수 및 에너지 공급, 의료시스템 등 가장 기초적인 분야에 투자할 예산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다소 부유한 개발도상국에도 국가 채무는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90년대 자국 화폐 페소화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채무액이 급상승했다. 아르헨티나 수출품은 세계시장에서 너무 비싸 도저히 팔리지 않았으며 경기 불황은 예외 없이 자본 이탈로 이어졌다. 결국 2001년 말 아르헨티나 금융 시스템은 전부 붕괴되고 말았다. 2003년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긴 했으나 후유증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공식적인 수치로도 아르헨티나 국민 2명 가운데 한 명은 여전히 빈곤층이며, 7명 가운데 한 명은 실업자다. 더욱이 외채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은행(World Bank/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과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은 채무 조건을 재편성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채무국들은 엄격한 의무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이는 공공자금의 지출을 줄이고 채무국 국민들에게 높은 세금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수년간 여러 최빈국에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왔다. 유엔개발계획(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의 평가에 따르면, 그러한 '구조조정 정책'이 예컨대 사하라 남부 지역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을 1970년대 수준 이하로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1996년 이후 특히 최빈국들은 HIPC 외채경감 전략각주1) 을 통해 채무 중 일부를 변제받게 되었다. 전체 채무액이 연간 수출 수익의 150%까지 이르러도, 이자 및 상환액이 수출 소득의 1/4이 되어도 이 국가들은 '지급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대부금과 수출로 번 수익금, 저개발국 원조기금을 제외한다면, 직접투자야말로 개발도상국의 주요 자금원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기업 합병 및 출자, 기업 인수와 창립을 위한 자금 전용과 같은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국외투자자본 7,000억 달러 가운데 1/3가량이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아울러 개발도상국에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외국에 사는 자국 출신 노동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이다. 그동안 이 노동 이주자들은 외국 기업이 자국에 투자한 것과 맞먹는 자금을 고국으로 보내고 있다. 물론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즉 국외투자자본이 성장세에 있는 몇몇 개발도상국에만 몰리면서 가난한 국가 대부분에는 아무 이익을 주지 않는 반면, 본국으로 송금되는 자본은 특히 최빈국에는 아주 중요하고 요긴한 자금원이며, 저개발국 원조기금이나 직접투자 자본을 합친 것보다 훨씬 중요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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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국제통화기금(IMF) -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2007
글
저자 카를 알브레히트 이멜은 1950년에 태어난 이멜은 개발정책 분야에서는 독일에서 가장 정평이 나 있는 언론인이다. ‘독일 언론인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아동구호 단체 ‘인간의 대지(Ter..
출처
식량, 교육, 인구, 빈곤, 환경, 전쟁, 인권 등의 주제를 두루두루 다루며 미국과 서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부터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까지 살펴 세계화를 제대로 바라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