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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의 승자와 패자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국경 없는 정글에서 강자의 권리

요약 선진국의 농업보호주의와 보조금으로 개발도상국이 입는 피해는 매년 700억 달러에 이른다. 농업 보조금을 받은 싼 가격의 미국산 옥수수 때문에 멕시코 옥수수 농민은 농사를 포기해야 했다. 7만 7000여 개 다국적기업과 그 자회사가 세계 교역량의 2/3를 독점하고 있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세계무역은 해마다 1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상품 수출액은 약 12조 달러이고, 서비스 수출액은 약 2조 5,000억 달러다. 세계무역에서 개발도상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3로 높아졌으며, 2030년까지는 4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금도 선진국들은 완제품의 40%를 남반구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2030년에는 65%가 넘을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이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승자와 패자가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세계무역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이 흐름을 선도하는 국가는 물론 중국이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은 원자재와 에너지 수요를 폭등시키고, 세계시장 가격을 급속히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수십 년 동안 수익 하락의 고통을 겪던 원자재 수출국에는 반가운 일이지만,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가난한 나라에는 파국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은 경제성장의 혜택에서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 중국의 빈부 격차는 급격히 벌어지고 있으며, 이른바 제3세계의 거의 모든 성장 지역에서는 가공할 만한 환경 파괴가 잇따르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는 사람 또한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배우지 못해 전문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임금은 자꾸 내려가고, 도시 슬럼 지역은 계속 많아지고 있다. 지구상에 사는 사람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하루에 채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무역의 증가로 이익을 챙기는 대상은 무엇보다 다국적기업들이다. 약 77만 3,000개 자회사를 거느린 약 7만 7,000개 다국적기업이 세계 전체 교역량의 2/3를 독점하고 있지만, 이들은 극소수의 일자리만을 제공할 뿐이다. 다국적기업들은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고 해당국 정부가 제공하는 엄청난 투자 지원금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전 세계적으로 3,000개에 이르는 이른바 경제특구에도 적용되고 있다.

경제특구 내에 있는 다국적기업들은 거둬들인 이익금을 무한정 본국으로 이체하고 있다. 수년간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면서 환경기준 및 사회기준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노동조합과 얼굴을 붉힐 필요도 없음은 물론이다. 경제특구 내에서 노동조합의 권리는 극도로 제약받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은 소규모 토착 기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경쟁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다국적기업 내에서는 고정가격으로 정산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해당국 내에서의 이익과 손실을 세금의 높낮음에 따라 마음대로 조율할 수 있다.

예컨대 어느 자동차 회사가 세금이 높은 나라에서 이익금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다면, 세율이 낮은 국가에 소재지를 둔 자회사로부터 V벨트를 1개당 1만 2,000달러에 구매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부품 가격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매김으로써,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곳에서 얻은 순익을 축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국적기업들은 지주회사에 회사 자본을 이체시키고, 출자회사 및 특허관리회사를 끌어들이고, '세금 천국' 지역에 위장회사를 설립하는 것과 같은 온갖 술수를 모두 동원하고 있다.

세계무역에서 정당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협상은 이미 몇 년째 중단된 상태다. 개발도상국들은 시장 개방과 관세 인하에 반기를 들고 있으며, 특히 의약품 분야에서 특허권의 예외 인정을 줄기차게 주장한다. 보호무역주의가 없었다면 산업 선진국들은 오늘날 같은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산업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지나치게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산업 선진국은 거꾸로 진정한 경쟁을 왜곡시키는 자국민을 위한 보조금 축소는 망설이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이 자국 농업에 쏟아부은 엄청난 농업 보조금 혜택을 받은 농산품 수출만으로도, 개발도상국 수백만 농민의 삶의 기반이 파괴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협약에 관한 협상 진전을 기다리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은 개별 국가 간에 그리고 지역별로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물론 이 자유무역협정 원안에는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의 틀 안에서 관철하지 못한 조건이 부과되어 있다. 공공서비스 분야에의 자유로운 시장 접근, 대폭적인 관세 인하, 특정 특허권 승인 및 세계 전역의 투자보호협약 등이다.

이 자유무역협정들은 세계무역기구 틀의 포괄적 협상에서 그나마 개발도상국이 얻어 냈던 것을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들었는데, 이는 지역 간 타결된 교역조건을 더는 축소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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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세계은행(World Bank) - 세계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 2007
  • ・ 유엔개발계획(UNDP) - 세계투자보고서(World Investment Report) 2006
  • ・ 국제노동기구(ILO) 2003 - 수출가공지대 데이터베이스(Database on Export Processing Zones)
  • ・ 옥스팜(Oxfam) 2007 - 미래를 처분하다(Signing Away the Future: How Trade and Investment Agreements Between Rich and Poor Countries Undermine Development)

카를 알브레히트 이멜 집필자 소개

저자 카를 알브레히트 이멜은 1950년에 태어난 이멜은 개발정책 분야에서는 독일에서 가장 정평이 나 있는 언론인이다. ‘독일 언론인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아동구호 단체 ‘인간의 대지(Ter..

출처

숫자로 보는 세계화 교과서
숫자로 보는 세계화 교과서 | 저자알브레히트 이멜 | cp명현실문화 도서 소개

식량, 교육, 인구, 빈곤, 환경, 전쟁, 인권 등의 주제를 두루두루 다루며 미국과 서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부터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까지 살펴 세계화를 제대로 바라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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