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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다투기도 하고 마지막 선택으로 이혼을 하기도 합니다. 이혼하면 남남이라지만 아이가 있는 경우는 완전히 남이 될 수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누가 키우느냐'부터 양육비 부담까지 서류에 도장 찍는 일로는 간단히 정리되지 않는 일이 많지요.
요즘 '싱글맘', '싱글파파'란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어느 한쪽 부모가 아이를 전담하여 키우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이가 클수록 엄마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역할 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되면 애로 사항이 많습니다.
이혼한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가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 사실이 아이 마음에 상처가 되진 않을지,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는 겁니다. 물론 한쪽 부모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양쪽 부모 모두 있는 경우에 비해 좋을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에게 절망적이라고만은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에게 매일 싸우고 헐뜯는 모습만 보여 주어 정신적인 충격을 주는 것보다 한쪽 부모가 정성을 기울이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우선, 부모 스스로 죄책감에서 벗어나 이혼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아이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정서입니다. 아이가 이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아이와 대화가 가능하다면 되도록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고, 아직 말을 할 수 없는 시기라면 아이의 태도에서 달라진 점은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도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 대신 엉뚱한 증세를 보입니다. 대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갑자기 소변을 지리기도 하고, 벽에 머리를 박는 자해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심하면 말을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말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는 아이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보다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부모가 이혼을 하면 자기가 엄마 아빠 말을 안 들어서, 아니면 자기가 착하지 않아서라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많이 힘들지, 엄마도 그렇단다. 아빠도 그럴 거야. 우리 같이 이겨 내자" 하고 위로해 주면서 아이가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공감해 주세요. 이혼이라는 복잡한 세계에 대해 이해시키려 하지 말고 '지금은 엄마 아빠가 따로 살아야 되지만, 엄마 아빠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양육은 이혼 전에 그렇듯 이혼 후에도 어느 한쪽의 몫이 아닙니다. 이제 아내와 남편으로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부모로서의 역할은 아이가 있는 한 함께 나눠야 할 몫입니다. 아이가 자랄 때까지 두 사람이 함께 계획을 세우고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만일 재혼을 한다면 내가 낳지 않은 아이를 키우게 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럴 경우 억지로 부모 노릇을 하려 들기보다는 우선 가족의 일원으로서 서로 이해하고 어울려 사는 일에 중점을 두기 바랍니다. 이미 엄마 아빠라는 존재가 각인되어 있는 아이에게 억지로 새로운 부모로 다가서면 아이에게 혼란만 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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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
출처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른 심리 변화와 육아법을 담은 백과사전. 0세부터 6세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연령대별로 나누고 아이의 뇌 발달과 심리적 성장 과정에 맞추어 150개의 키워드를..